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2월 09일 21:20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이브가 북미시장 공략 속도를 높이기 위해 3000억원대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 유명 해외 레이블 'QC미디어홀딩스'를 인수해 글로벌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하이브의 북미 자회사 '하이브아메리카'가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이로 인해 거액을 손에 쥔 QC미디어홀딩스 창업자들은 다시 하이브에 유상증자에 참여한다. 하이브→하이브아메리카→QC미디어홀딩스→하이브로 돌아오는 구조다. 2년 전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해외 레이블 '이타카홀딩스'를 인수한 바 있다.

◇하이브, 또 해외레이블 인수…이번에는 힙합

하이브는 9일 이사회를 열고 자회사 하이브아메리카가 추진하는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3391억2000만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하이브는 하이브아메리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그만큼 이번 주주배정 유증 후에도 하이브아메리카에 대한 지배력은 100%다. 보유 주식수만 기존 9억5030만주에서 12억2030만주로 늘어난다. 유상증자 대금 납입일은 내달 7일이다.


하이브아메리카는 하이브에서 흘러온 자금으로 해외 힙합 레이블 QC미디어홀딩스를 인수할 예정이다. 이날 QC미디어홀딩스 지분 100%를 3140억원에 취득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2013년 설립된 QC미디어홀딩스에는 '릴 베이비(Lil Baby)'와 '릴 야티(Lil Yachty)', '미고스(Migos)', '시티 걸스(City Girls)' 등과 같은 아티스트가 속해 있다. 하이브아메리카는 QC미디어홀딩스를 인수하고 남은 251억2000만원은 운영자금으로 사용한다.

반대로 하이브아메리카에 모든 지분을 양도한 QC미디어홀딩스 최대주주 피에르 토마스 최고경영책임자(CEO)와 케빈 리 최고운영책임자(COO)는 하이브 지분을 수중에 넣는다. 이들은 하이브가 추진하는 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각각 314억원씩 태울 예정이다. 납입일은 내달 17일이다.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면 이들은 인당 하이브 주식 18만2064주(지분 0.43%)씩 얻는다. 하이브는 운영자금 628억원을 확보하게 된다.

하이브 관계자는 "QC미디어홀딩스를 이끌고 있는 피에르 토마스 CEO와 케빈 리 COO와는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해 나갈 방침"이라며 3자배정 유상증자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2021년에도 같은 방식으로 '이타카홀딩스' 인수

하이브가 힙합 레이블인 QC미디어홀딩스를 인수한 것은 북미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하이브는 그간 '멀티 레이블' 체제를 기반으로 시장 영향력을 넓혀왔다. 멀티 레이블이란 지주회사가 여러 자회사를 거느리듯 본사 산하에 여러 제작사를 두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레이블마다 추구하는 음악 장르도 다르고 소속 아티스트도 상이하다.

실제로 하이브의 대표 아티스트인 '방탄소년단'은 레이블인 빅히트뮤직 소속이다. '세븐틴'은 플레디스 소속이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하이브 걸그룹 '르세라핌'과 '뉴진스' 역시 소속 레이블이 쏘스뮤직과 어도어로 각각 다르다. 멀티 레이블 체제 하에서는 여러 아티스트가 동시다발적으로 출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장르마다 레이블을 두는 만큼 장르별 전문성도 높아진다.


하이브의 해외 레이블 인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1년에도 미국의 유명 레이블 이타카홀딩스 지분 100%를 약 1조원에 인수했었다. 당시에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하이브아메리카(당시 빅히트아메리카)에 대규모 M&A 자금을 쥐어줬고 하이브아메리카가 이타카홀딩스를 인수하는 방식을 활용했다. 2015년 설립된 이타카홀딩스에는 해외 인기 아티스트인 저스틴 비버와 아리아나 그란데 등이 속해 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QC미디어홀딩스와의 파트너십은 다양한 포트폴리오와 기술을 통해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혁신하려는 성장전략의 중요한 퍼즐 중 하나"라며 "글로벌 음악시장에서 힙합 장르의 깊이를 더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