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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양행 레짐 시프트]조욱제 사장 "회장·부회장은 대표로 제한, 논란 종식될것"주총 이후 이사회서 결의, 첫 공식 인터뷰 "고위직은 후배들몫, 나도 이정희도 아니다"

정새임 기자공개 2024-03-18 08:18:49

[편집자주]

'지배하지 않는다'로 압축되는 유일한 정신으로 100년 역사를 가진 유한양행이 변하고 있다. 30년만에 회장 및 부회장직을 신설하는 한편 누군가는 수년째 고위 경영직에 자리하고 있다. '순혈'을 제치고 외부 인력이 경영 전면에 나서는 변화도 있다. 창업주 유일한 박사가 꾸린 스튜어드십 역린을 건드는 것일까, 글로벌 혁신신약 렉라자의 상업화를 위한 불가피한 결단일까. 더벨은 '레짐 시프트(Regime shift)'를 겪고 있는 유한양행을 들여다 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15일 19: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한양행이 논란을 딛고 회장과 부회장 등 고위직급을 신설한 가운데 대표이사인 조욱제 사장(사진)이 처음으로 입장을 내놨다. 고위직급 신설은 '사유화'를 위한 게 아닌 더 많은 인재를 껴안기 위한 조치였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정희-조욱제'로 이어지는 권력을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에 대해 대표이사 아니면 고위직에 오를 수 없고 대표이사 임기는 6년으로 규정하며 오해를 불식했다고 전했다.

더벨은 유한양행 내외부에서 최근 벌어진 일련의 회장직 신설 논란에 대한 배경 그리고 대표이사 임기 규정 개정의 의미 등을 보다 구체적으로 물었다. 그의 답은 명쾌하고도 분명했다.

◇"인재 영입 위한 문호개방…앞으로 후배들이 해나갈 몫"

15일 유한양행 정기주주총회가 끝나고 곧바로 열린 이사회까지 마무리 된 6시께 더벨은 조 사장과 30분가량의 전화인터뷰를 진행했다. 회장직 신설 논란에 대해 그가 구체적으로 입장을 내놓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의장의 장기집권이라는 초유의 사태에서 대표이사로서 조 사장은 무엇을 하고 있느냐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던 상황에서도 그는 당당했다. 많은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고 필요한 일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본인을 비롯한 대부분의 임원들이 단 몇만주 있는 소수 지분으로 절대로 지배세력이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어디까지나 회장과 부회장직은 인재 영입을 위한 문호 개방 차원이라고 전했다.

앞으로 여러명의 사장이 나올텐데 이를 총괄하는 대표이사가 더 높은 직급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차원이라는 얘기다. 예를 들어 6명의 사장이 있고 그 중 한사람이 대표이사가 되면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를 부회장 혹은 회장으로 올리는 방식이다. 대표이사 위에 회장이나 부회장 직급이 있을 수는 없다는 의미다.

비슷한 이유로 셀트리온 역시 최근 회장과 부회장 사이 수석부회장이라는 직급을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역시 더 많은 인력을 끌어당기기 위한 묘수다.

조 사장은 "대표이사 아래 많은 사장들이 모이고 그러다보면 더 높은 직급인 부회장직이 필요해 질 수 있고 그렇게 누군가는 부회장이 될 것"이라며 "문을 열어뒀으니 앞으로 유한양행을 키울 후배들의 몫이다"고 말했다.

◇"정관 개정은 피할 수 없는 흐름…오해 없도록 소통 늘리겠다"

재단 외 개인 대주주가 없는 유한양행 지배구조에서 회장·부회장에 오른다고 이사회를 장악할 수 없다. 그럼에도 회장직 신설에 '사유화' 논란이 일면서 시끄러웠던건 '누구도 소유를 시도할 수 없다'는 유한양행의 정신 때문이었다.

