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2월 09일 15: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래에셋증권이 증권업계의 펀드 수탁 신사업 경쟁에 본격적으로 가세하고 있다. 삼성증권이 오는 10월 서비스 론칭을 추진하는 가운데 연내 사업을 개시할 방침을 세우면서 추격에 나서고 있다.

9일 자산관리(WM)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4분기 펀드 수탁 비즈니스를 시작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르면 오는 10월부터 원화 수탁 사업을 먼저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대표 증권사인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 NH투자증권은 시중은행의 텃밭인 펀드 수탁 사업에 뛰어들었다. 환매 중단 사태 이후 수탁 대란이 벌어지면서 쇼티지(공급부족) 상황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NH증권이 선두주자로 이미 서비스를 개시했고 그 뒤를 나머지 두 증권사가 뒤쫓고 있다.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 중에서 한 발 앞선 건 삼성증권이다. 수탁 신사업의 전제 조건은 정보기술(IT) 인프라다. 이 시스템을 전문적으로 구축하는 업체는 국내 1곳(파이낸셜데이타시스템)뿐이어서 개발 계약을 먼저 체결하는 증권사가 서비스 론칭이 빠를 수밖에 없다. 삼성증권이 먼저 개발 용역을 맡겼고 수개월 뒤 미래에셋증권도 계약을 체결했다.

아무래도 삼성증권이 좀더 빠르게 수탁 서비스를 론칭할 가능성이 높은 여건이다. 하지만 미래에셋증권은 앞선 주자의 선점 효과를 최소화하는 데 만전을 기하고 있다. NH증권과 비교하면 두 증권사의 론칭 시점은 격차가 크게 벌어졌으나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만 놓고 보면 개시 타이밍은 거의 비슷할 것으로 관측된다.

일단 파이낸셜데이타시스템 입장에서는 수탁 시스템이라는 동일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만큼 경험이 쌓일수록 증권사별 개발 기간이 단축될 수밖에 없다. 증권사에 따라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이 필요하겠지만 큰 틀에서는 같은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파이낸셜데이타시스템이 대규모 인력 풀을 갖춘 대기업이 아니라는 점이다. 펀드 수탁 시스템이라는 틈새 시장을 장악한 강소기업이지만 동시에 다수의 프로젝트를 소화하는 게 어려울 수 있다. 그렇다고 일회성 프로젝트를 확보하고자 인력 충원을 감행하는 것도 녹록지 않다.

이 기업은 다른 프로젝트를 포기하는 강수를 두면서 미래에셋증권의 수탁 시스템을 수주한 것으로 파악된다. 결과적으로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의 인프라 개발이 함께 수행되는 동시에 후발주자인 미래에셋증권이 확약을 받은 개발 기간은 한층 더 짧아진 셈이다.

증권업계가 동시다발적으로 펀드 수탁 비즈니스에 뛰어들면서 국내 프라임 브로커리지 서비스(PBS) 시장에도 격변 시기가 도래할 전망이다. 우선 자체적으로 수탁 사업을 벌이는 증권사는 자사의 PBS를 활용하는 펀드만 선별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미래에셋증권 PBS와 계약을 맺을 경우 수탁까지 맡는 구도다.


반면 수탁 신사업에 나서지 않은 증권사는 기존 시중은행과 연합 전선을 구축할 것으로 관측된다. 본래 수탁 사업을 중시하지 않던 시중은행이어도 기존 텃밭을 빼앗길 수 있는 형국인 탓이다. 결국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은 수탁은행과 돈독한 관계를 맺는 방향으로 이들 세 증권사와 경쟁을 벌일 것으로 관측된다.

WM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어떤 선택을 내린 증권사가 유리할 것으로 속단하기 어렵다"며 "각자 영업 경쟁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시너지를 내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헤지펀드 운용사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한층 넓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