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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LIG·효성·한솔에 돌을 던지나

길진홍 기자공개 2011-03-29 08:12:49

이 기사는 2011년 03월 29일 08: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그룹 계열 건설사들이 잇단 수난을 맞고 있다. 모기업 자금 지원이 끊기면서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라는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지난해 한솔그룹 계열 한솔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데 이어 이달 LIG그룹의 LIG건설이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효성그룹 계열 진흥기업은 우여곡절 끝에 워크아웃 길을 걷고 있다.

계열사를 절벽으로 떠민 그룹들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자금 지원을 중단하고 법원과 채권은행에 손을 내밀자 금융시장에서는 ‘꼬리자르기’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그룹의 지원 중단으로 건설사들이 퇴출 명단에 오를 때마다 대주주 책임론과 함께 도덕적 해이 논란이 고개를 들었다.

그룹의 지원 가능성을 믿고 돈을 빌려주고, 투자에 나섰는데 이를 어겨 손해를 봤다는 게 그 요지다.

감독당국도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겨우 잠잠해진 금융시장에 그룹 계열사 퇴출이 몰고 올 역풍이 달가울리 없다.

소위 재벌로 불리는 그룹들은 계열 건설사를 잇따라 퇴출시키면서 금융시장 안정을 위협하는 존재로 전락했다.

하지만 좀 더 냉정히 시장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그룹의 계열 건설사 정리를 꼬리자르기와 대주주 책임으로 몰아 세우는 건 리스크를 머금고 투자와 이익 그리고 손실이라는 톱니로 굴러가는 자본시장의 논리와 배치된다.

어느 누구도 타인의 주식 투자에 대한 손실을 책임져주지 않는다. 유독 그룹 계열 건설사의 대주와 투자자에 대해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건 모순이다.

부실 계열사 지원은 그룹의 선택 사항이다. 자금을 지원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내칠 수도 있다. 그건 하나의 가능성에 지나지 않는다. 엄연히 투자 리스크가 존재한다. 그 리스크는 합당한 배당의 형태로 투자자에게 돌아간다.

LIG건설의 경우 CP 투자자들이 8% 이상이 고수익을 누렸다. 전형적인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투자다. 수백억원을 움직이는 일부 큰손들은 분산 투자 차원에서 30억원 안팎의 CP를 매입했다. 그 중 몇몇은 법정관리 신청 열흘 전 원금을 회수하는 대신 재투자를 결정했다.

건설업 침체로 LIG건설의 영업이익이 곤두박질치고 있었고, 시장에서 수차례 그룹 계열 건설사의 퇴출 가능성이 언급됐는데도 이들은 CP를 재매입했다.

과연 투자금을 되찾아 주는 게 이치에 맞는 걸까? 법적인 수단을 동원해 원금을 되찾는 방안을 강구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모럴해저드 아닌가?

CP를 판매한 금융회사들은 어떤가. 증권사들은 특정금전신탁 계정을 통해 CP 판매를 중개하고 수수료를 챙겼다. 투자자 손실 책임에서는 자유로우나 법정관리 가능성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책임'까지 피할 수는 없다.

은행들도 대형 건설사에 비해 높은 이자수익을 기대하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나섰다. 결국엔 대규모 충당금을 쌓게 됐다. 리스크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한 대가다.

감독당국 역시 책임을 방기했다. 금융위기 이후 채권은행들이 건설업 신용위험평가에서 그룹 계열사에 대해 관행적으로 B등급을 부여했으나 이를 묵인했다.

이후 그룹 계열 건설사의 퇴출이 잇따랐고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이제는 멀쩡한 그룹 계열 건설사까지 부도설이 나도는 지경이다. 적어도 채권은행들이 그룹 계열 건설사에 대한 신용위험평가를 제대로 진행할 수 있도록 유도했어야 한다.

퇴출 건설사의 대주주의 책임을 묻기에 앞서 금융시장의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그룹 계열 건설사가 못미덥다면 신용위험을 보수적으로 평가하면 된다. 대주주 책임은 그 뒤에 물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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