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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을 움직이는 사람들]'1등 DNA' 권영수의 뚝심①최연소 부장·사장 등 가는 곳마다 성과...2012년 시작된 배터리 육성 '중책'

정명섭 기자공개 2023-04-19 09:57:49

[편집자주]

LG에너지솔루션은 명실상부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선두 주자다. LG에너지솔루션은 아무도 배터리에 주목하지 않던 2000년부터 연구개발을 시작해 연 수천억원대의 적자에도 끈질기게 기술 개발과 사업을 이어온 LG그룹의 집념이자 구본무 선대회장의 의지다. 2022년 1월 코스피에 상장해 단숨에 시가총액 2위 기업으로 거듭난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시장 확산과 주요국 보호무역주의 정책, 업계 경쟁 확대 속에 새로운 기회와 위기를 맞이했다. 더벨은 LG에너지솔루션의 도약을 이끌 리더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4월 11일 17: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그룹 2인자’, ‘재무통’, ‘최연소 사장’, ‘믿을맨’, ‘1등 DNA'.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인 권영수 부회장(사진)을 따라다니는 키워드들이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유플러스 등 그룹 핵심 계열사에서 대표이사,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역임해 각 회사의 성장을 이끌어오면서 수식어가 쌓였다. 재무 역량과 사업 감각을 모두 갖춘 그룹의 핵심 인물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가는 곳마다 성과를 내왔던 그는 그룹이 어려운 시기에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2021년 말부터는 고(故) 구본무 회장의 뚝심이나 다름없는 배터리 계열사 LG에너지솔루션을 이끌고 있다. 권 부회장은 이 의지를 이어받아 LG에너지솔루션의 글로벌 리더십을 공고히 해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사회초년병 시절부터 남달랐던 업무 몰입도

1957년생인 권 부회장은 경기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경기고-서울대 출신은 국내 기업 역사에서 가장 많은 최고경영자(CEO)와 임원을 배출했고, 정·관계에도 라인을 형성하고 있는 엘리트 집단이다. 당시 젊은이들처럼 대학 시절 학업에 큰 뜻이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고 한다.

어쨌든 학교를 졸업한 권 부회장은 1979년 LG전자(당시 금성사) 기획팀으로 입사해 LG그룹과 연을 맺었다. 권 부회장은 현재의 기획실과 성격이 같은 심사부에 처음 발령받아 시장조사와 신사업 발굴 업무를 맡았다. TV, 가스레인지 등 제품의 수요 예측을 성공적으로 해내 처음으로 회사로부터 업무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일을 시작하면 몰두하는 성향이었다.

이후 그가 걸어온 길을 보면 몰입은 곧 성과로 이어졌음을 알 수 있다. 32세였던 1988년 LG전자 해외투자실 부장으로 승진해 해외 투자, 공장 설립 업무를 맡았다. 이는 글로벌 역량을 쌓는 기회가 됐다. 45세였던 2003년에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에 올랐고, 50세가 되기 전인 2006년에 CFO 겸 총괄사장으로 승진했다.

2007년에는 처음 LG전자를 벗어나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에 올랐다. 이는 구본준 부회장(현 LX홀딩스 회장)이 LG디스플레이에서 LG상사(현 LX인터내셔널)로 떠나 발생한 자리였다. 당시 LG디스플레이는 4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해 반전이 필요했다.

권 부회장 취임 후 LG디스플레이는 2개 분기 만에 흑자를 기록했고, 2007년 연간 실적도 흑자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브라운관 사업의 침체, 액정표시장치(LCD) 공급과잉에도 과감하게 투자했고 소극적인 영업 정책에서 탈피해 LCD 정상급 기업으로 거듭났다. LG디스플레이가 2010년부터 애플 아이폰4에 LCD 패널을 공급하는 협력 관계를 시작할 수 있었던 것도 그의 대표적인 성과다.


◇선대회장이 직접 맡긴 배터리 사업 육성

배터리와 처음 인연을 맺은 건 2012년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사장)으로 발령 났을 때였다. 당시 신설된 전지사업본부는 기존 소형전지사업부와 중대형전지사업부가 통합돼 승격한 부서였다. 석유화학, 정보전자소재와 함께 3대 핵심사업으로 키우기 위한 조직개편이었다.

