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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디지털헬스케어 승부수]폭망했던 레이·메디슨, 성장동력의 밑거름①이재용 회장 '돈 안되면 정리' 사업 재편, 의산복합체 기업 스토리 새판짜기

이상원 기자공개 2024-02-16 08:56:36

[편집자주]

삼성이 신수종사업 중 하나로 헬스케어를 선정한지 14년여가 흘렀다. 사업에 대한 의지는 예나 지금이나 동일하나 그 사이 사업모델은 상당히 달라졌다. 단순 의료기기 중심을 벗어나 디지털을 접목시킨 형태로 변화가 이뤄졌다. 스마트폰의 보급 확산으로 디지털화가 가속화된 가운데 코로나 팬데믹까지 거친 영향이 컸다. 이제 삼성은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토대로 관련 사업 확장에 본격 나서고 있다. 삼성 헬스케어 사업의 현재와 미래를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2월 14일 10: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의산복합체'는 의과대학, 병원, 보험회사, 제약사, 의료기기 회사 등의 연합체를 일컫는다. 말 그대로 의료의 상업화를 의미한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삼성은 단연 국내 최대 규모의 의산복합체 기업이다. '헬스케어' 사업을 봤을 때다.

이를 기획하고 현실로 만든 이는 고 이건희 회장이다. 2010년 신수종사업에 바이오제약과 의료기기를 포함시키면서 헬스케어는 단숨에 삼성의 핵심 사업으로 떠올랐다. 이후 이재용 회장 시대에 접어들면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가 됐다. 의료기기 중심이던 헬스케어 사업에 디지털을 입힌 것이다.

이 회장은 성장세가 더딘 의료기기를 과감하게 내려놓고 디지털 기술 활용에 집중해 왔다. 그 중심에는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있다. 해당 디바이스에 디지털 헬스케어를 접목시켜 갤럭시 생태계를 확대하고 있다. 삼성 의료 사업 전반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을 한창 펼치고 있다.

◇헬스케어 사업의 시작 의료기기 '절반의 성공'

이건희 선대회장은 1990년대 삼성의료원 설립과 성균관대학교를 인수하며 일찌감치 헬스케어를 미래 핵심사업으로 점 찍었다. 2010년 경영복귀 후 5대 신수종사업에 의료 부분을 포함시켜 공표하며 이를 공식화했다. 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발광다이오드(LED), 바이오제약, 의료기기 등에 2020년까지 2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매출 50조원과 고용 4만5000명을 창출하겠다는 목표였다.

당시 바이오제약과 함께 의료기기 등 의료 부분이 두 가지나 포함돼 이목을 끌었다. '삼성의 미래는 헬스케어에 있다'는 이 회장의 확신을 엿볼 수 있었다. 그의 뜻에 따라 2011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설립됐다. 삼성은 바이오제약 사업에 뛰어든 동시에 의료기기 사업 확대 작업에도 돌입했다.

2011년 4월 삼성전자는 초음파 영상진단기기 기업 메디슨을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시켜 삼성메디슨을 탄생시켰다. 국내에서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들과 경쟁을 펼치던 메디슨의 사업 가능성을 높이 샀다. 이어 2013년에는 미국 CT 전문 의료기기 기업 뉴로로지카를 인수하는 등 의료기기 사업을 빠르게 키워나갔다.

퍼즐을 맞추듯 삼성의 의산복합체는 완성됐다. 성균관대 의과대학에서 양성된 의사들이 삼성의료원에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메디슨은 각각 의약품과 의료기기를 삼성의료원에 공급한다. 삼성생명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보험 상품을 판매한다.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그림이었다.

하지만 불과 3년뒤 2016년 경영 전면에 나선 이재용 회장은 의료기기 사업의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 관련 사업이 적자에 또 적자를 낸 영향이었다. 적극적인 투자에도 불구하고 삼성메디슨은 2015년과 2016년 적자를 기록하며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시기 국내 1위 의료기기 회사 타이틀도 오스템임플란트에 내줬다.

삼성전자는 삼성메디슨 매각을 추진한다. 수익성과 효율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빠르게 재편하려던 이 회장의 경영 방침이었다. 삼성벤처투자 펀드를 통해 보유하고 있던 치과용 엑스레이 장비 회사 레이 지분도 전량 매각했다. 의료기기 사업 규모를 축소한 것이다.

다만 삼성메디슨 매각은 수포로 돌아갔다. 이에 따라 삼성은 '체질개선'이란 수를 꺼내 들었다. 삼성메디슨은 다양한 초음파 진단기기와 영상처리엔진, AI 진단보조기능 등을 선보였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2017년 흑자전환에 성공한 메디슨은 이후 2020년을 제외하고는 지금껏 흑자 기조를 유지하며 삼성 의료기기 사업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로 그룹 시너지 확대, 갤럭시 생태계도 구축

삼성메디슨과 레이의 아픔에서 얻은 교훈 때문인지 삼성은 단순 의료기기 사업 확장 노선을 버렸다. 대신 택한 게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이다. 관련 투자를 적극적으로 늘리며 기술을 빠르게 고도화하고 있다. 2010년대들어 스마트폰 보급과 웨어러블 디바이스 확산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이 빠른 성장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주효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2028년 5497억달러(약 7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3년 이후 연평균 성장률(CAGR)은 25% 수준이다.

삼성은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통해 모든 의료 사업간 시너지 극대화를 노리고 있다. 예를 들면 헬스케어 기술이 접목된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사용자 건강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삼성의료원에서는 이를 기반으로 개인 맞춤형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이다. 삼성생명은 새로운 형태의 보험 상품 출시도 가능하다.

업계에서는 전 세계 약 1억대에 달하는 갤럭시 디바이스를 주목하고 있다. 이는 삼성의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여기에 다양한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연결되면 갤럭시 생태계가 확대되는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로 삼성의 의료 사업이 더욱 완벽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뿐만 아니라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다양한 형태로 제작된다. 갤럭시 워치를 비롯해 올 하반기에는 갤럭시링이 출시를 앞두고 있다. 향후 다양한 액세서리 형태를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라인업 확대는 전자 계열사의 개발 참여로 이뤄지며 그룹 전체의 수익성 강화로 이어진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의료기기 분야에서는 초반 기대와 달리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시장 규모가 크지 않은데다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밀렸다"며 "하지만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위한 기반은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 갤럭시 디바이스를 통해 쉽게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료기기보다 더 강한 시너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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