김열홍 전 교수를 R&D 사장으로 영입할 때도 '이사 중에서 사장을 선임해야 한다'는 제한된 정관이 발목을 잡았다. 앞으로 외부에서 인재를 고위임원으로 영입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은 분명하다. 누군가는 규정을 현 시대에 맞게 다듬는 역할을 자처해야 했다.

조 사장도 처음에는 정관 개정이 불필요한 오해를 부를 수 있다고 보고 이를 반대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이 의장이 회장, 조 사장이 부회장이 될 것으로 세간은 내다봤다.

그는 "내가 회장·부회장을 할 생각이 추호도 없는데 괜한 욕을 먹을 수 있으니 내가 대표이사를 지낼 때는 (정관변경을) 하고싶지 않다고 했다"고 솔직한 심경을 털어놨다.

하지만 조 사장은 며칠의 고민 끝에 결국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물론 그는 "이렇게 큰 논란이 빚어질 줄은 몰랐다"며 "놀라고 많이 배웠다"고 덧붙였다. 더 많은 소통을 해야 할 시기가 됐다는 데 공감했다.

조 사장은 현재 유한양행의 경영 시스템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6개 본부를 부사장들이 책임지는 형태인데 앞으로 성과가 좋아지고 더 큰 조직이 되면 진급의 기회 등 동기부여 할 당근책이 필요하다고 봤다. 바로 직급을 높여야 한다고 판단한 배경이다.

그는 벤치마크 대상으로 LG화학을 꼽았다. 현재 LG화학은 신학철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고 그 아래 최고재무책임자, 생명과학사업본부 등이 사장 직급의 수장들이 이끌고 있다. 첨단소재사업본부, 석유화학사업본부 등도 있지만 부사장 직급이 이끈다. 정점에 대표이사 부회장이 있고 각 본부를 사장이나 부사장들이 맡고 있는 셈이다.

회장·부회장직을 신설하지 않았다면 유한양행은 '사장'이라는 직급에 갇혔을 수 있다. 외부인재를 끌어모으고 더 많은 승진 기회 등을 주기 위해선 또 다른 가능성을 열었어야 했다.

조 사장은 "LG화학이 대표이사 부회장이 있고 본부를 맡고 있는 수장으로 된 시스템이 유한양행과 유사하다"며 "LG화학의 경영구도가 합리적이라고 판단해 벤치마크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조 사장은 유한양행에서 회장직이 탄생할 수는 있을 지에 대해선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일한 회장 단 한사람이 가진 상징성, 이 절대가치를 넘어설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만큼 조 사장에게 있어서도 창업주에 대한 존경심 그리고 존재감은 절대적이었다.

그는 "아주 먼 미래에 회사가 엄청 커지면 그 때는 본부장들을 부회장으로 두고 회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는 있겠지만 이게 언제가 될까, 이게 가능한 일일까 그런 생각은 든다"며 "회장직까지 가는 건 글쎄, 유한양행 내부에선 쉽게 풀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조 사장은 전통과 관행으로 이뤄졌던 불문율도 명문화함으로써 객관적인 인사 시스템을 갖춰나가겠다고도 밝혔다. 회장·부회장 선임 역시 인사위원회를 통해 객관적 평가 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기준을 세워나갈 것이라는 얘기다.

조 사장은 "유한양행은 과거보다 지금 공적 시스템이 더 잘 마련됐고 앞으로 체계를 더욱 다듬어나갈 것"이라며 "다만 직원들과 이러한 철학이 잘 공유되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도록 많은 소통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조 사장은 자신의 거취 그 다음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그는 이번 이사회에서 정한 규정대로 6년 임기를 끝으로 내려올것 이라고 밝혔다. 회장직이나 부회장직 역시 관심도 없고 규정상 할 수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굳이 나이 들어서 회장한다고 하면 누가 인정해주고 존중해주겠나"며 "유한양행은 과거보다 한층 더 진화했고 또 감시감독도 시스템적으로 강화되고 있기 때문에 그럴 일은 없고 또 그래서도 안되기 때문에 이를 명문화하고 분명한 시스템을 갖춰나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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