고(故) 구본무 회장은 인사를 내기 전인 2011년 11월 권 부회장을 집무실로 불러 "배터리 사업도 LCD처럼 세계 최고로 키워달라"고 당부했다. 1992년에 영국에서 직접 배터리 샘플을 들여와 연구개발을 지시할 정도로 생전에 배터리 사업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던 회장이 직접 권 부회장을 불러 일을 맡겼다는 건 그만큼 신뢰가 두터웠음을 보여준다.

권 부회장은 LG화학이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영역을 확대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당시 LG화학은 제너럴모터스(GM), 르노 같은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과 협력해 배터리를 공급했다. 일본·중국 시장까지 개척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일본 파나소닉이 독점 공급하던 테슬라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쾌거도 이뤘다.

◇LG유플·㈜LG 거쳐 배터리 승부수 띄울 적임자로 재등판

권 부회장은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에서의 경영성과를 인정받아 2015년 12월 부회장으로 승진하는 동시에 LG유플러스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이동통신업계 후발주자였던 LG유플러스는 만년 3위였다. 정체 상태인 통신사업 외에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었다. LG그룹은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에서 보여준 ‘권영수 매직’을 기대했다.

라이선스를 기반으로 3사가 경쟁하는 이동통신업계 특성상, LG유플러스를 1위 기업으로 올려놓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다만 권 부회장은 이동통신 가입자 1300만명을 기록해 점유율을 소폭 올렸고, 콘텐츠 등 신사업을 추진해 매출을 다변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외에도 업계 처음으로 화웨이의 스마트폰을 들여오는 혁신적인 시도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케이블TV 1위 사업자 CJ헬로(현 LG헬로비전) 인수를 추진한 것도 그가 그린 큰 그림 중 하나였다.

권 부회장은 2018년 구광모 회장 시대가 열린 이후 지주회사인 ㈜LG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구 회장의 조직 장악력을 높이는 동시에 구본준 회장의 계열분리 작업을 위해 LG전자 CFO 출신인 권 부회장을 기용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실제로 LX그룹 계열분리는 별다른 잡음 없이 마무리됐다.

권 부회장은 LG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배터리 사업의 확대를 위해 다시 한번 구원투수로 등판한다. LG화학은 2020년 12월, 급성장하는 배터리 사업의 투자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사업 부문이었던 배터리 사업을 물적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을 출범했다. 당시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서 연간 3조원이 넘는 자본적지출(CAPEX)을 감당해야 했다. 원활한 자금 조달을 위해 LG화학으로부터 독립해야만 했다.

이듬해 11월, 권 부회장은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당시 회사는 현대차와 제너럴모터스(GM)의 전기차 리콜 사태가 발생해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또한 LG에너지솔루션은 현대차와 GM, 스텔란티스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로부터 합작법인 설립하기로 한 데다, 배터리 수주 물량 규모도 200조원을 넘어 사업적으로 중요한 전환기였다. 2022년 초에 기업공개(IPO)도 예고된 상황이었다. 구광모 회장이 권 부회장이 LG전자, LG디스플레이 기타비상무이사 등 모든 직책을 내려놓고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직만 맡게 한 것도 사업 확장의 적기를 놓쳐선 안 된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2022년 1월 LG에너지솔루션은 한국 자본시장 역사상 최대 IPO로 손꼽히며 코스피 시장에 입성했다. 수요예측에 역사상 가장 많은 1988개 기관이 참여했고, 주문 규모는 1경5203조원에 달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앞으로 깨지기 어려운 기록이라고 입을 모은다.

당시 권 부회장은 "일찌감치 2차전지 사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선정하고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과감한 투자와 연구개발을 강조해온 고 구본무 회장님께서 이 자리를 누구보다 기뻐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는 미국과 유럽연합(EU), 중국 등 주요국이 보호무역을 강화하고 있고, 중국 등 경쟁사와 경쟁도 더 치열해지고 있다.

권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실행력'을 강조했다. 지난 2년간 품질과 조직문화 등을 강조한 것과 대비된다. 그는 업계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배터리 품질 경쟁력을 높이고, 스마트팩토리 구현, 공급망 관리 등으로 안정적인 생산 체계를 구축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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