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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금융 빅블러]케이뱅크·KB 리브엠 성과와 한계는②혁신서비스 기반 경쟁 활성화…중저신용자 비중 아쉬움, 중소사업자와 갈등 초래

이장준 기자공개 2023-07-25 11:41:26

[편집자주]

금산분리의 경계선이 흐릿해지고 있다. 과점 체제인 통신과 금융시장 경쟁을 활성화하고자 정부가 규제를 완화해 길이 열렸다. KT그룹에서 제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출범했고 알뜰폰 시장에 KB국민은행이 진출해 양쪽 시장을 흔들었다. 나아가 최근에는 통신사와 금융사가 혈맹을 구축하고 공동으로 새 먹거리를 발굴하고 있다. '빅블러(Big Blur)'가 활발해진 가운데 주요 플레이어들의 전략과 청사진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21일 10: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T그룹의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와 알뜰폰 서비스를 선보인 KB국민은행은 '은산분리(은행과 산업자본의 분리)'로 막혀있던 서로의 시장에 진입했다. 이들은 기존 과점체제에서 등장하지 않았던 혁신상품을 선보이며 경쟁 활성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아쉬운 측면도 있다. 케이뱅크는 애초 출범 당시 목표와 달리 중저신용자 비중이 아직 저조한 수준이다. 국민은행은 알뜰폰 전업 사업자들로부터 경쟁이 불가능한 수준의 요금제를 제시해 시장을 파괴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케이뱅크, 100% 비대면 아파트담보대출 등 혁신…중저신용자 확보 숙제

케이뱅크는 2015년 11월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받은 데 이어 2016년 12월 본인가를 얻었다. 2017년 4월 3일 자로 본격 영업을 개시했다.

1호 인터넷은행에 걸맞게 케이뱅크는 기존 금융권에 없던 새로운 상품군을 개척했다. 케이뱅크는 영업 시작과 함께 비대면 신용대출과 예적금 상품을 내놓으며 비대면 금융 시대 개막을 알렸다.

2020년 8월에는 금융권 최초 100% 비대면 주택담보대출인 아파트담보대출을 출시했다. 은행 방문 없이 앱에서 2분 만에 아파트 시세를 확인하고 대출한도와 금리를 조회할 수 있다.

2021년 12월에는 목표 금액과 기간을 설정하면 매주 모아야 하는 금액을 자동으로 계산해 이체해 주는 비대면 단기적금 성격의 '챌린지박스'를 내놨다. 올 3월 말에는 금리 인상에 따른 고객의 이자 부담을 덜기 위해 인터넷전문은행 가운데 최초로 고정금리 전세대출 상품을 내놨다.

케이뱅크는 가상자산 거래의 연결고리가 되면서 급속도로 성장했다.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와 손잡고 2020년 6월 실명계좌 발급을 시작했다. 올 3월 말까지 케이뱅크를 통해 업비트에 가입한 고객 수는 약 500만명에 달했다. 케이뱅크를 통해 이뤄진 업비트 입출금 건수는 2년 9개월간 약 1억5000만건 이상을 기록했다.

올 3월 말 기준 케이뱅크의 총수신은 16조6399억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44.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총여신은 52.9% 늘어난 11조942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일부 레거시 은행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대출금 잔액을 기준으로 제주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을 넘어섰다. 카카오뱅크(29조3009억원)에는 못 미치지만 한동안 자본 확충에 난항을 겪으며 개점휴업 상태였음을 감안하면 탄탄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1분기에는 723억원의 충당금적립전이익을 올렸다. 1년 전 같은 기간 473억원과 비교해 53%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당기순이익은 1년 새 57.6% 감소한 104억원을 기록했다. 가파른 볼륨 성장에 건전성 지표는 다소 악화했다. 연체율은 1년 새 0.48%에서 0.82%로 올랐다.

*출처=케이뱅크 경영공시

다만 인터넷전문은행 본래 취지인 중저신용자 포용 측면에서는 목표에 미달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저신용자는 KCB 기준 신용평점이 하위 50%(820점 이하)에 해당하는 차주를 말한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올 3월 말 케이뱅크의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은 23.9%를 기록했다. 작년 9월 말까지만 해도 이 비중이 카카오뱅크보다 높았으나 역전돼 현재는 인터넷전문은행 3사 가운데 가장 낮다. 올해 말까지 이를 32% 수준까지 올리려는 계획을 안고 있다.

케이뱅크는 출범 이후 올 3월 말까지 약 4조3569억원의 중저신용대출을 실행했다는 입장이다. 중저신용 특화 신용평가모형(CSS)을 도입해 대출 승인율을 높이고 신용대출 상품 조회 편의성도 강화했다. 아울러 통신과 쇼핑 데이터를 활용한 '씬 파일러(thin filer)' 특화 CSS도 개발해 금융 이력이 부족한 고객의 대출 문턱을 낮추기 위해 힘쓰고 있다.

*출처=은행연합회

◇알뜰폰 이미지 개선 일등 공신 KB 리브엠, 중소사업자 "가격 경쟁 불가"

국민은행의 알뜰폰 서비스 '리브모바일(리브엠, Liiv M)'은 2019년 4월 시행된 금융혁신지원 특별법에 따라 은행권 최초로 혁신금융서비스를 승인받았다. 그해 12월 서비스를 론칭했다.

리브엠은 국민은행 거래 고객에게 추가 혜택과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한다. 나아가 이종산업 데이터를 결합해 혁신적인 상품·서비스를 출시하고 개인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걸 목표로 안고 있다.

국민은행은 알뜰폰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하고 고객의 선택권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0년 10월에는 오프라인 서비스센터를 보유하지 않은 중소 알뜰폰 회원사를 위해 공동마케팅을 진행하거나 홍보할 수 있는 공간인 알뜰폰스퀘어를 개점했다.

알뜰폰 업계 최초로 5G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고 적금 금리 우대 쿠폰 등 멤버십 서비스도 도입했다. 젊은 층이 사용하는 태블릿이나 워치 같은 세컨 디바이스(2nd Device)와 관련해 요금제 라인업도 강화했다.

ESG 측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기초생활수급자 등 사회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다양한 요금제에서 나눔 할인을 제공해 통신비 절감에 기여했다. 리브엠 매니저를 약 90개 영업점에 배치해 디지털 취약 계층의 통신 서비스 가입을 지원하기도 한다.

여기 힘입어 KB 리브엠 고객은 빠르게 늘어났다. 2021년 5월 10만 회선을 돌파하고 1년 만에 30만 회선을 넘어섰다. 올 2월 기준으로 40만 회선을 돌파한 상황이다.

*출처=KB국민은행 제공

하지만 알뜰폰 업계에서는 금융권의 진출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국민은행이 자본력을 바탕으로 도매대가 이하의 파격적인 요금제를 출시하고 과도한 경품과 사은품을 지급한다고 주장했다.

작년 10월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은행으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민은행 알뜰폰 사업은 2020년 139억원, 2021년 18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매출은 300억원대에 이르지만 영업적자 폭은 더 커졌다.

다만 국민은행은 현재 가이드라인을 준수해 요금을 책정하며 도매대가 이하로 판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리브엠의 통신 요금은 이동통신(MNO) 자회사와 중소 알뜰폰 사업자의 중간 수준이다.

올 4월에는 금융위가 리브엠을 은행의 부수업무로 지정했다. 기존에는 규제 특례를 받아 지난 4년(2+2년)간 알뜰폰 사업을 영위해 왔는데 이번 규제 완화로 추후 별도 연장 심사 없이 사업을 지속할 수 있게 됐다. 금융권의 통신시장 진출 길이 본격적으로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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