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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욱의 럭스틸]'손 빠른 명장' 뒷받침한 설비 확대②'내 새끼' 효자 장손으로 키운 팔할은 설비 증설…사옥 팔고도 투자 '올인'

허인혜 기자공개 2023-04-21 10:05:53

[편집자주]

'회장님의 어떤 것'은 특별하다. 최고 경영자가 주목한 기술이나 제품이 곧 기업의 미래이자 경쟁력이 되기 때문이다. 나아가서는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거나 글로벌 시장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모든 것이 오너의 역할은 아니겠지만 의사결정권자의 무게감은 더없이 막중하다. 더벨이 기업 오너와 최고경영진들이 낙점한 기술·제품의 과거와 현재를 짚어보고 미래를 전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4월 19일 16: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조업계에게 소재의 전복은 영원한 숙제다. 나무처럼 따뜻한 결이 느껴지되 철강처럼 강해야하고, 종이처럼 패턴이 다채롭되 약해서는 안된다. 소재 가공기술의 발전은 적용 범위를 크게 늘린다. 늘어난 적용 범위는 다시 실적 성장의 재료가 된다.

동국제강의 고급 컬러강판 브랜드 '럭스틸'의 지향점이다. 고급화 측면에서는 지향점을 꽤 따라잡았다. 나무결을 표방한 고급 컬러강판이 냉장고 문을 대신하고 패널에 색을 입힌 고급 컬러강판이 건물의 외벽이 된다.

하지만 럭스틸은 명장을 표방하되 명장이기만 해서는 안됐다. 정확히는 생산성 부문에서 그랬다. 아무리 고급 강판을 추구한들 기업으로서 '방망이 깎는 노인'이 될 수는 없는 일이다. 장 부회장은 어떻게 고급과 생산성의 두 마리 토끼를 잡고 럭스틸을 키웠을까.
동국제강이 2021년 공개한 컬러강판 신제품들. 나무 표면을 따라 디자인한 컬러강판 등이 전시돼 있다. 사진=동국제강

◇사옥 팔고도…10년간 생산라인 대폭 확대

장 부회장에게도 품질과 생산성의 투트랙은 오랜 고민이다. 럭스틸이 출범한 2010년대 초반만 해도 철강업계에는 소품종 다생산이 원칙이었다. 장 부회장이 럭스틸 런칭과 디자인 강화를 결정하자 일부에서 반발이 인 것도 이때문이다.

우려를 잠재운 건 설비 투자다. 10년간 컬러강판 생산 라인을 4개에서 9개로 늘렸다. 럭스틸의 출발점인 건축 자재와 산하 브랜드 앱스틸(Appsteel)의 가전제품용 고급 강판 등 전체 컬러강판 생산성은 49만톤에서 85만톤까지 증대됐다.

과거 유니온스틸은 럭스틸은 건축 부문을, 앱스틸은 가전 부문을 겨냥해 내놓은 바 있다. 지금은 럭스틸이 동국제강의 전체 컬러강판을 포괄하는 브랜드다. 앱스틸은 가전 부문에 집중한 브랜드로 럭스틸에 포함된다.

2012년 두 개의 설비라인을 보강했다. 프린트 강판 전문설비인 6호 라인과 라미네이터 전문 설비인 7호 라인이다. 전년인 2011년 설비투자에 774억원을 투입하기로 공시한 바 있다.

프린트 강판은 컬러와 무늬를, 라미네이터 강판은 필름을 입힌 강판으로 디자인에 변주를 줄 수 있다. 6호와 7호 라인은 고급 건재와 가전용 라미나 강판, 프린트 강판과 럭스틸 생산을 위해 건립됐다. 라인별로 6만톤을 추가로 생산하게 돼 전체 연산 규모가 65만톤으로 늘었다.

