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협 파이낸셜 리포트]국정농단 이후 회원사 미공개, 자신감 회복 언제쯤②2017년부터 소극적 행보…주요 수입원 회원수익, 신규 기업 확보 절실
김경태 기자공개 2024-04-24 10:59:15
[편집자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옛 전경련)는 2016년 정치적 격변에 휘말려 침체기를 겪었다. 어려움은 ‘실적’에도 잘 드러난다. 2016년 900억원대에 달했던 사업수익이 이듬해 급감했다. 회원사 대거 이탈 영향이다. 하지만 한경협은 위기를 버텨냈다. ‘여의도 회관’이라는 비장의 무기 덕분에 꾸준한 수익을 거뒀다. 작년에는 단체명을 변경하며 부활의 신호탄을 올렸다. 회원사 재유치가 이뤄지며 수익도 예년 수준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모양새다. 한경협의 정상화가 과연 어느 정도까지 이뤄진 상태인지 재무제표 등을 토대로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19일 07시1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는 2016년 정치적 스캔들에 휘말린 뒤 극도로 몸을 사리고 있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가 회원사의 미공개 전환이다.작년 사업보고서에도 회원사들의 면면을 공개하지 않았다. 전체 회원 수와 회원사들이 속한 산업별 비중을 대략적으로 공개한 정도다. 한경협이 국내 재계에서 차지하는 위상, 회원수익 규모와 비견해 보면 지나치게 소극적인 행보다.
◇'회원 감추기' 지속, 세부적 '공개 X'
한경협은 2016년까지만 해도 사업보고서를 통해 회원사 현황을 상세히 밝혔다. 2016년 12월말 기준 회원사는 총 619곳이다. 이 중 기업회원이 519개사에 달했다. 단체회원과 명예회원사는 각각 96곳, 4곳이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기업회원을 산업별로 보면 △제조업 262개사 △사업서비스업 51개사 △금융 및 보험업 50개사 △건설업 41개사 △운수업 29개사 △전기, 가스 및 수도사업 16개사 △숙박 및 음식점업 5개사 △통신업 4개사 △오락 문화 및 운동 관련 3개사 △어업 2개사 등이다.
당시 한경협은 각 산업별 회원사로 어느 곳이 있는지 기업명도 밝혔다. 재계 1위인 삼성그룹의 경우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현 삼성E&A), 삼성중공업, 삼성생명, 삼성증권, 삼성카드, 삼성화재보험 등이 회원사로 이름을 올렸다.
2016년말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고 2017년 초부터 회원사 이탈이 본격화하자 한경협은 이듬해인 2017년 사업보고서부터 회원사 현황을 미공개로 전환했다. 그 후 2022년 사업보고서까지 한경협의 회원사 현황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작년 8월 류진 풍산그룹 회장이 신임 회장으로 취임하고 대통령 해외 순방 등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등 위상 회복이 이어졌지만 관련 기조는 변하지 않았다. 작년 사업보고서에서도 한경협의 회원사로 어느 기업들이 있는지 밝히지 않았다.
일부 변화의 조짐은 보였다. 작년 사업보고서에 회원사들이 속한 산업별 비중을 공개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산업은 2016년과 마찬가지로 제조업이다. 전체의 39.2%를 나타냈다. 그다음은 협회 및 단체로 16.9%, 금융 및 보험업 14.7%, 도매 및 소매업 8.6% 순이다.
다만 상세하게 내역을 공개했던 과거보다는 여전히 소극적이다. 회원 수의 경우 '420개사 이상'이라는 정도만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작년 8월 삼성·LG·SK·현대차 등 4대그룹이 복귀했지만 2016년(619개사)과는 여전히 격차가 컸다.
한경협 관계자는 "회원사 명단은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대부분의 경제단체는 회원사 명단을 홈페이지 등에 공개하고 있지 않다"며 "다만 경우에 따라 신규 회원사 입회 현황 등은 별도 보도자료 형태로 배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진 회장 체제 한경협, '젊은 기업' 참여 과제…비용·실효성 문제 지적
한경협이 밝힌 회원 수를 통해 회원사들의 대략적인 회비를 추산해볼 수 있다. 한경협은 작년 회비수익으로 113억원을 벌었다. 이를 작년말 기준 회원사 수(420개사)를 대입하면 1개 기업당 평균적으로 27억원을 회비로 낸 것으로 계산된다.
2016년과 비교하면 낮아진 수치다. 한경협은 2016년 회비수익으로 409억원을 벌어들였다. 같은 해 말 회원사 수(619개사)를 고려하면 1곳당 평균 금액은 66억원이다.
재계에 따르면 한경협의 회비수익은 대기업집단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 한경협은 해당 회원사의 매출에 따라 나눈 등급, 회장단 포함 여부를 고려해 회비를 차등 청구했다. 국정농단 사태가 있기 전에는 전체 회비수익 중 약 60% 가량을 4대 그룹이 책임졌다. 특히 재계 1위 삼성은 연간 100억원 가량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경협은 이런 구조를 바꾸기 위해 류 회장 뜻에 따라 최근 회비 체계 개편에 나섰다. 4대그룹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게 중요한 방향성 중 하나다. 이에 따라 삼성을 비롯한 4대그룹이 내야 하는 회비 규모가 크게 줄게 될 전망이다.
4대그룹 의존도 낮추기에 나선만큼 한경협에 새로운 회원 유치는 더욱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게 됐다. 류 회장은 작년 8월 회장 취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신생 기업을 적극 유치해 젊은 단체로 거듭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가입 요청을 받은 플랫폼·엔터사 등 다수의 기업들은 아직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각자의 산업에 존재하는 협회나 단체가 있는 상황에서 한경협에 가입하는 실익이 불확실하다는 판단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회비를 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일정 기간은 회비를 유예하거나 감액하는 등 전향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큰 변화를 주지 않는다면 과거의 위상 회복은 당분간 만만찮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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