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분석/삼표그룹]삼표산업의 '합병', 핵심은 자사주...승계 위한 포석일까①자기주식 49% 달해...3세 정대현 사장이 매입 또는 교부 받을 가능성
이호준 기자공개 2023-05-19 07:30:00
이 기사는 2023년 05월 17일 14시1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표산업이 경영 효율화를 위해 모회사인 ㈜삼표를 흡수합병한다. 이번 합병이 이뤄지면 삼표산업은 앞으로 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 회사로서 레미콘 등 건자재 사업에 속도를 내고 ㈜삼표는 지주회사 전환 10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삼표산업이 지주회사를 끌어안는 또 다른 이유로는 '경영권 승계'를 위한 의도 역시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통상 거꾸로 자회사가 모회사를 합병하는 경우 존속법인의 자기주식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정도원 회장이 1947년생으로 적지 않은 나이인 만큼 아들의 지분율을 높이는 데 삼표산업의 자기주식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자기주식 대거 확보...활용법에 쏠리는 눈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표산업과 ㈜삼표가 합병을 추진한다. 합병기일은 오는 7월 1일. 대략 ㈜삼표 주식 1주를 삼표산업 1.8주로 바꿔주도록 산정됐다. 양사 모두 비상장사로 합병비율과 관련된 별도의 규정은 없으나 공정성 확보 차원에서 외부 평가기관의 검토를 토대로 양사간 협의 하에 이같은 비율을 산정했다는 게 삼표산업의 설명이다.
㈜삼표 관계자는 "이번 합병은 경영 효율화 차원"이라며 "그간 의사결정 구조를 단일화해 레미콘 사업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설했다.
다만 눈길을 끄는 건 합병 방식이다. 삼표그룹은 자회사인 삼표산업이 지주회사이자 모회사인 ㈜삼표를 합병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 경우 존속법인은 자회사인 삼표산업이 되고 모회사인 ㈜삼표는 소멸법인이 된다.
이번 합병 방식이 주목을 받는 건 통상 자기주식이 늘어나는 경향 때문이다. 자회사가 모회사를 합병할 경우 모회사가 가진 자회사 주식은 결국 자회사가 자기주식으로 취득한다. 쉽게 말해 ㈜삼표가 가진 삼표산업 주식이 자기주식으로 전환되는 셈이다.
㈜삼표의 경우 자회사 삼표산업 주식을 1025만주, 지분율로 따지면 98.25%나 갖고 있다. 삼표산업은 합병 비율에 따라 ㈜삼표 주주들에게 총 1053만주를 신주로 배정할 예정인데 여기에 1025만주라는 자기주식까지 쏟아지는 것이다.
이는 합병 후 삼표산업 총 주식 수의 49%에 해당하는 규모다. 현행법상 자기주식은 회사가 영구히 보유할 수도 있고 시장에 내다 팔 수도 있다. 역합병의 대가로 소멸법인, 즉 ㈜삼표 주주들에게 교부하는 것도 가능하다.

◇지분율은 낮아지지만...승계 시나리오는↑
물론 자기주식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선 삼표그룹이 밝히지 않았다. 소각을 통해 아예 없애는 수도 있다. 다만 3세 경영이 가시화된 그룹 입장에서는 향후 자기주식을 활용해 경영권 승계에 나서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삼표그룹은 가족회사다. 지난해 말 기준 창업주 고 정인욱 회장의 2세 정도원 회장이 ㈜삼표 최대주주(65.99%)이고, 3세 정대현 사장이 11.34%, 정 사장의 개인회사인 에스피네이처가 19.43%의 지분율을 나타내고 있다.

이번 합병으로 오너일가의 삼표산업 지분율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위에서 언급한 합병 비율에 따라 정도원 회장의 삼표산업 지분율은 33%, 정 사장은 6%, 에스피네이처가 11%로 낮아질 전망이다.
그래도 승계의 핵심은 변하지 않는다. 핵심은 그룹사 지배구조 최정점에 위치한 정도원 회장의 삼표산업 지분을 정 사장이 어떻게 물려받는지다. 일단 정 사장이 ㈜삼표 등기이사로 책임경영에 나선 지 수년이 흐른 데다 정도원 회장이 1947년생으로 적지 않은 나이라 승계를 위한 명분 자체 충분하다.
이번에 추진되는 합병으로 승계 시나리오는 더욱 다양해졌다. 예를 들어 향후 정 사장이 삼표산업의 지분율을 높이기 위해 개인회사 등으로 존속법인의 자기주식을 매입·교부받는 식의 선택지가 삼표그룹에 주어졌다. 또 정 사장이 본인의 개인회사와 삼표산업을 합병시켜 현물 출자하는 방식 등으로 주식을 확보해 나갈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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