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5월 28일 07: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술자리에 뒤늦게 온 사람에게 석 잔의 술을 권하는 후래자삼배(後來者三杯)는 회식 문화에서 자주 등장했던 말이자 오랜 역사를 지닌 단어다. 1930년대에 나온 홍명희 작가의 '임꺽정'에서도 "뒤에 오면 석 잔이라니 자네가 더 먹어야 하네"라는 대목이 나오기도 한다.그러다 코로나19로 인해 회식이 거의 없어졌을 때 후래자삼배라는 말도 어느 샌가 사라졌다. 술을 권하는 문화가 점차 사라지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회식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농담으로라도 '후래자삼배!'를 외칠 기회가 한 동안 없었다.
코로나19 엔데믹은 주류 문화의 리오프닝을 알리는 신호였다. 모임을 갖기 힘들었던 애주가들이 모여 하루의 회포를 풀었다. 그러면서 테슬라(테라·참이슬), 카스처럼(카스·처음처럼)과 같은 맥주와 소주의 합성어가 자주 등장했다.
이는 하이트진로의 '켈리백'과 롯데칠성음료의 '새로시'로 대체되어 가는 중이다. 켈리백은 하이트진로가 생산하는 맥주 '켈리'와 소주 '진로이즈백'의 합성어다. 새로시는 롯데칠성음료의 소주 '새로'와 맥주 신제품 '크러시'을 합친 신조어다.
사실 롯데칠성음료에게 '크러시'는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2017년 '피츠 수퍼클리어' 맥주를 출시하고 마케팅에 힘을 쏟았지만 2022년 단종되는 수순을 밟았다. 이를 딛고 재개를 노리면서 2023년 11월 출시한 맥주 신제품이 크러시다.
켈리를 2023년 4월 출시하며 맥주 시장 점유율 경쟁에 나선 것에 비하면 롯데칠성음료의 크러시 출시는 다소 늦은 감이 있다. 그럼에도 맥주 시장에 재도전을 한 원동력은 제로 슈거 소주 '새로'의 흥행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소맥 문화가 다시 부흥할 것이라는 기대 속에 새로와 크러시를 합성한 '새로시'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특히 새로를 찾는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 경쟁사 '켈리백'과 '새로시'의 경쟁구도가 형성된 배경이다.
어느 회식 날 기업의 한 임원은 오랜만에 삼배주를 제조하고 싶다며 술잔을 삼층으로 쌓았다. 이전의 추억을 떠올리며 화려한 소맥 칵테일 제조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1·2층은 맥주잔 그 위의 3층에는 소주잔이 위치했다.
새로가 채워진 3층 소주잔에 크러시를 붓자 거품을 내며 2층에서 1층으로 소맥이 채워졌다. 하얀 분수대와 같은 모습에 다들 박수를 치며 배움(?)의 시간을 가졌다. SNS의 릴스나 숏츠에서 봤던 장면이 눈앞에서 펼쳐졌고 그 장면을 사진과 영상으로 담기 바빴다.
그렇게 후래자삼배도 MZ와 SNS 속에서 콘텐츠로 새롭게 소비되고 있다. 브랜드 앰베서더 '구미호(새로구미)'로 화제가 된 새로와 크러시의 만남은 또 어떤 스토리 텔링이 될지 기대된다. 지나친 음주는 자제해도 지나친 콘텐츠는 권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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