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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충전 인프라 시장 분석]이유 있는 각축전, 어떤 곳이길래 대기업 몰려드나①2030년 450조 예상, 매년 30% 고속 성장...급속충전기·충전사업자 진출 속도

이호준 기자공개 2023-05-22 07:30:58

[편집자주]

전기차 충전 인프라 시장은 다양한 기회가 존재하는 곳이다. 실과 바늘이라는 말처럼 최근 몇 년간 세계적인 전기차 보급 증가 추세로 관련업계 역시 계속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파이가 커지면서 경쟁자도 많아졌다. 심지어 SK나 LG와 같은 대기업들이 기존 영세 중소사업자와 파이를 나눠먹는다. 결국 시장 재편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누가 패권을 장악할 것인가, 업계는 여기에 주목하고 있다. 제조·설비 업체부터 충전사업자(CPO)까지 국내 대기업들의 전기차 충전 인프라 시장 진출 현황을 더벨이 점검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5월 16일 15: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은 사실 '전기차 충전기 부유국'다. 환경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말 전기차 충전기 설치 대수는 20만5205기다. 이 기간 전기차 누적 보급 대수가 39만여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충전기 1기당 전기차 1.9대를 충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단연 세계 최고 수준이다. 미국은 충전기 1기당 16대, 프랑스 10대, 중국은 6대에 불과하다. 크고 작은 전기차 충전 업체 400여곳이 국내 시장에 침투해 있는 덕이다.

다만 완속 충전기가 대부분이라 이용자들의 편의성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완속 충전기는 충전하는 데 3~5시간은 걸린다. 초기 투자 비용이 높지만 사람들이 많이 찾는 급속·초급속 충전기로 수익구조를 만드는 곳이 시장의 키를 잡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또 우후죽순 생겨난 충전사업자(CPO) 속에서 설치 이후에 사후 관리 자질을 보유한 업체를 찾기가 힘들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대기업들이 전기차 충전 인프라 시장에 눈을 두고 있는 배경이다. 사실상 삼성을 제외한 주요 그룹 대부분이 뛰어들고 있다. 예컨대 SK는 2021년 미국 급속 충전기업체 '시그넷EV'를, LG는 2022년 국내 전기차 충전 전문 업체 '애플망고'를 각각 인수했다. 이밖에 롯데와 LS는 지난해 전기차 충전기 제조업체인 이브이시스(옛 중앙제어)와, 전기차 충전 사업 신설법인 LS이링크를 각각 인수, 설립했다.

◇부족한 급속 충전기 수...CPO 자질 부족한 곳도 수두룩

전기차 충전 인프라 시장 규모는 2030년까지 매년 30% 가량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컨설팅 회사 롤랜드버거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충전 인프라 시장 규모는 2023년 550억 달러(약 76조원)에서 2030년 3250억 달러(450조원)로 6배 가까이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 시장의 성장은 전기차 판매량 증가와 맞물려 있다. 투자 은행 제프리스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판매 대수는 2022년 900만여대에서 2023년 1150만대로, 이어 2025년 1900만대, 2030년에는 3600만대의 전기차가 판매될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전기차 충전 인프라 자체는 먼 미래에나 만족할 수 있는 미완성의 장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 20만5205기 가운데 완속 충전기는 18만4468기, 급속 충전기는 2만737기다. 빠른 충전을 뒷받침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환경부 자료

이보다 주목할 점은 인프라 축적 과정에서 생겨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전기차 충전산업은 크게 제조·생산업체와 운영을 맡는 CPO로 나뉜다. 이 중 CPO의 대부분이 영세 중소기업이라 노후화 및 관리 미흡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마치 실과 바늘의 관계"라며 "중요한 것은 급속 충전기의 증대와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진입장벽 높아진다...대기업들의 진출 이유는

점점 진입장벽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급속 충전기는 완속 충전기 판가의 5~15배, 설치 비용은 10배 안팎까지 비싸다. 시간당 100㎾ 이상을 충전할 수 있지만 그만큼 높은 기술력과 풍부한 자본력이 바탕이 되어야 파고들 수 있는 시장인 셈이다.

CPO도 마찬가지다. 부지 확보 및 컨설팅, 충전기 관리 및 소프트웨어 운영, 타 충전소와의 협업 등 다양한 서비스업을 기반으로 우리 일상에 침투하는 CPO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서비스를 제공하고 투자를 지속하는 부분은 아무래도 대기업이 유리하다.

최근 인프라 확장을 위해 각국이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금액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하는 것도 대기업들의 참여 욕구를 북돋는 내용이다. 성장 산업인 만큼 완성차 업체 등 보조금을 받고 자유롭게 성장하고 싶은 기업들의 각축장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테슬라 급속 충전소 '슈퍼차저'

단적인 예가 테슬라다. 그간 테슬라는 전기차 표준 규격인 DC콤보(CCS 충전 단자)와는 별도의 충전 규격을 고수하며 자신들만의 급속 충전소 '슈퍼차저'를 구축해 왔다. 하지만 테슬라는 올해부터 미국에서도 일부 충전소를 개방하고 연방 지원금을 받기로 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테슬라나 일부 대기업들이 시장을 끌고 가고 있고 그 과정에서 도태되는 업체들이 나오는 상황"이라며 "모든 시장이 그렇듯 전기차 충전 인프라 시장도 기술과 자본이 앞선 곳들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 수익 안 나지만...SK·LG 등 다 들어왔다

당장 큰 수익이 나는 사업이 아님에도 대기업들이 전기차 충전 사업에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 이유다. 예컨대 미국 초급속 전기차 충전기 시장 1위인 SK시그넷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29억원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규모의 경제를 위해 캐파 확대를 검토 중이다.

LG그룹도 주요 플레이어 중 한 곳이다. 지난해 LG전자는 GS에너지와 공동으로 전기차 충전기 전문업체 '애플망고' 지분을 인수했다. 올해 1분기 기업설명회(IR)에 따르면 LG전자는 올 2분기 국내 시장에 완속·급속 충전기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각 그룹사

사업에 뛰어든 결과로 기대할 수 있는 건 당연히 부가 수익이다. 이를 위해 롯데그룹의 롯데정보통신은 지난해 전기차 충전기 제조사 이브이시스(옛 중앙제어)를 인수했다. 신규 전기차 충전기를 4000기 이상으로 늘려 롯데 유통매장을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내가 제일 잘하는 것'을 찾아온 곳도 있다. 전기·전자가 주력인 LS그룹은 지난해 지주사 ㈜LS와 LPG 유통사 E1이 전기차 충전 솔루션 기업 LS이링크를 설립했다. LS이링크는 지난달 전기차 충전 인프라 기업 SE모빌리티 지분을 인수하며 설립 후 첫행보에 나섰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성장하는 산업이기 때문에 가능성과 시장의 주목도가 상당한 것"이라며 "일단은 SK와 LG그룹이 가장 앞서가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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