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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건설이 보여준 길 [thebell desk]

김장환 기자공개 2023-04-13 08:31:33

이 기사는 2023년 03월 30일 07: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건설사의 PF 우발채무 현실화는 예견된 일이었다. 무이자에 가깝게 빌려쓰던 은행 돈에 고금리가 붙기 시작했다. '생물' 같은 부동산 시장의 반응은 확실했다. 수요가 얼어붙자 건설사들의 분양 소식이 하나 둘 자취를 감췄다. 시장에 냉기가 가득 차자 이번엔 건설사들의 부도설이 이어졌다. 언제 터질지 모를 폭탄 같은 기업들이 곳곳에서 보였다.

뇌관에 불을 붙인 기업 역시 예상대로 곧 나왔다. 그런데 이를 터트린 기업이 다소 의외다. 주택사업으로 승승장구하며 수년째 실적 고공행진을 해온 롯데건설이 난데없는 장면의 주인공이 됐기 때문이다.

롯데건설 위기설이 아예 없던 건 아니다. 지난해 9월 레고랜드 ABCP 채무불이행 사태가 불거진 직후 퍼진 '찌라시'에 위기의 건설사 중 하나로 포함돼 소문이 돌았다. 그룹사조차 상황 파악이 잘 안돼 있었던 사안이라고 한다.

머지않아 속사정이 드러났다. 롯데건설은 지난해 10월 만기가 도래한 수천억원대 둔촌주공PF의 차환에 실패했다. 당장 올해 6월까지 4조원 넘는 ABCP 만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비보를 내놨다. 롯데케미칼, 호텔롯데 등 계열사에서 급전을 끌어왔다. 타임스케줄 대로 단기 자금만 갚고 곧 상환할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갚아야 할 돈의 규모가 너무 컸다.

언론들이 쏟아낸 지적들만 보면 중견사도 아닌 초우량 A급 신용등급의 롯데건설이 마치 도산할 것처럼 여겨졌다. 미분양이 치솟는 등 사업환경이 급속도로 냉랭해지던 시점에 터진 일이었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2008년 시작됐던 한국 부동산 시장 최악의 시기가 다시 시작되는 트리거가 될 것처럼 비춰졌다. 그만큼 떠들석했던 이슈다.

결과는 어땠을까. 다수가 알듯이 롯데건설은 무너지지 않았다. 부침은 겪었으나 그로부터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 꿋꿋하다.

그동안 PF 시장에서는 보지 못했던 자금조달 구조를 짜며 위기 대응을 한 덕분이다. SPC를 만들고 증권사가 채권을 매입하는 방식의 신규 투자협약을 맺었다. 자금조달 조건이 과거처럼 양호하지는 않지만 창구가 아예 막히지는 않았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국내외 은행권을 발로 뛰며 대규모 자금을 끌어오는데도 성공했다. 덕분에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채무불이행(EOD) 가능성을 쏟아냈던 프로젝트 현장들은 여전히 건재하다. 그룹으로부터 끌어온 자금 상환도 무리없이 해나가는 중이다.

롯데건설이 살아남으며 보여준 반년의 과정은 지금의 부동산 시장에 안겨준 의미가 상당히 큰 일이었다. 2008년처럼 국내 건설사들의 기초체력이 엉망은 아니란 점을 봤다. 과거를 반추해보면 EOD 사업현장이 수두룩하게 나가 떨어지고 뒤이어 줄도산하는 협력사가 속출했을 상황이었지만 그렇지 않았다. 금융사들의 리스크 관리가 2008년 이후 그만큼 철저하게 이뤄져왔다는 점도 보여준 계기였다. 부동산시장의 전체 PF 규모가 125조원에 달한다는데 부실 대출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앞으로 1년 뒤, 또 2년 뒤에는 어떤 상황이 벌어질 지 장담할 수 없다. 다만 롯데건설의 사례를 계기로 좌절만 하고 있을 상황은 아니라는 걸 봤다. 고난의 시기 건설사들의 건승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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