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2월 19일 07시5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얼마 전 유한양행의 건강기능식품 자회사 유한건강생활 본사를 방문했다. 국내에 독점 유통하는 호주산 우유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시음하는 미디어 데이에 참석하기 위해서다.우유와 함께 준비된 다과를 포크로 찍어먹다 문득 기시감이 느껴졌다. 본사와 홍보대행사 직원들의 커피컵과 빨대에도 시선이 머물었다. 컵부터 접시, 포크, 빨대까지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이 아닌 다회용품이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유한건강생활은 창립부터 사내에서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 노플라스틱 캠페인을 이어왔다. 외부인이 일회용 잔을 들고 있다면 다회용 컵에 옮겨 담도록 안내하고 주주총회에서는 생수병 대신 주전자를 구비해둔다.
새로 입사하는 임직원에게는 '웰컴 키트'를 제공한다. 사무용품 등이 담긴 보통의 입사 키트와 다르다. 사내에서 사용할 휴대용 수저 세트와 텀블러, 에코백이 들어 있는 ESG용 웰컴 키트다. 모 직원은 처음에는 불편해도 익숙해지면 뿌듯함이 느껴진다고 전했다.
요즘 유통업계 관계자들을 만나며 느낀 ESG에 대한 태도와 확연히 달랐다. 경기 침체에 허덕이는 와중에 물밀 듯 쏟아지는 ESG 평가와 규제가 부담된다고 토로하는 이가 적지 않다. ESG가 주제로 등장하면 1년 전에는 의욕적으로 성과를 어필하던 이들도 슬쩍 말을 얼버무리기 일쑤다.
ESG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에 대한 고민 없이 남들을 따라가기 급급했던 기업이 초래한 결과가 아닐까. 이런 기업들의 ESG 경영을 뜯어보면 내부 조직에서 정량적 수치를 산정해 보고서를 공시하기 시작하거나 조금 더 나아가 이사회 레벨에서 활동을 모색하는 단계에 머물렀다.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ESG의 핵심은 내재화다. 환경 보호와 사회적 책임을 기업 문화로 받아들이고 이것이 핵심 사업이나 비즈니스 모델과 연결될 때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유한건강생활 본사에서 발견한 모습이 바로 ESG 경영의 내재화를 보여주는 모범적 예가 아닐까. 새 직원을 맞이하는 웰컴 키트부터 환경 보호에 대한 의지가 담겨있다면 모든 구성원들이 ESG를 받아들이는 게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임직원들에게 내재화된 사고방식은 필연적으로 기업의 비즈니스에도 적용된다. 유한건강생활은 1년 전 유아동 선스틱 제품을 론칭하기 위해 브랜드를 기획하고 시제품 생산까지 마친 뒤 돌연 사업을 접었다.
선스틱의 원재료에 대해 일부 직원이 의문을 제기해 제조에 사용되는 왁스가 플라스틱 소재라는 게 밝혀졌기 때문이다. 물론 신체에 무해한 통상적 화장품 원료지만 '노플라스틱' 캠페인을 고수하면서 이 제품을 출시할 수는 없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유한건강생활은 최근 ESG TF팀을 결성하고 환경을 위해 꾸준히 실천할 수 있는 또다른 캠페인에 대한 아이디어를 수집하고 있다. 이들이 만들어갈 기업문화는 어떤 모습일지, 건기식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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