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반도체, '보릿고개'에도 부각되는 낙수효과 기대감 어닝쇼크 불구 미래 성장가치에 주목, 밸류에이션 재평가
김혜란 기자공개 2023-04-24 14:39:45
이 기사는 2023년 04월 21일 11: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미반도체가 올해 1분기 반도체 다운사이클(하강 국면) 영향에 따른 실적 부진을 피해 가진 못했다. 다만 시장에선 오히려 기업가치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반도체 후공정(패키징·테스트) 생태계가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 한미반도체가 낙수효과를 누릴 만한 기술과 제품군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21일 한미반도체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전년보다 58%가량 감소한 약 265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약 21억원인데 이는 전년 동기대비 90.2% 줄어든 것이다. 반도체 불황으로 한미반도체의 주요 고객사인 반도체 패키지 및 테스트 외주업체(OSAT)들의 설비투자가 줄면서 수주가 감소한 탓이다.
◇주목받는 후공정 생태계, 다양한 제품라인업
다만 주요 증권사에선 오히려 목표주가를 상향했다. 삼성증권은 당장 실적 부진은 불가피하지만 반도체 밸류체인에서 후공정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만큼 한미반도체가 낙수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넓어지는 후공정 생태계 속 미래 성장가치를 반영해 목표주가를 2만3000원으로 상향한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도 목표주가를 기존 1만8000원에서 2만5000원으로 올렸다.
한미반도체가 주목받는 것은 첨단 패키징 관련 장비 라인업을 다양하게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의 주력제품은 마이크로쏘(Micro SAW)와 비전플레이스먼트(Vision Placement), EMI실드(Electro Magnetic Interference Shield), 실리콘 관통전극(TSV)용 TC본더(Bonder) 등이다.
특히 인공지능(AI) 수요 증가로 TSV TC본더 판매 확대가 기대된다는 평가가 많다.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 HBM3 생산능력(캐파, CAPA) 증설에 나서면서 장비 투자에 따른 수혜를 입을 것이란 전망이다. HBM3은 TSV 공정을 통해 12개의 디램(DRAM) 다이를 수직으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지는데 한미반도체의 장비는 다이를 수직으로 붙이는 공정에 투입된다. HBM은 AI 구동을 위한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로 각광받고 있다.
마이크로쏘는 반도체 패키지를 작게 절단하는데, 비전플레이스먼트는 절단된 반도체를 세척·검사·분류하는 장비다. EMI실드는 반도체 칩의 미세화로 발생하는 전자파 간섭 현상을 막기 위해 전자파 차단 금속막을 입히는 과정에 필요하다. EMI실드의 경우 기존 적용처인 스마트폰, 자동차 전장부품에 그치지 않고 저궤도 위성통신서비스를 비롯해 4차산업의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어 앞으로 엔드유저(최종사용자)가 늘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 지난해 마이크로쏘 원천기술을 활용해 '웨이퍼 마이크로 쏘' 장비를 내놨는데,일본 장비기업 디스코가 장악한 웨이퍼 절단장비 시장을 새롭게 개척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형성되고 있다.
◇넉넉해진 곳간…R&D·투자 여력도 충분하다
탄탄한 재무여력도 기업가치 재평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 한미반도체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036억원이며 1014억원 순현금 상태다. 회사가 곳간을 1000억원 넘게 채워두고 있다. 지난해 자본적지출(캐펙스, CAPEX)을 제한해 현금흐름을 관리한 게 결과적으로 올해 닥친 불황을 버틸 체력이 돼주고 있는 셈이다.
넉넉해진 현금은 추후 배당과 투자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한미반도체의 경우 제품군 다각화에 적극적이라 앞으로 신규 아이템 론칭 등을 위한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제품군이 많아지면 추가 증설 자금도 필요할 수 있다.
황 연구원은 "충분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으로 신규 연구개발(R&D) 재원이 마련됐다"며 "적극적인 기술 투자를 통한 도약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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