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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리지 재무 분석]포인트 소진율 높인 제주항공, 부채부담 털어낸 효과마일리지 양도거래·구매충전 서비스 도입, 신규 적립보다 마일리지 사용 늘어

문누리 기자공개 2023-05-09 07:38:45

[편집자주]

항공사 마일리지, 주유소·쇼핑몰 포인트 등은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코인'이다. 기업 스스로 적립과 사용, 회계 처리 방식까지 통제해 가치를 조절할 수 있는 화폐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이를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부채비율 등 재무지표뿐 아니라 회사의 이미지와 실적까지 영향을 받는다. THE CFO가 기업별 마일리지 회계 처리와 활용 전략, 이로 인한 사업·재무적 영향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5월 02일 18:15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주항공은 저가항공사(LCC)들 중 가장 먼저 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하면서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FSC)들과는 다른 노선을 택했다. 부채로 인식되는 마일리지 누적을 꾸준히 털어내기 위해 개인간 거래와 충전 서비스 등을 추가한 것이다.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마일리지 사용률을 높이자 신규 적립되는 포인트 금액보다 고객들이 소진하는 금액이 더 커졌다. 마일리지 규모가 부채에 비해 비중이 크진 않지만 소폭의 부채비율 개선효과도 있었다.

◇FSC 부채부담 '타산지석' 삼은 제주항공, 마일리지 소진율 높이기에 초점

2005년 설립된 제주항공은 다음해부터 마일리지 제도 'JJ클럽 포인트'를 론칭했다. 마일리지는 2010년부터 국제회계기준(IFRS)을 적용하면서 이연수익으로 인식됐다. 기존엔 원가 기준으로 설정하던 마일리지 부채는 이때 공정가치 기준으로 변경됐다.

이에 적용되는 마일리지 기준가격이 오르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이연수익 부채 관련 부담은 5배 이상 커졌다. 제주항공은 적립된 마일리지가 거의 없어 타격이 적었지만 이들 FSC의 선례를 타산지석 삼아 자체 마일리지 제도를 개선하기 시작했다.

먼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으로 양분된 항공시장 점유율 일부를 제주항공으로 가져오기 위해 2015년 말 마일리지 제도를 '리프레시포인트'로 개편했다. 이름만 바꾼 게 아니라 마일리지 적립률도 항공운임의 5% 기본적립으로 바꿨다.


제주 노선 이코노미 클래스 탑승시 276마일 적립 등 정액제로 운영하는 FSC와 달리 소비자 피부에 와닿게 개선한 셈이다. 이에 마일리지 적립을 포함한 이연수익 규모는 2015년 9억원에서 2016년 21억원으로 133% 증가했다.

마일리지 적립 규모를 늘리는 동시에 소진 속도도 높이기 위해 제주항공은 두 가지 장치를 추가했다. 개인간 양도 거래와 충전 서비스다. FSC의 경우 가족끼리만 마일리지 양도가 가능해 적립뿐 아니라 사용도 상대적으로 까다롭다. 또 일정금액의 마일리지를 쌓지 못하면 사용 자체가 어려워 소진속도가 느리다.

이에 제주항공은 가족이나 친구, 연인 등 최대 4명까지 마일리지를 양도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관계를 증명할 필요도 없어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제주항공 리프레시포인트는 화폐처럼 거래되고 있다. 필요한 만큼 양도 거래를 통해 마일리지를 채우고 일시 소진할 수 있는 셈이다.

이어 2016년 6월엔 리프레시포인트 구매 충전 서비스를 도입했다. 고객 혜택 차원에서 부채로만 인식하던 마일리지가 구매 서비스를 적용하면서 제주항공의 새로운 수입원으로 자리잡게 됐다.

◇신규 적립보다 많아진 마일리지 소진, 부채비율 개선에도 일부 기여

제주항공의 마일리지 제도 개편 시도는 재무제표 상 지표를 바꿔놨다. 마일리지를 포함한 이연수익 증가세는 유지하면서 소진 규모도 꾸준히 늘릴 수 있게 됐다. 영업활동을 통한 항공권 판매로 마일리지 적립은 지속하는 동시에 부채로 쌓이는 마일리지는 소진해 수익으로 인식하는 속도를 높였다.

제도 개편 이후 최근 5년 간 신규 마일리지 적립을 포함한 이연수익 발생규모를 보면 2018년 17억원, 2019년 19억원 등으로 늘었다. 2020년, 2021년엔 코로나19 영향으로 줄었지만 2022년 다시 증가세다.


고객이 쌓아둔 마일리지를 항공권이나 기내식, 수하물, 좌석지정 서비스 등으로 바꾸면서 소진하면 그때 새로운 수익으로 인식한다. 이 같은 마일리지 소진을 포함한 수익의 인식 규모는 2018년 5억원에서 2019년 16억원으로 220% 늘었다.

코로나19 기간 항공노선 운영이 원활하지 않았던 때에도 마일리지 소진을 포함한 수익의 인식은 2020년 11억원, 2021년 19억원, 2022년 20억원 등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특히 이 기간엔 고객 혜택으로 적립해주는 마일리지 규모보다 소진시키는 규모가 훨씬 커졌다.

이연수익 전체 규모로 보면 코로나19 기간 이연수익은 2020년 42억원, 2021년 29억원, 2022년 19억원 등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대한항공은 2조4844억원, 2조6247억원, 2조7026억원, 아시아나항공은 8890억원, 9209억원, 9404억원 등으로 늘어난 것과 대비된다. FSC와 달리 제주항공이 마일리지 소진 속도를 높이면서 계약부채로 잡히는 이연수익 총액을 줄여 부채부담을 털어낸 것이다.

2022년 별도 기준 제주항공 이연수익 19억원은 부채총계(1조3480억원)의 0.14%에 달한다. 전체에 비해 비중이 크진 않지만 마일리지 제도 개선은 부채비율 등 재무건전성 확보에도 일부 기여했다. 2013년 203.3%, 2014년 229.2%였던 별도 기준 제주항공 부채비율은 마일리지 제도 개편 이후 2015년 106.1%, 2016년 120.6% 등으로 개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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