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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1000억대 파생손실 원인 '모델 리스크' 지목 잦은 임원 교체로 전문성 결여+취약한 전산 경쟁력…개인 일탈만으론 보기 힘들어

최필우 기자공개 2023-11-14 08:16:43

이 기사는 2023년 11월 13일 13: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은행이 파생 거래에서 1000억원 규모의 손실을 낸 배경에는 '모델 리스크'가 자리한다. 모델 리스크는 ELS(주가연계증권) 헤지 운용에 필요한 자산 가치 평가 모델을 잘못 설계하거나 설계된 모델에 맞지 않는 운용으로 발생한 위험을 의미한다.

트레이딩부문 담당 임원을 자주 교체하면서 전문성이 결여된 게 근본적인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취약한 전산 시스템도 ELS 헤지 운용 실패 원인으로 꼽힌다. 이번 손실 사태를 직원 탓으로 규정하기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전문가 영역에 비전문가 임원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8일 ELS 헤지 운용으로 대규모 손실을 초래한 직원에 대한 인사협의회를 열었다. 인사협의회 논의에 따란 해당 직원에 대한 징계가 내려질 예정이다.

다만 1000억원에 육박하는 손실 책임을 1명의 직원에게 묻는 것만으로 재발을 방지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트레이딩 결과에 책임이 있는 임원 인사 시스템을 점검하고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은행이 2017년 자금시장사업단을 자금시장그룹으로 격상한 이후 총 5명의 임원에게 그룹을 맡겼다. 이중 2명이 2년 간 자금시장그룹장을 맡았다. 나머지 3명의 임원은 자금시장그룹장으로 1년간 재직했다.

임원의 짧은 재직 기간은 모델 리스크 단초가 될 수 있다. ELS 헤지 운용 모델은 1000여개의 변수를 입력하고 변동성을 산출하는 복잡한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다.

이 때문에 ELS 헤지 운용을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는 증권사의 경우 특정 임원이 장기간 트레이딩 업무를 담당하도록 한다. 모델 정립을 주도한 임원이 바뀌면 새로운 임원이 통제 가능한 시스템을 새로 정립하는 식으로 조직을 운영한다.

역대 자금시장그룹장은 대부분 전문성 측면에서도 미흡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종인 전 그룹장은 자금시장그룹을 맡기 전 영업본부장으로 근무했다. 김종득 전 그룹장은 비서실, 검사실 등 본점 업무를 주로 했고 자금 조직과는 연관이 없었다. 김인식 전 그룹장은 글로벌그룹 본부장, 인도지역본부 본부장을 지낸 글로벌 전문가다.

현재 기업투자금융부문을 이끌고 있는 강신국 부행장 정도 만이 본부장 시절 자금부를 경험하고 자금시장그룹장을 맡았다. 다만 자금부 본부장 재직 기간도 1년에 그쳤다.

현재 자금시장그룹을 이끌고 있는 이문석 그룹장은 자금 전문성이 요구되는 런던지점장을 지낸 경력이 있다. 하지만 이후에는 트레이딩과 연관이 없는 영업본부장, IB그룹장을 맡았다.

전문가의 영역을 비전문가 임원에게 맡긴 건 은행 인사 정책의 한계 때문이다. 은행은 순환 인사를 기본적인 원칙으로 삼고 있다. 최근 은행권 횡령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보직 순환을 더욱 강조하는 분위기다. 트레이닝 전문가를 육성하고 자금시장그룹에 장기간 재직하도록 하는 인사 정책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미흡한 전산 경쟁력, 트레이딩에도 영향

우리은행이 ELS 헤지 운용을 하기에 전산 경쟁력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다. ELS 헤지 운용 핵심인 자산 가치 평가 및 변동성 산출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고도의 전산 경쟁력이 요구된다.

우리금융은 그동안 그룹의 IT·전산 업무를 계열사인 우리FIS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처리했다. 이와 같은 업무 방식은 은행 자체적인 전산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 ELS 헤지 운용과 같이 금융과 전산 전문성이 결합돼야 하는 분야에도 영향을 미쳤다.

구조적인 한계가 있는 만큼 우리은행이 ELS 자체 헤지 규모를 키우지 않는 게 낫다는 평가도 있다. 보직 순환 시스템에 예외를 만들기 어렵고 은행 연봉 체계 내에서 트레이딩 관련 전산 전문가를 영입하는 것도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ELS 헤지 운용을 하는 증권사는 모델 리스크를 통제하기 위해 전문가 임원에게 권한을 주는데 은행은 이런 식의 인사가 어렵다"며 "리스크를 감수해도 이자수익에 비하면 기대할 수 있는 수익 규모가 작기 때문에 은행들이 ELS 자체 운용 규모를 키우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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