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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티어 유지비결? 전문성 북돋는 탄탄한 기업문화 덕" 한진덕,이용국,한상진 클리어리가틀립 변호사

한희연 기자공개 2018-11-14 18:00:58

[편집자주]

외국법 자문사들의 국내 활동이 허용된 지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국내 법조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초기 우려와 달리 한국에 상륙한 글로벌 초대형 로펌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정착해 나갔다. 반면 일부는 철수를 준비하는 등 미묘한 변화도 감지된다. 법률시장 개방 6년. 한국에서 활동하는 글로벌 로펌의 현재는 어떨까.

이 기사는 2018년 11월 07일 0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로스쿨 졸업 후 여러 로펌에 인터뷰를 다니는데 일하는 사람들의 얼굴에 미소가 있던 유일한 회사가 바로 여기였다."

한진덕 클리어리가틀립앤해밀턴(Cleary Gottleb Steen & Hamilton LLP) 대표 변호사는 입사 당시인 1989년을 이렇게 회상했다. 회사의 차별적인 강점을 묻는 질문에 주저 없이 '기업문화'를 꼽으면서다.

클리어리가틀립은 국내에 진출한 로펌 중 유일하게 록스텝(lock step)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록스텝이란 일종의 '호봉제'다. 구성원들이 미소를 띄고 일을 할 수 있는 여유는 이 기업문화에 기반한다는 설명이다. 어떤 곳보다도 경쟁이 심하고 성과에 따른 보상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여겨지는 금융시장의 한 가운데 있으면서 이런 문화를 간직한 점이 특이하다. 본사가 있는 뉴욕에서도 순수한 의미의 록스텝 시스템을 갖고 있는 로펌은 손에 꼽는 정도라는 설명이다.

사실 100년 전 쯤 미국이나 유럽시장에서 금융회사들이나 로펌들이 탄생할 때는 이런 록스텝 시스템을 기초로 한 곳이 대부분이었다. 이들 회사들이 취하는 파트너십 구조라는 게 사실 '동업자 정신'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며 프리라이더(무임승차) 문제 등이 생기며 하나둘 인센티브제로 전환됐고, 지금은 록스텝 기반의 회사가 희귀하게 된 상황이다. 한번 인센티브제로 전환된 회사가 다시 록스텝으로 돌아오기는 구조상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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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너들이 실적에 연계되는 성과를 가져가는 것(eat what you kill)을 조장하고 경쟁을 부추기는 시장환경에서 록스텝 기반의 회사인 클리어리가틀립은 도태되기는 커녕 오히려 대부분 업무 분야에서 탑 티어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상진 변호사는 "개인의 수입이 늘어나려면 회사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수 밖에 없다"며 "때문에 내부경쟁보다는 협업을 하려는 기본적인 마인드가 갖춰져 있고 이는 엄청난 베네핏(Benefit)"이라고 얘기한다.

록스텝은 장기적으로 클리어리가틀립의 업무 전문성 강화에 기여했다. 인센티브제도가 강하게 작용하는 회사의 경우 딜을 따 왔다는 점만으로도 이에 따른 인센티브가 주어지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꼭 본인의 전문분야가 아니더라도 일단 딜을 따서 설익은 서비스를 제공하려하는 폐해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처음 한 두번은 전문분야가 아닌 딜을 딸 수 있겠지만 장기적인 고객 기반으로 이어지는 데 한계가 존재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클리어리가틀립의 경우 구조적 특성상 개개의 딜을 누가 가장 잘 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가장 적합한 전문가 집단이 이를 처리할 수 있게 긴밀히 협업한다. 록스텝 시스템 하에서 개인의 클라이언트가 아닌 회사 전체의 클라이언트라는 개념이 깊이 자리매김 하고 있기 때문이다.

클리어리가틀립의 록스텝 기반 기업 문화는 장기간 유지될 전망이다. 회사의 창립과도 연관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에서 왕성한 활동을 벌이던 7명의 파트너 변호사들이 기존 회사가 록스텝에서 인센티브제로 전환되는 데 반기를 들고 나와 1946년 창업한 회사가 바로 클리어리가틀립이다.

인센티브제도가 만연한 시장 환경에서도 록스텝 시스템을 좋아하는 인력들이 회사에 입사하고 전통을 고수하며 기업문화를 지키고 있다. 세명의 서울사무소 파트너인 한진덕, 이용국, 한상진 변호사 모두 로스쿨 졸업 후 첫 직장이 클리어리가틀립이었고 이곳에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용국 변호사는 "다른 로펌과는 달리 이직을 하는 사람도 적고 외부에서 영입하는 사람도 적다"며 "최근 영입한 김준현 변호사도 미국 남부 연방지검장 직무대행을 하다 왔지만 따지고 보면 그 이전에 여기서 파트너로 일했기 때문에 친정으로 돌아온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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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기업문화를 정점으로 불필요한 내부경쟁을 하지 않기 때문에 축적된 에너지는 고스란히 최첨단 서비스로 고객에게 돌아간다. 이미 클리어리가틀립의 전문적인 서비스를 맛본 고객들은 쉽게 파트너를 바꾸지 않는다. 20 여 년 전부터 쌓아온 한국기업 고객과의 릴레이션십이 지금까지 이어져 온 원천은 바로 한결같은 전문성이다.

한국 자본시장은 서비스에 대한 수수료 측면에서 박하기로 소문이 나 있다. 시장의 크기가 그리 크지 않은 데 경쟁이 상당히 치열하기 때문이다. 금융이나 법률이나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녹록치 않은 시장이다.

클리어리가틀립은 이런 시장에서도 전문적인 자문 서비스의 가치를 합리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몇 안되는 회사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클리어리가틀립이 수행한 딜 중 RFP를 받아 다른 펌들과 수수료 경쟁을 통해 딜을 수임한 경우는 없다. 오히려 최초로 시도하거나 규모가 크거나 복잡한 딜 등을 성사시키려 할 때 고객들은 클리어리가틀립을 찾는다.

한진덕 변호사는 "일의 퀄리티를 중시하는 고객들은 로펌으로 가는 수임료를 조금 더 내고 덜 내고 하는 부분 보다 법률 계약 상의 리스크 방지에 더욱 방점을 둔다"며 "때문에 어렵거나 복잡해 전문성을 요하는 딜들 위주로 많이 의뢰가 들어오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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