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Watch]현대건설 완판 불구 조달급한 건설사들 '신중모드''2번 타자' SK에코플랜트도 기관보단 '개인' 공략…고금리 매력 부각
손현지 기자공개 2024-01-26 13:55:48
이 기사는 2024년 01월 23일 15:46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건설채 투심 가늠좌로 여겨졌던 현대건설이 수요예측에서 기관들로부터 합격점을 받았다. 금리 스프레드가 다소 높게 책정되긴 했지만 증액이 가능할 정도로 주문량은 충분했다. 건설업계 맏형격인 현대건설이 막힌 투심을 뚫어내면서 다른 건설사들의 조달 계획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다만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이번 현대건설의 완판 기록에는 연초효과와 AA급 크레딧 매력으로 도출된 결과라 건설업계 전체로 일반화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건설채를 둘러싼 투자은행 업계 내 우려는 여전한 만큼 옥석가리기가 본격화될 것이란 관측이다.
◇"현대건설은 AA급 인기 채권, 일반화하기 어려워"
2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전일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공모채 수요예측에서 1600억원 모집에 6850억원 규모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개별 민평금리에 -30bp~+30bp를 제시한 가운데 모집액 기준 2년물 -5bp, 3년물 +3bp, 5년물 +10bp에서 물량을 모두 채웠다.
현대건설은 올해 공모채 시장에 등장한 첫 건설채다. 첫 타자의 흥행 성적에 건설채 자금조달 행보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그간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이후 발행을 주저하던 건설사들도 조달 계획을 세울 것이란 관측이다.
올해 1분기 내 만기가 돌아오는 건설채 규모는 SK에코플랜트, 한신공영, 동부건설 등 1조5000억원대 수준이다. SK에코플랜트(A-)도 1300억원 규모 공모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오는 24일 수요예측 예정으로 최대 2600억원까지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IB업계 내에선 여전히 경계론이 자리잡고 있다. 현대건설은 건설채 중 인기가 가장 높은 기업으로 꼽힌다. 신용등급도 'AA-'로 건설채 중에서 가장 높다. 작년에도 부동산 업종에 대한 비우호적인 분위기가 팽배했지만 현대건설은 달랐다. 업계 우려가 무색할 정도로 지난해 2월과 8월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모두 '완판'을 기록을 세웠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기관들은 A급도 담지 않을 정도로 보수적"이라며 "공모채 조달에 도전하는 건설사들도 개인, 일반법인을 겨냥해 금리밴드를 위로만 열고 월 이표채로 구성하며 만반의 준비를 해야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크레딧업계 한 관계자도 "현대건설은 공모채 시장에서 워낙에 인기있는 이슈어라 건설업종 리스크를 넘어선 케이스"라며 "고금리 매력을 높게 평가한 투자자들이 몰렸는데 다른 건설사들까지 일반화시키기엔 애매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대우건설도, 롯데케미칼도…기관 눈치 보며 발행 미뤄
실제로 차환을 준비하는 다수의 건설사들이 현금상환 등 다른 조달 카드를 고민하고 있다. 이달 수요예측을 진행하려던 대우건설은 발행 계획을 잠정 중단했다. 지난 2021년 이후 3년만에 회사채를 발행하려던 계획을 미루고 기관 투심을 살펴보겠다는 전략이다.
롯데건설의 최대주주인 롯데케미칼(AA) 역시 회사채 발행을 오는 4월로 미룬 상황이다. 롯데케미칼은 우량한 신용등급 대비 기관이 선호하지 않는 투자처로 분류된다. 지난 2022년 롯데건설에 5800억원을 지원한 이력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롯데건설의 지분을 약 44%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SK에코플랜트 역시 긴장감은 여전하다. 현대건설과 달리 크레딧 등급은 A급이라 기관 평가가 상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고려했는지 금리밴드를 개별 민평(민간 채권 평가사들이 매긴 기업의 고유 금리)에 -30~+150pb를 제시했다. 밴드 상단을 최대한 열어 금리 이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SK에코플랜트 민평금리는 연 5%대에서 움직인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SK에코플랜트는 건설업종 보다는 환경·에너지 성과를 강조하며 기관투자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태영건설 사태이후 보수적 시각을 지닌 기관 보다는 개인 투자자를 겨냥한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크레딧 업계도 건설사에 대한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2024년 산업전망'에서 올해 건설업 실적 전망을 '비우호적', 신용도 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건설사 20곳 중 GS건설(A+)과 롯데건설(A+), HDC현대산업개발(A), 신세계건설(A)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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