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장 선 사모대출 시장]넘기 힘든 '은행·캠코' 허들, 갑진년부터 판도 바뀔까②중저금리 수요 흡수 탓 시장 미성숙, '부동산PF 여파' 기회 창출 전망
남준우 기자공개 2024-02-14 08:08:59
[편집자주]
국내 사모대출 시장은 그동안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 등의 저금리 대출에 막혀 꽃을 피우지 못했다. 갑진년부터는 시장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부동산 익스포져, 둔화된 주식 시장 등 기업들의 자금 조달 여력이 예년에 비해 줄어들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미 외국계 하우스들을 중심으로 기업들의 사모대출 수요에 대비하고 있다. 더벨에서 최근 국내 기관투자가(LP)들 사이에서 각광받고 있는 사모대출 시장의 현황과 나아가야 할 점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2월 02일 13:52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사모대출 시장은 그동안 시중은행, 저축은행,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 등의 허들에 발전 속도가 더뎠다. 자금조달 여력이 낮은 중소·중견 기업의 중저금리 수요를 이들이 맞춰준 탓에 시장 형성이 더딜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올해부터는 시장 판도가 바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등으로 기존 금융권의 대출 여력이 낮아지고 있다. 적자 기업이나 중소·중견 기업들의 자금 조달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 빈틈을 사모대출이 메워줄 수 있다는 평가다.
◇금융당국, 2016년 사모대출펀드 가이드라인 마련
국내 사모대출 시장은 그동안 글로벌 기조를 따라가기 위해 노력해왔다. 미국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10년 7월부터 '볼커룰(Volcker Rule)'을 실시하며 은행권의 공격적인 대출을 제지해왔다.
볼커룰은 상업은행들이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자기계정거래나 헤지·사모펀드에 대한 투자와 운용을 제한하는 규제를 의미한다. 이후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시장 수요가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사모대출 시장이 각광받기 시작했다.
유럽도 2010년부터 은행에 대한 엄격한 자본적정성을 요구하는 규제인 '바젤 Ⅲ'를 도입했다. 2011년 유럽 기업들의 은행 대출 비중과 사모대출 비중은 2011년 각각 72%, 28%였다. 규제 이후인 2017년에는 각각 39%, 61%로 사모대출 비중이 높아졌다.
국내도 사모대출 시장을 키우기 위한 움직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6년 7월 금융당국은 회사채 시장 접근성이 낮은 기업들에게 다양한 자금조달 수단을 제공하기 위해 사모대출펀드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줬다.
국내에서 조성된 사모대출펀드의 운용자산(AUM)은 2021년 12월 기준 170억 달러를 기록했다. 다만 국내 사모대출 펀드는 부동산 PF 등의 담보대출이나 M&A 인수금융 외에는 거의 활용되지 않고 있다.
사모대출 시장이 더 커지기 위해서는 직접대출 빈도가 지금보다 높아져야 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시장에서는 그동안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캠코 등이 이 역할을 책임지면서 자연스럽게 사모대출을 찾는 수요가 낮았다고 평가했다.
◇중소기업 연체율 0.6%대 진입
특히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캠코 등은 중소·중견기업들이 원하는 중저금리 수요를 전부 흡수하고 있다. 사모대출은 경우에 따라서 10%를 넘기는 고금리 상품인 만큼 이를 꺼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다만 2024년부터는 분위기가 바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등의 대출 여력이 예년만 못하다는 것이 이유다. 금융당국은 최근 들어 저축은행과 캐피탈사 등 제2금융권에 부동산 PF 부실채권을 신속하게 정리할 것으로 꾸준히 주문하고 있다.
장기간 본PF로 전환되지 않는 브리지론 등 사업성이 없는 PF 사업장은 예상 손실을 100%로 인식해 충당금을 적립해야 한다. 충당금 적립 과정에서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하다. 결국 예대마진을 높이기 위해 이전보다 대출 금리를 높일 수밖에 없다.
이미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의 기업대출 금리는 최근 들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국내 금융 시장은 회사채 시장 위축과 은행 대출 수요 증가 등으로 기업대출 금리가 2022년 연말에 5%를 넘어섰다. 2013년 2월 이후 9년 8개월말이다.
기존 금융권의 대출 부담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중소기업 등에 대한 대출 만기 유예가 지속적으로 이어져온 탓에 금융권이 버틸 체력이 바닥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중소기업 연체율(0.64%)은 1년 전(0.40%)보다 큰 폭으로 상승했다.
한 시장 관계자는 "최근 금융권에서 부동산 익스포져 관련 리스크가 불거지기 시작하면서 기존 금융권의 체력이 낮아지고 있다"며 "수익성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대출 금리를 높이는 선택밖에 없으며, 최근 연체율도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 예전처럼 섣불리 대출을 해주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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