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비아, 최대주주 등극 1년만에 어퍼코리아 청산 2019년 첫 투자 당시부터 자본잠식, 5년간 전사적 지원에도 '밑 빠진 독'
최현서 기자공개 2024-09-09 08:30:58
이 기사는 2024년 09월 06일 15시5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가비아가 전사적 자원관리(ERP) 사업 자회사였던 '어퍼코리아'를 청산했다. 지난해 1분기 어퍼코리아 지분을 추가 확보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선 지 1년 만이다.가비아는 첫 지분 확보를 한 2019년 말부터 어퍼코리아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ERP를 처음부터 끝까지 만드는 데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고 봤다. 정작 어퍼코리아가 자체적인 수익을 내지 못하자 회사 정리로 가닥을 잡았다.
◇시작부터 재무 '먹구름'이었지만 투자 단행
6일 업계에 따르면 가비아는 올해 상반기 자회사였던 어퍼코리아(Erpper Korea)를 청산했다. 2019년 첫 투자를 단행한 뒤 2023년 1분기 최대주주로 올라 자회사로 편입한 회사다. 청산 직전인 올해 1분기까지 갖고 있던 지분은 52.78%였다.
어퍼코리아는 2015년 4월 설립됐다. 재무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ERP 프로그램을 주요 사업으로 삼았다. 어퍼코리아는 개발을 맡았고 판매는 관계회사가 맡았다. 어퍼코리아 측은 판매 전담 관계회사를 정보회사(IT) 상장법인이라고만 밝혔다. 다름 아닌 최대주주였던 가비아다.
가비아가 어퍼코리아에 첫 투자를 한 건 2019년 12월이다. 지분 25%를 취득했다. 취득원가는 18억7000만원이다. 장부가액은 취득원가보다 500만원 높다.
당시 어퍼코리아의 순자산지분가액은 마이너스(-) 5400만원이었다. 순자산지분가액은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에 지분율을 곱해 계산한 금액이다. 자본잠식이었다는 의미다. 자산을 다 팔아도 부채를 갚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
2019년 가비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어퍼코리아의 자산은 약 2억원, 부채는 3억2400만원이다. 그 해 어퍼코리아는 1억8200만원의 순손실을 냈다. 매출은 공개되지 않았다.
◇ERP 제작 비용·시간 아끼고 싶었던 가비아
가비아는 어퍼코리아에 대한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이듬해인 2020년 1분기 어퍼코리아 지분 18억7500만원을 추가로 취득했다. 지분율을 40%까지 올렸다. 당시 관계기업 투자손익은 -6400만원 가량이다. 지분을 더 취득한 어퍼코리아의 실적이 좋지 않아 추가 투자에 따른 손실을 봤다는 의미다.
어퍼코리아를 위한 금융 거래도 꾸준히 했다. 가비아는 2021년 어퍼코리아에 예금 5억원을 담보로 제공했다. 2022년 4월에는 동일한 금액으로 단기 대여금을 줬다. 운영자금 마련 목적이었다.

물심양면으로 어퍼코리아에 힘을 실어줬지만 부진의 늪을 벗어나지 못했다. 어퍼코리아는 2020년 순자산 9억7600만원을 기록하기도 했으나 이외 해에는 매년 자본잠식을 벗어나지 못했다. 자생 능력을 확보하지 못했던 셈이다.
실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한 번도 순이익을 내지 못했다. 4년간 쌓인 누적 순손실이 3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가 돼서야 처음으로 4억2800만원의 순이익을 냈지만 청산 직전인 올해 1분기 다시 순손실로 돌아섰다.
가비아가 어퍼코리아를 놓지 않았던 건 ERP 제작 비용과 시간을 절감하기 위한 목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비교적 업무 복잡성이 낮은 중소기업용 ERP는 수억원 대에 제작할 수 있지만 보다 복잡한 대기업용 ERP는 수십억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의 개발비가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ERP 설계와 개발, 테스트 과정 등에 큰 비용이 들고 재무, 인사, 생산 등 기본 모듈을 만드는 데에도 긴 시간이 필요하다. 결과는 전략의 실패였다.
가비아는 어퍼코리아 청산을 결정하고 이곳에서 제작했던 ERP '어퍼(erpper)' 제공을 4월부터 중단했다. 대신 그룹웨어인 '하이웍스'에 ERP 기능 중 하나인 경리회계를 추가했다. ERP 관련 전략을 전면 수정한 셈이다.
가비아는 1999년 세워진 도메인 호스팅 벤처 1세대 기업이다. 현재 도메인을 비롯한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그룹웨어 등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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