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4월 29일 07시0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T 입장에서 티빙과 (KT시즌을) 합병했던 건 재무적 투자 목적이 아니다. 미디어 사업의 전반적인 시너지를 고려한 전략적 투자로 제휴했다. 그런 협력에 대한 사업적 의지와 가치가 지금은 많이 훼손됐다고 생각한다."이달 16일 열린 KT의 미디어 사업부문 전략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김채희 KT 미디어부문장(전무)이 이같이 말했다.
정제된 단어를 쓰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임원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나타낸 경우는 드물다. 'KT의 반대로 티빙과 웨이브 합병이 지연됐다'는 소문을 직접 확인해준 순간이기도 했다. 김 전무의 작심발언으로 장내가 잠시 술렁였다.
KT가 전략적 투자자를 자처한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2022년 12월로 돌아가야 한다. 당시 티빙은 KT의 100% 자회사이자 OTT 플랫폼이었던 KT시즌을 흡수합병했다. 동시에 티빙이 새로 발행한 38만2513주를 KT스튜디오지니가 취득해 티빙의 2대 주주가 됐다. KT스튜디오지니도 KT의 100% 자회사이기 때문에 사실상 KT가 티빙의 주요 주주로 자리매김했다.
재무적으로 봤을 때 KT는 KT시즌을 티빙에 넘겨줄 이유가 없었다. 수익성이 나쁘다고 평가받던 토종 OTT와 달리 KT시즌은 꾸준히 순이익을 달성하고 있었다. 2021년 세워진 KT시즌은 그해 63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합병 직전까지 올린 순이익은 20억원이었다. 현재도 인기를 끌고 있는 '신병' 시리즈는 KT시즌의 대표작이다.
그럼에도 KT가 티빙과 손을 잡은 이유는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외산 플랫폼의 영향력 강화 때문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국내 OTT가 뭉쳐 넷플릭스에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티빙의 웨이브 합병 추진도 이런 맥락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웨이브의 최대 강점이었던 지상파 콘텐츠 독점력은 약해졌다. SBS는 '타도' 대상이었던 넷플릭스에 콘텐츠를 제공 중이다. MBC는 쿠팡플레이에 입점했다. 양사 모두 웨이브의 주요 주주인 점을 감안하면 아이러니하다. 작년 하반기에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드는 스튜디오웨이브까지 청산했다. 새 콘텐츠를 만드는 능력마저 상실했다.
결국 KT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서는 KT시즌을 티빙으로 보내줬던 그때로 돌아가야 한다. "사업의 시너지 강화, 성장 가속화 기회 확보"가 합병 이유였다. 2022년이나 지금이나 KT는 여전히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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