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3월 13일 08시0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울에 위치한 병원에 구미호가 등장했다. '나보다 간을 잘 아는 자는 없다'며 수술실에 들어가더니 갑자기 아홉 개 꼬리를 펼치고 메스를 잡아 든다. 꼬리를 손처럼 활용해 수술 도구를 움직이는 그는 강릉 동대굴에 사는 천년 묵은 구미호다.인간을 유혹해 간을 빼먹는 전설 속 요괴 구미호는 시대를 거듭하면서 설화가 입혀지고 각색됐다. 한때는 두려움의 대상으로 여겨졌고 오늘날에는 매력적인 드라마 속 캐릭터로 각광받았다. 현재 MZ의 사랑을 받는 구미호는 대관령의 정기를 담은 소주를 홀짝이는 새로구미다.
롯데칠성음료가 만든 '신구미호전'의 영향이다. 지난해 9월 16년 만에 신제품 처음처럼 새로를 출시하며 구미호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웠다. 간을 먹는 대신 소주를 마시는 전에 없던 구미호다. 새로구미의 이야기가 담긴 5분 남짓한 영상은 공개 5개월 만에 850만 조회수를 넘어섰다.
신제품 곳곳에 새로구미의 세계관이 녹아있다. 소주병의 라벨에 쓰여진 257이라는 숫자는 새로가 탄생한 강릉공장 옆 동대굴의 주소 ‘강원도 강릉시 옥계면 산계리 산257’에서 따왔다. 한국 도자기 모양을 딴 새로의 병 표면에는 세로로 깊게 뻗어있는 동대굴의 특성을 담아 물방울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듯한 홈이 파여있다.
주류마케팅부문 산하 소주 브랜드마케팅팀이 사활을 걸고 만든 세계관이라는 후문이다. 한국적인 이미지가 담긴 전통 설화를 이용해 세계관을 만들기로 한 그들은 용, 해태, 주작, 도깨비 등 여러 상상의 존재를 놓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구미호를 새로를 대표할 캐릭터로 선정했다.
많은 동물 중 왜 구미호를 선택했을까. 일반적으로 구미호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특성은 변신이다. 재주를 폴짝폴짝 뛰어넘으며 다른 동물이나 인간으로 변해 사람들을 유혹한다. 롯데칠성음료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도 바로 이 변신 능력이 아닐까.
롯데칠성음료는 처음처럼으로 하이트진로의 참이슬과 경쟁을 벌여왔으나 만년 2등 신세를 면치 못했다. 2019년 경쟁사가 두꺼비 캐릭터가 그려진 하늘색 병의 소주 진로이즈백을 출시해 선풍적 인기를 끌자 조직 내에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위기감이 고조됐다.
새로의 론칭을 이끈 윤종혁 주류마케팅부문장은 제품의 맛부터 용기 디자인, 광고 전략을 개발하면서 기존의 방식을 철저하게 배제하는 데 집중했다. 최초로 소주에 과당을 사용하지 않는 '제로 슈거' 레시피를 적용한 점이 대표적이다. 윤 부문장은 혁신을 주도한 성과를 인정받아 올해 임원으로 승진했다.
식품 업계에서는 연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한 브랜드를 메가 브랜드라고 부른다. 새로는 출시 5개월 만에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여 메가 브랜드가 될 것이 유력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오늘도 롯데칠성음료의 구미호 이야기는 "새로 주세요"란 말과 함께 술꾼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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