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5월 04일 07: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던스트의 채용공고에는 조금 특이한 조건이 하나 걸려있다. 모든 입사지원자는 이력서에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필수로 기재해야 한다. 디자이너부터 디렉터, 팝업스토어 스태프까지 직무를 가리지 않으며 경력 10년 이상의 임원급 인재를 채용할 때도 예외는 없다.팔로워 수가 많은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사진과 동영상으로 일상을 기록하는 인스타그램은 개개인의 관심사와 취향을 직관적으로 드러낸다. 지원자의 성향이 던스트의 감성과 얼마나 맞닿아 있는지를 파악하는 데 최적화된 도구다.
특별한 인재 평가 방법의 뿌리는 던스트의 태생에서부터 찾을 수 있다. 던스트는 2018년 오규식 LF 부회장이 2030 세대를 겨냥한 스트리트 브랜드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유재혁 패션리서치실 과장에게 건넨 제안에서 출발했다.
오 부회장은 유 과장에게 새로운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론칭을 맡기고 브랜드가 성공할 경우 CEO가 될 수 있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유 과장을 필두로 부회장 직속 TF팀이 만들어졌다.
당시 패션 대기업이 스트리트 브랜드를 출시해 성공한 사례는 전무했다. 유 과장은 젊은 소비자들의 감각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LF의 기존 성공방식을 버려야 한다고 판단했고 새로운 DNA를 장착하기 위해 팀원을 외부에서 찾아 나섰다.
이때 유 과장이 사용했던 도구가 바로 인스타그램이다. 인스타그램에서 직접 사람들의 프로필을 뒤져가면서 새로운 브랜드와 어울릴 인재를 골라냈다. 다이렉트 메시지를 보내가며 영입을 진행했고 지금의 던스트 팀을 완성해냈다.
던스트 팀은 즉시 브랜드 론칭 작업에 나섰다. 임원진의 결재 없이 독립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어 디자인부터 마케팅까지 자유롭게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었다. LF 내부에서는 유 과장이 인스타그램으로 모은 사람들과 지금까지 안 해본 방식으로 일을 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한다.
던스트는 브랜드 기획 3개월 만에 첫 상품을 선보였다. 출시 과정에서도 LF에 의존하지 않고 무신사 등 외부 편집숍에 적극적으로 입점하는 전략을 폈다. 빠르게 소비자에게 눈도장을 찍고 100% 넘는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던스트의 성공에 오 부회장도 약속을 지켰다. 유 과장은 현재 LF의 자회사 씨티닷츠를 이끄는 대표다. 지난해 인력을 충원하고 올해 블랙핑크 지수를 앰배서더로 선정하며 던스트의 해외 진출에 시동을 걸고 있다. 인스타그램으로 모은 인재가 해외에서는 어떤 기록을 만들어 낼지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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