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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창투는 지금]'높은 GP 커밋', 든든한 백이 오히려 독 됐다?③대성그룹 출자 의존도 높아…민간 LP 네트워크 약해, 펀드레이징 역량 물음표

유정화 기자공개 2024-04-02 08:59:51

[편집자주]

1987년 설립돼 1세대 벤처캐피탈(VC)로 꼽히는 대성창투가 위기를 맞았다. 지난해 한국벤처투자(모태펀드)와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의 GP로 선정됐지만 출자자(LP) 확보에 실패하면서 잇따라 자격을 반납했다. 벤처캐피탈업계에서 비슷한 사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이례적이어서 뒷말이 무성하다. 회사를 오랫동안 이끌어 온 수장이 사의를 표하고, 핵심 인력마저 이탈하면서 후폭풍도 거세다. 그간 대성창투의 '특기'로 꼽혔던 문화 컨텐츠 투자 명가 이미지도 퇴색되고 있다. 대성그룹 오너 일가가 이사회를 장악하면서 VC의 전문성과 자율성이 퇴색될까 후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더벨은 대성창투의 현 상황을 진단하고 향후 전략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9일 08: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벤처캐피탈(VC) 대성창업투자가 현재의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한 건 2009년부터다. 2002년 대성홀딩스(옛 대구도시가스)가 대구은행으로부터 바이넥스트창업투자(현 대성창업투자)를 인수하고 이후 2009년 대성창업투자란 이름을 갖게 됐다. 상호명을 바꾼 이유는 대성그룹 계열사로서 대외 인지도를 높이고 대성그룹과의 시너지 창출을 위해서였다.

대성창업투자가 대성그룹의 일원이 된 지는 20년도 더 지났다. 대성그룹은 지주사인 대성홀딩스를 필두로 대성창투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대성창투를 인수했을 당시 그룹의 신사업이었던 만큼 오너인 김영훈 회장의 애정도 상당했다는 후문이다. 인수 하자마자 대표자리에 오른 김 회장은 현재까지 대성창투 대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최근 분위기는 이전과 사뭇 다르다. 대성창투가 지난해 한국모태펀드와 한국성장금융의 출자사업 위탁 운용사(GP)로 선정된 이후 연이어 출자자(LP)를 구하지 못하면서 GP를 자진 반납하는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대성창투의 펀드레이징 역량에 물음표가 붙었다. 그간 모회사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아낌없는 지원이 대성창투에 독으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성그룹 2014년부터 본격 출자…2022년 펀드 결성시 출자 급격 확대

대성홀딩스는 대성창투가 결성한 펀드에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현금출자를 해왔다. 2014년 대성홀딩스는 당시 '연구개발특구 일자리창출 투자펀드', '대성세컨더리투자조합', '대성CT투자조합'에 52억원을 출자했다. 이듬해부터는 매년 40억원 이상의 현금 출자를 꾸준히 진행해왔다.

펀드에 출자하는 금액 보다 펀드로부터 회수하는 금액이 더 많을 때도 있었다. 2017년에는 76억원을 회수하면서 출자액(41억원)을 앞질렀고, 2019년에도 회수액(69억원)이 출자액(68억원)을 근소하게 앞섰다. 그러나 2020년부터는 매년 투자조합에서 회수하는 금액 보다 펀드에 출자하는 금액이 많았다.

벤처펀드 투자는 펀드레이징, 투자, 회수 등의 선순환 구조로 이뤄지고 한 사이클이 도는데 최소 5~8년여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출자금액과 회수금액이 연간 기준으로 반드시 매칭이 될 필요는 없다.

중요한 포인트는 2022년부터 출자금액이 회수금액을 크게 앞질렀다는 것이다. 대성그룹 차원에서 대성창업투자에 대한 지원을 통크게 확대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2022년과 2023년 대성창투의 펀드에 출자한 금액은 각각 141억원, 161억원으로 총 302억원에 달한다. 회수한 금액은 50억원에 불과했다. 지난 2022년은 대성창투가 250억원 규모의 '대성 투게더 청년창업 투자조합'과 1100억원 규모의 '대성 메타버스 스케일업 투자조합' 2개의 펀드를 결성한 시기로, 출자금액이 급격히 늘어난 이유다.

