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interview]"사외이사, 법적 책임을 넘어 리더십 발휘해야"'사외이사의 선생님' 안수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
김슬기 기자공개 2024-12-09 08:22:42
이 기사는 2024년 12월 05일 07시10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외이사 대상으로 강의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조하는 핵심은 두 가지다. 우선 사외이사로서의 법적 책임과 의무에 대해 명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또 법적 책임에서 더 나아가 실제 이사회가 기업 문화를 변화시키는 데 있어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안수현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원장(사진)은 최근 더벨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실제 KDB생명보험에서 사외이사를 시작했고 현재도 SK증권 이사회 구성원으로 있다. 그럼에도 국내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사외이사들의 선생님인 것이다.
◇ 대우조선해양 사례 마음에 새겨야…여러 이해관계자와 소통 필요

그는 "첫 사회생활을 대신경제연구소에서 시작했는데 투자자 이슈나 국내외 제도 차이에 관해서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학계로 오게 됐다"며 "ESG 역시 기업 전체의 주요 법적 이슈로 부상하기 전 사회책임투자(SRI)부터 자본시장연구원 등과 연구회를 구성했던 게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ESG기준원(KCGS) 스튜어드십코드 제정위원회 위원, 법무부의 상법 개정 위원회(지배구조법) 위원 등을 지냈고 금융위원회, 한국거래소, 공정거래위원회 등 여러 기관과도 함께 일해왔다. 최근에는 금융감독원의 옴브즈맨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금감원의 업무를 감시하고 제도개선을 권고하는 역할이다.
그는 대한변호사협회와 세계여성이사협회(WDC) 등에서 사외이사 대상 교육도 해왔다. 그는 "사외이사가 된다는 것은 생각하는 것 이상의 법적 책임과 의무를 지는 일"이라며 "대법원은 시스템이 잘 구축됐더라도 업무 전반에 대한 감시의무 이행을 외면해 회사 내 위법행위가 발생하게 되면 대표이사는 물론 사외이사도 감사의무를 게을리 한 것으로 판시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건은 사외이사에게 유의미하다. 당시 사외이사들이 회사에 대한 감시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 민사소송을 냈다. 소송가액만 수천억원이었다. 사외이사는 책임이 없다는 판결이 내려졌지만 5년 넘게 재판이 이뤄지면서 고통을 받았다.
또한 "법적 책임을 다하는 것 외에도 사외이사는 기업의 비전과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실행으로 옮기는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며 "기업 내부의 시각, 투자자의 요구사항, 소비자 등 여러 이해관계자의 기대를 전하고 경영전략에 포함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최적의 조합 찾기'가 관건…다양성 측면서 여성 인재 양성도 중요
그는 현재 SK증권 사외이사로도 재직, 다양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했다. 그는 "이사회의 구성은 다양한 역량, 전문성, 경험을 포함해 최적의 조합으로 설계해야 하며 주기적으로 후보자 풀이 관리가 되고 추천 경로 또한 주주, 외부 자문기관, 내부 조직 등으로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최근 기업들의 이사회 역량구성표(BSM) 도입도 긍정적으로 봤다. 그는 "금융회사는 기관투자자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매년 100~200명 정도 사외이사 후보군을 둔다"며 "잘하는 기업들의 인재풀 관리를 참고할 필요가 있고 구성 최적화를 위해 자체적인 인력풀 및 검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0년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른 자산규모 2조원 이상 기업의 이사회 내 여성이사 진입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봤지만, 한계도 있다고 평했다. 그는 "자산총액 2조원 이상 기업에서 여성 임원 증가율이 전체 상장사보다 높아지면서 다양성 측면에서 고무적인 진전이 있었지만 포용성까지 충분히 구현되었는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여성 사외이사의 수는 증가하고 있지만 여성 사내이사는 그만큼 늘어나고 있지 않다"며 "한창 일을 하고 있는 중간 관리자에서도 성별 다양성이 확보되어야 여성이사와 임원들이 공급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육아 등으로 인해 경력 단절이 되어도 롤모델로 삼을만한 직원들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2013년 여성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해 2030년까지 여성 임원의 비율을 30%로 끌어올리도록 했다. 2015년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여성 임원 비율, 2016년부터는 여성활약 관련 정보 등을 공시하도록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여성임원 육성정책이 자본시장 공시제도엔 반영되어 있지 못하다.
그는 바람직한 이사회에 대해서도 제언했다. 그는 "이사 선임의 중요성은 말할 것도 없고 이사회가 효과적으로 감독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독립성이 반드시 확보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효율성을 위해 소위원회의 수를 무조건 늘리기보다는 기업 규모에 맞게 적정 소위원회를 두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호반 견제' 연대 본격화…㈜LS-대한항공 '지분동맹'
- 되찾은 12%…한진칼, 정석기업 지배 구조 '공고히'
- 현대로템, K2가 끌고간 디펜스솔루션…추가동력도 '탄탄'
- '남은 건' STS뿐…현대비앤지스틸, '외연 축소' 현실화
- [이사회 분석]포스코GS에코머티리얼즈, 포스코 지분율 70%로 '급증'...이사회 구조는 유지
- [i-point]미래컴퍼니, 북아프리카 신시장 개척 본격화
- [i-point]폴라리스오피스,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744억 기록
- [i-point]더바이오메드, 치주질환 조기진단 플랫폼 공동개발 MOU
- 채비, 인도네시아 Helio와 전기차 충전 인프라 MOU
- [i-point]엔에스이엔엠, FMC 만찬회서 '어블룸' 글로벌 비전 선포
김슬기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발행사분석]공모채 단골 '한진', 시장선 A0급 대접
- [Policy Radar]회사채 캡티브 영업 검사, 한국·신한증권으로 확대
- 포스코퓨처엠 달라진 유증 환경…뚝 떨어진 수수료율
- KIST·M83, 인공지능 기반 3D 객체 식별 기술 '맞손'
- 4년만에 유상증자 포스코퓨처엠, 키움증권 합류 눈길
- [도우인시스 IPO]이사회로 본 '뉴파워프라즈마·삼성벤처' 동행, 유효기간은
- 미래에셋, 8.5%까지 끌어올린 ROE…목표 달성 가시화
- [도우인시스 IPO]삼성 의존도 '양날의 검'…시장 의구심 해소 필요
- [도우인시스 IPO]경쟁자 없는 UTG 강자…비교기업 산정에 '고심'
- [도우인시스 IPO]손바뀜 1년여만에 상장 결실, 2년 의무보유로 안전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