6·7호 라인의 특징은 불연속무늬 컬러강판 생산이 가능했다는 점이다.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불연속무늬 컬러강판을 연속 생산하는 설비는 처음이었다. 2013년 연산 3.5만톤 규모의 8호기가 도입됐다. 8호기 증설에만 150억원이 들었다.
2013년 유니온스틸 부산공장에서 장세욱 당시 사장이 No.8CCL에서 초도 생산된 제품에 기념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사진=동국제강

설비라인 증설로 고급화 전략도 강화됐다. 20년 이상 유지되는 강판 외벽이면서도 대리석이나 금속 등의 느낌을 내는 데 집중했다.

그중에서도 컬러강판 전문 생산라인 'S1CCL'(Special 1CCL)은 상징성이 큰 곳이다. 컬러강판 기술력에서 한발 더 나간다는 의미를 담아서다. 글로벌 최초로 라미나 강판과 자외선 코팅 공정을 합해 1600mm 규모의 광폭 생산라인을 설치했다. 여기서는 기존 럭스틸 제품보다 더 선명하고 광택이 높은 제품을 내놓는다.

장 부회장이 고급 강판을 표방한 건 궁극적으로는 매출액 증대를 위해서다. 예컨대 핫코일 1톤의 가격이 약 110만원이라고 하면 아연도금을 하면 30만~40만원을, 컬러프린팅을 입히면 여기에 다시 30만~40만원을 얹어준다. 동국제강의 S1 CCL 라미나 공정을 거치면 원가격의 두배 이상으로 값이 뛴다.

생산성 증대 프로젝트에는 주요 인물들이 동행했다. 박상훈 동국제강 냉연영업실장(전무)이 대표적이다. 박 전무는 5월 주주총회 의결을 앞둔 동국제강의 물적분할이 통과되면 냉연 파트를 맡을 동국씨엠(가칭)의 대표로도 내정된 인물이다.

◇'내수 1위' 달성한 럭스틸, 반전드라마 딛고 해외로

멕시코에서 동국제강의 컬러강판 제품을 만나는 방법은 뭘까. 의외로 쉽다. 삼성전자 제품을 사면 된다. 동국제강은 지난달 멕시코에 제2코일센터를 준공했다. 연산 7만톤의 컬러강판 가공 능력을 갖췄다. 주요 고객사는 삼성전자다. 핵심 제품은 럭스틸이다.

럭스틸은 이제 주 무대를 글로벌로 옮겼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물론 미쓰비시와 파나소닉, 월풀, 샤프 등에도 고급 컬러강판을 납품한다. 코일센터는 인도와 태국, 베트남 등에 확보했다. 그 배경에는 지난 12년간 쌓은 내공과 국내 시장이 포화상태라는 판단력이 자리했다.
지난달 동국제강 멕시코 제2코일센터 준공식에 참석한 장세욱 부회장. 사진=동국제강

2020년까지 동국제강의 컬러강판 점유율은 국내 35% 수준이었다. 최근에는 20%대로 축소됐다. 빈 자리는 해외 수출량이 채웠다. 2021년을 기준으로 동국제강의 연산 컬러강판 중 45만톤이 해외로 나갔다. 생산량 기준 60% 정도를 수출로 소화하고 있다.

럭스틸을 선봉장으로 한 유니온스틸·동국제강의 컬러강판 생산량은 매년 쑥쑥 성장했다. 냉연부문은 2021년이 가장 성과가 좋았다. 생산량은 156만5000톤, 판매량은 164만4000톤이다. 평년대비 생산량과 판매량 모두 늘었다. 럭스틸 생산량은 출범 첫해 6만톤에서 2021년 28만톤까지 다섯 배로 늘었다.

장 부회장의 '내 새끼' 럭스틸은 장성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2030년까지 컬러강판 매출 2조원, 100만톤 체제를 구축한다는 DK 컬러 비전 2030을 목표하고 있다. 2014년까지만해도 산업은행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체결했던 동국제강이다.

동국제강은 가계부를 다시 쓴다는 각오로 30년 이상 자회사로 뒀던 유니온스틸과 합병을 단행했다. 유니온스틸의 냉연 제품들로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파고를 헤치겠다는 계획이었다. 동국제강은 장세주 회장이 마음을 쏟은 상징적인 건물 페럼타워를 팔았지만 판매 대금으로 설비투자를 단행해 반전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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