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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사 스포츠경영 리포트]바둑 심은 신라면, 농심 中 영토확장 촉매제'신라면배 바둑최강전' 20년 공들인 국제대회, 초기 정착 매출 20배 '한한령' 돌파구로

이우찬 기자공개 2023-05-31 08:04:25

[편집자주]

유통 맞수 롯데와 신세계의 스포츠 경영 경쟁이 뜨겁다. 롯데자이언츠는 올해 KBO리그에서 15년 만에 9연승을 달렸고 작년 우승팀 SSG랜더스는 올해도 순항중이다. 두 구단은 적극적인 모기업 투자 속에 계열사 마케팅 협업으로 시너지를 노리고 있다. 스포츠 산업화에 기여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롯데·신세계를 비롯한 각 유통기업이 운영하는 스포츠 구단의 경영철학과 계열사간 시너지 창출 현황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5월 26일 13: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라면업계 형님으로 통하는 농심은 식품업계에서 스포츠경영을 가장 활발히 펼치는 기업 중 한곳이다. 2010년대 후반 별도법인으로 e스포츠구단 운영에 뛰어들었다. '농심 신라면배 세계바둑 최강전(이하 신라면배)'은 20년 이상 전통을 자랑하는 대회로 유명하다. 특히 신라면배는 신라면과 농심 브랜드를 최대 소비시장 중국으로 침투하는 핵심 구실을 했다.

"중국 바둑 열기, 신라면 알리는데 활용하라" 고 신춘호 창업주 의지

농심 중국사업의 외형 확장과 신라면배는 뗄 수 없는 관계다. 신라면배는 농심의 중국사업 성장을 촉발한 지렛대 구실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농심은 일찌감치 1996년 상하이에 생산공장을 운영하며 중국 진출을 본격화했다. 1998년, 2000년 각각 칭다오공장, 선양공장을 가동했다.

신라면배는 생전 프로 바둑 기사들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고(故) 신춘호 농심 창업주의 의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창업주도 바둑 애호가였다고 한다. 그는 "중국의 바둑 열기를 신라면의 인지도 제고로 연결하는 방법을 고민하라"는 의지를 피력했다. 바둑은 중국 4대 고전으로 불리는 삼국연의·수호전·서유기·홍루몽에 나올 만큼 중국인에게 스포츠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농심은 중국 진출 당시 바둑 열기가 높은 중국인을 사로잡아 농심의 인지도와 신라면 브랜드를 동시에 부각시키는데 주력했다. 1999년 7월 한국기원과 함께 국가대항전인 신라면배를 창설했다. 기업의 제품명을 대회 타이틀로 내세운 것은 세계기전 중 신라면배가 처음이었다. 신라면은 연매출 1조원에 육박하는 농심의 핵심 브랜드다.

농심 관계자는 "갓 진출한 중국시장에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했다"며 "바둑으로 스포츠 마케팅 개념을 활용했다"고 말했다.
2회 신라면배 바둑대회의 조훈현(왼쪽), 위빈. 출처=농심
21회 신라면배 바둑대회 양딩신(왼쪽)과 이동훈. 출처=농심

중국사업 매출 100억→2000억, 반한감정 비껴간 신라면

농심은 바둑대회 목적이 중국시장 공략에 있었던 만큼 현지에서 마케팅과 홍보에 화력을 집중한다. 특히 대국장 인테리어를 비롯해 팜플렛, 제품 전시, 기념품, 시식행사 등을 활용해 농심과 신라면을 적극적으로 알린다. 국내법인의 국제사업부문이 신라면배 개최 등을 주도한다.

중국 소비자들은 대국을 관전하기 위해 대국장이나 TV 앞에 모여들고 이들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신라면 소비로 이어졌다고 한다. 중국이 처음 우승했던 9회 대회는 현지 전역 700여개 언론사에서 집중 보도될 만큼 수백억원에 해당하는 마케팅 효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됐다. 매년 중국에서 치러지는 결승대회는 중국 CCTV, 상해TV, 인민일보 등 다수의 중국 언론사에서 보도할 정도로 관심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CCTV(중국 관영 중앙TV)는 중국인에게 신뢰를 의미한다"며 "인구 10억명이 넘는 중국 전역으로 농심과 신라면 브랜드를 알리는 효과는 광고 이상으로 상당하다"고 평가했다.

신라면배의 흥행은 초창기 중국사업에 돌파구가 됐다. 중국은 세계 최대 면류시장이다. 언론 보도와 입소문 등의 광고 효과는 특약점과 대형마트 입점 등 유통망 확대로 이어졌다. 지난해 농심의 중국사업 매출은 전년보다 7% 증가한 2055억원을 기록했다. 신라면배가 시작된 1999년 100억원에 못 미치던 매출은 23년 만에 20배 이상으로 불어난 셈이다.

20년 이상 신라면배를 개최하며 중국사업의 영역도 확대됐다. 자회사 '연변 농심 미네랄 워터 베버리지'로 음료사업을 영위하고 '칭다오 농심 푸드'를 통해 조미료 사업도 한다. '상하이 농심 커뮤니케이션'를 세워 글로벌 2위 광고시장도 공략한다.

특히 20년 이상 바둑대회를 개최하며 중국시장에서 쌓은 신뢰는 농심이 수확한 최대 자산 중 하나로 평가된다. 중국은 비즈니스에서 '꽌시(관계)'를 상당히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사태로 반한 감정이 거셌을 때 롯데마트와 이마트가 철수했으나 농심의 중국사업은 끄떡없었다. 2017년 매출은 1465억원으로 전년보다 소폭 줄었으나 이후 2020년 처음으로 2000억원 고지를 밟으며 순항했다.

업계 관계자는 "농심이 신라면배로 20년 이상 중국에서 다진 관계는 중국시장에서 한한령에도 큰 매출 감소 없이 사업을 펼친 요인 중 하나다"며 "중국에 남다른 의미를 지닌 바둑으로 중국 소비자에게 신뢰 이미지를 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라면배는 수많은 명승부를 연출하며 세계 최고 기전으로 발돋움했다. 농심은 지난 2015년 17회 대회부터 우승상금을 국내외 최고 수준인 5억원으로 인상하며 대회 위상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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