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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을 움직이는 사람들]'전략가' 김영범 대표, '섬유 고향' 돌아왔다③돌고 돌아 섬유화학…‘34년 코오롱맨’ 신사업 발굴 최전선

박완준 기자공개 2024-04-11 07:24:50

[편집자주]

이규호 코오롱그룹 부회장이 승진 5개월 만에 4개 계열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몇 년째 공석인 회장 자리까지 단 한걸음 남았다. 다만 지난해 코오롱그룹은 줄곧 '효자노릇'을 해오던 소재 계열사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실적이 급감하면서 쓴맛을 봤다. 코오롱글로벌도 마찬가지다. 건설경기 둔화로 영업이익은 10분의 1토막이 났다. 코오롱그룹은 지금껏 외형 확장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이익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코오롱그룹의 승부수는 새 리더십이다. 이규호 코오롱그룹 부회장을 중심으로 전면에 배치된 전문가들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더벨은 올해 코오롱그룹의 성장을 주도할 리더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05일 15: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표이사랑 밥 안 먹어 봤어?"

코오롱인더스트리는 다른 기업과 달리 서울 본사부터 지방 공장까지 대표이사와 식사를 하지 못한 임직원을 찾기 힘들다. 김영범 코오롱인더 대표이사는 지난해 대표로 선임된 후 말단 사원급 직원부터 임원까지 가리지 않고 대화를 나눠 공감대 형성에 진심을 내비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향으로 돌아온 선배. 코오롱인더 임직원들이 김 대표를 보는 시선이다. 김 대표는 1990년 코오롱인더가 그룹에서 분할되기 전 섬유화학의 시작점인 타이어코드 사업부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섬유화학과 플라스틱 등 주요 계열사의 대표이사를 맡아 소재 부문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로도 유명하다.

김 대표는 현장 중시형 리더다. 코오롱인더 대표로 선임된 지 1년 만에 멕시코와 미국, 싱가포르, 도쿄, 베트남 등 11번의 해외 출장을 나서며 현장경영을 몸소 실천했다. 특히 해외 생산 거점과 전시 현장 등 고객사가 있는 곳에서 사업 현안을 직접 챙기는 것을 선호한다는 후문이다.
김영범 코오롱인더스트리 사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구미공장을 방문한 모습.
◇그룹 흡수합병 주도…기초 탄탄한 '전략통'

김 대표는 1965년생으로 연세대(경영학과 전공)를 졸업하고 1990년 코오롱 타이어코드 사업부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1998년까지 그룹 관리팀과 구조조정본부 등을 두루 거치면서 사업관리와 재무 역량을 쌓았다.

김 대표는 구조조정본부에 몸담으며 그룹 차원의 중장기 전략을 짜고 신사업을 발굴하는 역할을 맡은 바 있다. 그는 능력을 인정받아 2009년 코오롱아이넷 경영지원본부장으로 첫 임원 생활을 시작했다. 그의 나이는 44세에 불과했다.

코오롱아이넷으로 둥지를 옮긴 김 대표는 코스피 이전 상장과 코오롱건설의 흡수합병에 기여하며 '전략통'의 면모를 보였다. 임원 승진 후 첫 과제는 그룹 구조조정본부에서 계획한 사업재편 추진 운전대를 잡는 것이었다.

먼저 김 대표는 코오롱아이넷을 2011년 7월까지 코스피로 이전하기 위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그는 당시 "매출 1조원 시대를 맞아 제2의 도약을 위한 준비가 필요해 코스피 이전을 결정했다"고 언급했다. 당시 코오롱아이넷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사상 최대를 기록할 만큼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코오롱아이넷은 코스피 이전 두 달을 남기고 대규모 신주를 발행해 운영자금 273억원을 축적했다. 자금 조달의 필요성이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한 것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다수의 증권보고서가 발행되기도 했다.

유상증자를 택한 이유는 코스피 이전 3달 후인 같은 해 11월 세상에 알려졌다. 코오롱아이넷을 부동산 경기 침체로 수익성과 재무구조가 악화한 코오롱건설에 흡수합병하기로 결정 내리면서다. 577%에 달하던 코오롱건설의 부채비율을 낮추는 데 코오롱아이넷 자금 일부를 투입하는 내용이 골자다.

김 대표는 이 과정에서 코오롱건설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안병덕 코오롱 부회장과 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 부회장과는 연세대 경영학과 선후배 사이기도 하다. 안 부회장은 그룹에서 2대 창업주인 고(故) 이동찬 전 명예회장과 오너 3세이자 최대주주인 이웅렬 명예회장을 모두 보좌한 인물이다.

어려운 과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가면서 김 대표를 향한 안 부회장의 신임도 깊어져 간 것으로 보인다. 코오롱글로벌이 새롭게 출범하며 흡수합병이 마무리되자 김 대표는 2013년 지주사인 코오롱 사업관리실장으로 전보됐다.

김 대표는 공로를 인정받아 그룹에서 탄탄대로를 걷고 있다. 그는 2018년 코오롱플라스틱 대표이사 부사장을 그리고 2020년에는 코오롱글로텍 대표이사 부사장을 역임했다. 지난해 3월에는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3년 임기의 코오롱인더스트리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됐다.
◇첫 성적표는 아쉬움…'아라미드' 증설로 실적 개선 기대

김 대표의 첫 성적표는 부진했다. 코오롱인더는 지난해 매출 5조612억원, 영엉이익 157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보다 각각 5.7%, 35.1% 감소한 수치다. 코오롱인더의 영업이익이 1600억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10년 인적 분할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실적 악화는 전방산업 침체로 산업자재와 화학소재 등 주력사업의 적자가 지속되는 등 불확실한 대외 여건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 탓이다. 특히 지난해는 전방 산업 부진에 매출이 늘어나던 2022년과 달리 매출 감소까지 나타났다.

올해 코오롱인더는 기술력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고부가 제품인 ‘슈퍼섬유’ 아라미드가 주인공이다. 아라미드는 내구성·내열성에 강점이 있는 특수섬유다. 무게는 강철의 5분의 1 수준이면서 강도는 5배 이상 강하다. '강철보다 튼튼한 실'이라고 보면 된다. 최근 전기차 타이어, 5G 케이블 등 첨단산업으로 사용처가 넓어졌다.

앞서 코오롱인더는 구미 아라미드 공장 증설을 지난해 12월 완료했다. 아라미드 연산은 기존 7500톤에서 1만5000톤까지 늘어났다.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도입을 통해 중합과 생산공정 전반에 걸친 균일한 품질관리 체계를 구축했고, 100% 무인 자동 포장화 공정으로 위험성도 낮췄다.

김 대표가 34년간 쌓은 사업 전략 수립·실행 노하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올해 그의 앞에 놓인 과제는 수익성 강화다. 김 대표는 지난달 주주총회에서도 올해는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하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그는 "원앤온리 기술 리더십을 토대로 차세대 신기술 개발은 물론 새로운 시장에 대한 끊임없는 탐색과 시도를 통해 넥스트 준비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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