지난해 대성홀딩스 사업보고서를 보면 2022~2023년 메타버스 스케일업 투자조합에만 86억원씩 2번 총 172억원가량 출자했다. 같은 기간 투게더 청년창업 투자조합에는 각각 16억, 28억원씩 44억원어치 지분을 취득했다. 출자는 수시(캐피탈콜)로 이뤄지기 때문에 한 번에 막대한 금액이 지출되는 것은 아니지만 투자금을 회수할 때까지 출자금이 펀드에 묶여 있게 된다.

대성홀딩스가 보유한 펀드의 지분율도 급격히 늘었다. 연결기준 대성홀딩스의 관계기업 투자 현황을 보면 1100억원 규모 '대성 메타버스 스케일업 투자조합'의 소유지분율은 39.09%에 달한다. 이외에도 대성홀딩스의 소유 지분율이 30%를 넘는 펀드는 △글로벌위너 청년창업 투자조합 36.67% △대성 따뜻한 임팩트 투자조합 30% △투게더 청년창업 투자조합은 33.6% 등이 있다.

대성창투만 따로 떼서 보더라도 운용사 출자금(GP 커밋) 비율이 만만치 않다. 100억원 규모의 '대성 W-Jump up 투자조합'에는 9억5000만원씩 4차례 총 38억원의 출자금을 넣어 GP 커밋 비율은 38%에 달한다. '메타버스 스케일업 투자조합'에서도 대성홀딩스가 가진 39.09% 지분 중 20.91%는 대성창투의 몫이다.



◇1100억 '메타버스 스케일업' 펀드 지분율 40% 육박

물론 VC가 운용에 자신이 있고, 활용 가능한 유보자금이 넉넉하다면 GP 커밋 비중을 더욱 높이는 전략을 펼칠 수 있다. GP커밋을 많이 낼수록 펀드 운용에 대한 책임감이 커지고, 펀드 운용성과에 대한 보상을 보다 많이 챙길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투자조합의 성과에 따라 손익변동성 또한 높아지게 된다.

결정적으로 모회사에 대한 출자금 의존이 펀드레이징 역량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문제로 제기된다. 대성창투가 지난해 한국모태펀드와 한국성장금융의 정책금융 출자 사업 GP를 연이어 반납한 것도 결국 운용사 출자금을 제외한 민간 출자자를 계획만큼 모으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성홀딩스가 막대한 자금을 직접 출자하는 사이 대성창투의 모회사 의존도 역시 커진 셈이다.

한 VC 심사역은 "모회사 지원이 없는 VC들의 일반적인 GP커밋 비율은 3~10% 수준"이라며 "LP는 출자를 결정하기 전에 GP의 펀드결성 능력을 신중하게 살피는데 모그룹의 출자 비중이 높으면 경험과 네트워크 측면에서 약점이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대성창투가 2008년에서 2017년 상반기까지 결성한 펀드들을 보면 GP 커밋 비율은 7.14%~15.0%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후 2017년 12월에 결성된 '대성 글로벌위너 청년창업 투자조합'부터 GP 커밋 비율이 20%를 넘어섰다.

운용하고 있는 펀드의 LP 구성을 보더라도 모회사에 출자금이 집중되는 경향을 볼 수 있다. 가령 1100억원 규모의 '대성 메타버스 스케일업 투자조합'은 모태가 600억원을 지원했다. 이외 LP는 대성홀딩스, 대성에너지, 대성청정에너지를 제외하면 중소기업은행, 신한캐피탈이 참여했다.

150억원 규모 '대성 따뜻한 임팩트 투자조합'은 결성 당시 모태펀드(75억원), 대성홀딩스(45억원), 대성창투(30억원) 단 세 곳의 LP로 구성됐다. 지난해 말 대성그룹의 소유 지분율은 30%에 달한다.

다른 운용사와 공동으로 결성한 펀드가 아니라면 민간 LP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대성 투게더 청년창업 투자조합의 경우 모태펀드와 대성그룹 이외에 LX한국국토정보공사, 부천산업진흥원 등 공공기관이 LP로 참여했다. 2018년 결성된 170억원 규모 대성굿무비투자조합에 신생 투자배급사들이 투자사로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대성창투는 블라인드 펀드 결성을 위해서 상장 후 24년 만에 유상증자를 진행하며 자본금을 확충했다.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공모방식으로 총 232억원을 조달했다. 유입된 자금 전액을 운용사 의무 출자금으로 사용할 방침이었다. 통상 VC 자본금은 펀드를 결성할 때 내는 GP 커밋을 조달하기 위한 용도로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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