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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디자인하우스 리포트]디자인플랫폼으로 진화...더 커진 역할론①공정 난도 높아지고 AI 등 시스템 반도체 수요 증가에 중요성 부각

김혜란 기자공개 2023-02-15 13:4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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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반도체는 팹리스가 설계하고 파운드리가 위탁생산하지만 설계자산(IP)기업과 OSAT(후공정)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IP업체와 협력해 팹리스와 파운드리를 잇고 후공정까지 턴키(일괄수주) 생산을 도맡는 곳이 바로 디자인하우스다. 역량과 규모를 갖춘 디자인하우스가 뒷받침해줘야 파운드리 산업도 클 수 있다. 국내 업체들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디자인하우스로 진화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지금 국내 디자인하우스는 얼마나 성장했을까. 생태계의 현주소와 육성 과제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2월 13일 14: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시스템 반도체 산업은 밸류체인 클러스터가 고르게 성장해야 서로 시너지를 내며 커질 수 있다. 그동안 반도체 산업 육성의 국가적 과제 초점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팹리스(설계 전문)에 맞춰졌다면 최근 밸류체인 내 '허리' 디자인하우스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디자인하우스가 과거에는 팹리스의 설계도를 제조용 도면으로 변환, 팹리스와 파운드리를 잇는 가교 역할에만 그쳤다면 이제는 '디자인플랫폼'으로서 그 기능이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1위 파운드리 대만 TSMC도 디자인하우스와 동반성장하며 세계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국내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가 크려면 무엇보다 국내 파운드리와 디자인하우스, 팹리스가 서로 성장을 돕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디자인하우스의 패러다임이 바뀐다 '분업화·플랫폼화'

시스템 반도체 산업의 발전 역사는 '분업화'와 '플랫폼화'로 요약된다. 모리스 창 회장이 TSMC를 설립하던 1987년 이전만 해도 반도체 설계와 생산은 한 회사가 다 하고 있었다. 창 회장이 파운드리를 따로 설립한 건 앞으로 세계 반도체 업계가 각각 설계와 생산 전문 회사로 나뉠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TSMC 창업은 설계와 분리된 '제조 플랫폼'의 탄생을 의미했다.

디자인하우스도 분업화와 플랫폼화의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TSMC는 일찌감치 디자인하우스와의 협력구조를 만들었다. 2003년 디자인하우스인 대만 글로벌유니칩(GUC)을 인수했으며 현재까지 지분 34.84%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GUC의 2021년 연간 연결회계기준 매출은 약 6300억원으로 한국 디자인하우스 상장사 중 매출 규모가 가장 큰 에이디테크놀로지(2021년 기준 3056억원)의 두 배다.

통상적으로 디자인하우스는 팹리스가 칩을 설계하면 이를 각 파운드리 생산 공정에 적합하도록 설계도를 그리는 일을 맡는다. 그리고 파운드리에서 생산된 웨이퍼를 OSAT(반도체 패키지·테스트 외주기업)에 맡겨 패키징과 검사까지 마친 칩을 다시 팹리스에 최종 납품하는 '턴키(일괄수주)' 사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과거보다 사업 영역이 더 넓어졌다. 기존 디자인하우스 사업에다 팹리스의 아키텍처(설계) 사업 영역을 더했다. 업계에선 이를 두고 '디자인플랫폼'으로 진화했다고 말한다. 디자인하우스가 일정 부분 팹리스의 역할을 가져오게 된 것이다.

인공지능(AI) 등 시스템 반도체도 다양화·고도화되면서 팹리스의 개발 시간과 비용을 줄여줄 수 있는 대안으로 디자인하우스가 설계 플랫폼을 제공하는 사업 모델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만큼 시스템 반도체 생산 밸류체인에서의 역할도 커졌다.
시스템 반도체 생산 밸류체인

◇팹리스의 '시스템 아키텍트' 영역까지 확대

최근 디자인하우스 산업의 패러다임이 디자인플랫폼으로 바뀌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규모가 큰 디자인하우스는 에이디테크놀로지, 코아시아, 세미파이브, 에이직랜드 등이 있는데 모두 내부에 설계 팀을 만들었다"며 "디자인하우스가 설계 플랫폼 사업까지 하는 건 이제 특정 업체의 차별점도 아니고 대세가 됐다"라고 말했다.

설계 플랫폼이란 게 뭘까. 예를 들어 AI 반도체를 설계한다는 건 마치 신도시를 세우는 것처럼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다. 신도시(AI 반도체)에는 AI 연산을 하는 칩이 핵심이지만 이 외에도 관공서, 아파트 등 많은 건물(반도체 칩)이 다 있어야 칩이 작동한다. 그리고 건물을 서로 잇기 위해 도로를 내야 한다. 2차선 도로를 만들지, 8차선 도로를 낼지는 전체 도시의 차량 흐름을 정확하게 예측해 결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비효율적으로 도로를 내 정체 등의 문제를 만든다.

국내에는 많은 AI 반도체 스타트업이 있다. 이들 AI 팹리스는 각각 핵심인 AI 칩을 만들고 나머지 반도체 칩과 도로망 등의 설계는 디자인하우스가 만들어 제공하면 그게 바로 '플랫폼'이 된다. 설계도는 회사마다 비슷하다고 해도 핵심 AI칩에 따라 AI 반도체 성능은 완전히 달라진다. 디자인플랫폼으로 진화하면 디자인하우스로선 수익 모델을 넓힐 수 있고, 팹리스 입장에선 디자인하우스에서 설계 플랫폼만 사다가 자체 개발한 핵심 AI 칩만 넣으면 되기 때문에 칩 개발 시간과 비용을 확 단축할 수 있다.

국내 디자인하우스 세미파이브의 조명현 대표는 "원래 하나였던 제조가 플랫폼화됐듯, 설계 영역도 플랫폼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라며 "(디자인하우스가 디자인플랫폼이 되는 건) 필연적인 진화단계"라고 설명했다.

김용석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TSMC가 강한 것도 디자인하우스와 팹리스가 받쳐주기 때문"이라며 "생태계가 같이 성장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그게 잘 안 돼 있었다"라고 말했다.

국내 주요 디자인하우스(로고 출처:각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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