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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 출신 1세대 뱅커의 실험 [하나대투증권]①이찬근 전 사장의 인사·조직 혁신..퇴임후 뒤늦게 성과 발휘

박준식 기자/ 이재영 기자공개 2010-04-05 08:22:42

이 기사는 2010년 04월 05일 08: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2~3년 동안 하나대투증권 만큼 드라마틱한 변화를 겪는 IB 하우스가 없다.

2008년까지 초라한 실적으로 그저 그런 중소형 IB에 지나지 않던 이 증권사는 1년 간 특별한 조직구성을 통해 반짝이는 실적을 내보였다. 하지만 이후 최고경영진(CEO) 교체와 함께 또 다시 변화 이전의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

실제 2008년 이전까지의 실적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당시까지 하나IB증권(하나대투증권과 합병 이전)의 주식자본시장(ECM) 주관사 순위는 거래규모 1818억9900만원, 거래건수 18건으로 전제 증권사 중 14위를 기록했다.

채권발행시장(DCM) 주관 순위도 20위(3855억4200만원, 15건)로 중소형사 수준. 여기에 인수합병(M&A) 자문 완료 실적은 하나도 없다.

2008년 결산 실적을 기준으로 한 인수 및 주선 수수료는 75억9400만원이었지만 이중 55억4600만원이 국공채 관련 수입이었다. 전체 수수료에는 국공채 수입에 기업공개(IPO) 3억원, 유상증자 6억원, 회사채 18억2700만원의 수수료가 더해진 것이다.

자기자본은 1조5184억원으로 전 증권사 중 9위였지만 IB업계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은 순위가 한단계 낮은 동양종합금융증권 보다 못한 처지였던 셈이다.

회사 관계자는 "2008년까지는 사실상 금융지주사에서 IB를 방치하고 있었다"며 "당시엔 실적도 의욕도 없어 근근히 코스닥 기업에 마케팅을 하는 게 전부였고 IB라고 하기에는 부끄러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런 하나대투가 변신을 시작한 건 2008년 하반기부터다.

2007년 9월,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영입했던 이찬근 전 사장이 1년여의 재임 기간 동안 조직구성을 마치고 회사를 떠난 이후부터 실적이 급개선됐다. 이 전 사장이 재임한 동안에는 조직의 구조조정이 한창이라 개편효과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구성이 완료되고 그가 떠나자 효과가 눈에 띄게 드러난 것이다.

이찬근 전 사장은 1년 남짓의 재임 기간동안 끊임없는 인사 및 조직혁신을 통해 하나대투의 기틀을 바꿔놓았다는 평을 얻는다. UBS와 골드만삭스를 거치며 국내 1세대 I-뱅커로 평가받는 그는 당장의 영업확대보다는 조직혁신(Organization architecturing)에 경영의 중심을 뒀다.

이 전 사장은 'IB란 기본적으로 사람 장사'라는 마인드로 고객이 위임한 거래에 따라 뱅커가 빠르게 뭉치고 서비스를 서포트할 수 있는 조직체계를 구상했다. 경쟁사와 달리 은행의 여신 기능을 증권사로 내어준 장점을 살려 자본시장본부에 JP모간 출신의 자산유동화 전문가 홍선주 전무를 영입했고, 주식자본시장(ECM)실에는 골드만삭스, UBS에서 근무한 원호연 실장을 스카우트했다.

인수합병 거래와 사모펀드 투자를 주관하는 IB본부장에는 하나은행 출신의 투자 전문가인 소병운 전무를 위임했고, 그를 보좌할 실무진에 정성훈 이사(현 PE실장, 상무)를 내세웠다. IB 본부가 딜을 소싱하면 자본시장본부가 거래구조를 짜고 동시에 IB본부 내 섹터커버리지실(M&A팀, 엑스큐션팀)이 실무를 도맡는 구조였다.

조직정비가 한창일 당시엔 저항도 적잖았다. 한국적 정서에 따라 부서간 협조에 인색한 걸 당연하게 여기던 이들은 관리보다 실무를 중시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자 문화차이 등을 이유로 회사를 떠났다. 외국계 출신의 사장이 정서나 문화적 차이를 무시하고 조직을 멋대로 바꾸고 있다는 불만도 일부에서 터져나왔다.

하지만 선진 IB 형태의 조직체계는 한동안의 시행착오 기간을 거쳐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았다. 일단 IB본부 내의 섹터커버리지실이 거래를 알리면 RM코디네이션팀이 산업별 동향이나 그룹별 주요 특징을 분석해 고객이 거래를 믿고 맡길 수 있도록 전문적인 리포트를 내놓았다. 산업적 지식은 고객 기업에 미치지 못하고 실사나 분석은 회계법인 등에 밀리던 국내 증권사의 한계를 보강한 셈이다.

2008년 하반기부터는 이런 조직의 힘이 실적으로 증명됐다. M&A 전문가가 즐비하다는 두산그룹의 두산테크팩 매각 주관을 맡아 거래 상대방인 MBK파트너스의 인수금융까지 담당하며 딜을 성공한 것이다. 두산은 하나대투의 실력을 확인하고는 두산주류BG 매각 거래까지 의뢰했다.

하나대투는 이후 글로벌 사모펀드인 KKR의 오비(OB)맥주 인수금융은 물론 두산DST 매각과 안산도시개발 인수, 금호렌터카 인수, 다올신탁 인수 등을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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