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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증권 출신 득세...과거로의 회귀 [하나대투증권]②신임 사장 부임후 조직 급변...외국계 출신 줄줄이 사직

박준식 기자/ 이재영 기자공개 2010-04-06 10:28:26

이 기사는 2010년 04월 06일 10: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찬근의 인재들'이 회사에서 자리잡은 이후 나타난 변화는 수치로 증명된다.

인수합병(M&A) 부문에선 2009년 1000억원 이상 인수금융 딜 5건 중 4건 이상을 휩쓸었고 주식자본시장(ECM)과 채권발행시장(DCM)에서도 효과가 두드러졌다.

2009년 반기 기준으로 유상증자 수수료는 12억1300만원, 회사채 수수료는 97억8800만원으로 수입이 2배 이상 늘었고 이전까지 상당 비중을 차지했던 국공채 관련 수입은 24억5100만원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반년 동안 전년 대비 ECM은 2배, DCM은 5배나 실적이 늘어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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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대투는 브로커들이나 하는 안전자산 매매에서 벗어나 기업금융(CF) 거래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는 평을 얻었다. 실제 외부 경쟁사들은 급변한 하나대투 IB를 '공공의 적'으로 여겼다. 대형 인수합병(M&A) 거래의 경우 금융위기 여파로 시장이 얼어 붙어있던 상황에서 몇 건 없던 딜을 독점하다시피 수행했기 때문이다.

하나대투가 갑작스럽게 호실적을 구가하자 일부에선 금융 계열사로 은행을 끼고 있어 '어부지리'로 거래를 딴다는 흑색선전도 마다치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금융위기 여파가 하나대투에만 특혜를 준 건 아니다. KB금융지주나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농협 등 메이저 금융지주도 증권사와 은행을 동시에 자회사로 두고 있지만 쉽게 기회를 잡지는 못했다. 오히려 그들이 사실상의 담합형태로 좌지우지 하던 인수합병(M&A) 여신시장을 뺏긴 모습이었다.

이런 호실적의 비결은 은행계 증권사로서 랜더(lender) 역할이 가능했던 것도 있지만 그 기회를 놓치지 않게 한 선진화된 조직 구조에 모인다. 국내 금융시장을 꿰뚫고 있는 하나은행 출신의 뱅커들과 외국계 출신의 인력이 2008년 이후 새롭게 짜여진 조직에서 한국형 IB의 가능성을 내보였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런 르네상스는 오래가지 못했다. 하나IB와 하나대투가 합병한 이후 통합 증권사의 대표로 현대증권 출신의 김지완 사장이 부임했고 뒤이어 현대증권과 부산은행을 거친 장승철 IB부문 사장이 나타나면서 조직체계가 다시 한번 급변했다.

지난해 11월 IB부문 사장이 된 장 대표가 부임한 후에는 '현대증권-고려대' 출신의 득세가 특히 두드러진다.

장승철 사장은 올 1월 초 현대증권 출신의 이윤형 상무(고려대 84학번)를 ECM 실장으로 영입했다. 이 인사가 눈길을 끈 것은 기존 담당 실장이 있는 상태에서 새로운 인물을 영입하면서 '공동 실장'이라는 이해못할 직책을 부여했다는 데 있다.

신임 사장이 조직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전 직장의 워킹 파트너를 영입한 건 어느 직장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참작할 수 있다. 하지만 보직이 공석이 아닌데도 기존 실무자를 무시하듯 인사를 처리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경영진은 이런 부담을 의식한 탓인지 공동실장에게 역할을 분담시켰다. 기존 원 실장에게는 대기업과 해외 거래, 주식연계채권(ELB), 유상증자를 맡기고 신임 이 상무에 일반 코스닥 상장(IPO) 및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설립 분야를 나눠주었다.

하지만 일관성이 있어야 할 업무지침이 둘로 나뉘고 실무 인력배분 등에 있어 미묘한 갈등이 끊이지 않자 내부의 동요는 좀체 가시지 않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경영진은 DCM 분야에서도 같은 문제를 일으켰다. 채권 거래 강화를 목적으로 다시 외국계 출신의 인사를 배제하고 새로운 인물을 찾기 시작한 것. 회사 측은 원화와 외화 채권을 아우르는 책임자를 찾아 관련 부서를 강화하기 위해서라고 명분을 내세웠지만 기존 인력은 이를 그대로 신뢰하지 않았다.

새로운 DCM 실장으로 타 증권사 출신의 인사가 내정돼 있다는 소문이 돌고 기존 실장이 팀장급으로 좌천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ABN암로와 메릴린치 등에서 국내 기업들의 해외 채권 발행을 주도하다 1년전 하나대투로 옮긴 위영오 실장은 이런 부담을 이기지 못했다.

결국 원 실장과 위 실장은 경영진에 의해 부서 내에서 입지를 빼앗긴 채 사직서를 제출했다.

여기에 자본시장본부장으로 주요 M&A 인수금융을 도맡았던 홍선주 전무도 예외는 아니었다. 외국계 출신의 여성 임원으로 새로운 경영진과 일하는 문화에서 차이를 보여온 홍 전무도 신진세력에 의해 설 자리를 잃은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홍 전무가 지난해 주요 딜을 따내면서 주요 실무자와 함께 적잖은 인센티브를 받았는데 새로운 경영진은 그런 보상이 과다하다 여겼다"며 "홍 전무는 최근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권고사직 형태로 물러났다"고 귀띔했다.

경영진은 최근 홍 전무의 자리에 현대증권 IB 2본부장 출신의 주익수 전무를 임명했다.

이러다보니 내부에선 실무진이 어렵게 쌓은 새로운 IB의 기틀을 새로운 경영진이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회사의 다른 관계자는 "최근 잇따른 인사로 인해 사내 분위기가 매우 어수선하다"며 "일부 직원은 '우리가 현대증권 2중대냐'는 반발과 함께 업무에 관한 동기부여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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