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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회의실, 무대매너 강의…농협의 핀테크랩 실험 [금융권 핀테크랩 전략 ⑥이대훈 행장 매주 출근...농협 특화 스타트업 지원

이은솔 기자공개 2019-10-08 13:55:00

[편집자주]

금융권 핀테크랩은 의무에서 전략이 되고 있다. 혁신 기술을 갖춘 핀테크 스타트업을 확보하는 것이 금융사의 미래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정부 기조에 맞춰 시작했던 핀테크랩은 이제 1세대, 2세대를 넘어 3세대에 들어섰다. 출범 5년차를 맞은 금융권 핀테크랩의 성과와 방향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10월 02일 13: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농협2-2
신형춘 NH디지털혁신캠퍼스 센터장
"저는 그냥 숨어 다닙니다. 안 보이는 게 도와주는 거죠."

핀테크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어떤 걸 가장 중점에 두냐는 질문에 신형춘(사진) NH디지털혁신캠퍼스 센터장은 이런 농담을 던졌다. 억지로 성과를 내라고 독촉하기보다는 최대한 불편함 없이 자유로운 환경을 조성해주겠다는 여유가 느껴졌다.

실제로 NH디지털혁신캠퍼스는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농협은행의 이미지와는 크게 달랐다. 세련된 공유 오피스나 외국계 회사에 더 가까워 보이기도 했다.

잔디를 떠올리게 하는 연두색 카페트에 조약돌 모양의 개성있는 소파, 여기저기 농협의 공룡 캐릭터인 올원 프렌즈 인형이 놓여있었다. 입주 스타트업 직원들은 반팔에 슬리퍼 차림으로 공유공간을 돌아다녔다. '스티브 잡스', '래리 페이지' 이름이 붙은 유리 회의실에서 미팅을 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국내 최대 규모…재무부터 데모데이 발표 연습까지 꼼꼼한 교육 강점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NH디지털캠퍼스는 국내 최대 규모의 핀테크랩이다. 무려 630평 규모로, 쾌적한 개별 사무실과 넓은 공유공간을 자랑한다. 원래 농협의 정보기술센터로 사용되던 건물이 올해 4월 디지털 실험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물리적 공간 뿐 아니라 입주한 기업의 규모 금융권 핀테크 지원 프로그램 중 가장 크다. 농협은 지난 4월 NH디지털 챌린지 1기로 총 33개의 기업을 선정했다. 농협과 스타트업 육성 기관인 크레비스파트너스가 함께 지원과 육성을 담당한다.

입주 기업들은 캠퍼스 내 사무공간을 이용하고 전문적인 액셀러레이팅 교육을 받는다. 신 센터장은 "형식적인 교육이 아니라 재무제표 작성, 투자 유치방법 등 스타트업에게 꼭 필요한 내용을 교육한다"며 "대학 시간표처럼 스케줄이 빼곡하게 차 있다"고 설명했다.

심지어는 손짓과 눈빛까지 가르쳐줬다. 1기 데모데이를 앞두고 프레젠테이션 전문 강사를 불러 일명 '무대 매너' 강의도 마련했다. 투자자들을 상대로 사업 아이디어를 발표하는 데모데이에서는 자신감 있는 발표와 신뢰를 주는 태도도 중요하다. 데모데이 경험이 없던 스타트업 대표들에게 무대로 걸어나오는 방법과 시선처리를 코칭했다. 덕분에 지난 8월에 있었던 데모데이 이후 캠퍼스에는 투자 논의를 위한 벤처투자자(VC)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농협3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의 이름을 딴 회의실.


◇농협 특성 살린 '따뜻한 기술'…이대훈 행장 매주 캠퍼스로 출근하며 전폭적 지지

입주한 스타트업에서도 농협의 특성이 엿보인다. 언뜻 보면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핀테크의 개념과 달라보이지만, 수백만 농민 고객을 둔 농협의 입장에서는 활용도가 무궁무진한 곳들도 있다.

신 센터장이 '정말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추켜세운 에너닷이 이런 사례다. 최근 지역에서는 태양광 발전소를 담보로 한 대출이 늘고 있는데, 이 발전소가 실제로 잘 구동되는지, 고장이 난 건 아닌지 확인하려면 일일히 실사를 나가야 했다. 그런데 빅데이터를 통해 태양광 발전소 정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에너닷의 기술을 활용하면 농협의 동산담보대출에 드는 인력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농산물 직거래를 돕는 에이임팩트도 마찬가지다. 농산물을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고 싶다는 수요는 늘고 있지만 카카오톡, 문자 메시지, 전화 등 다양하게 들어오는 주문을 엑셀 등으로 관리하는 것은 농민들에게 쉽지 않은 일이다. 에이임팩트는 정제되지 않은 데이터인 문자나 카카오톡 메시지 등을 분석하고 자동으로 편집해준다. 농협이기 때문에 활용 가능한, 혁신적이면서도 따뜻한 핀테크 기술이다.

NH의 핀테크 지원 프로그램 뒤에는 이대훈 행장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다. 이 행장은 혁신캠퍼스 내에 집무실을 마련하고 매주 월요일마다 이곳으로 출근한다. 스타트업들의 요구 사항도 직접 듣고 반영한다. 지난 데모데이 때 6개월의 입주 기간이 짧다는 입주 기업들의 의견을 듣고는 기간을 연장하겠다고 결정한 것도 이 행장이다.

1기 기업인 사고링크의 송필재 대표는 "덕분에 입주를 연장할 수 있었다"며 "이제 막 시작하는 입장에서 농협이라는 큰 금융사와 협업하고 조언을 구할 기회를 얻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고 소감을 전했다.

신 센터장은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기가 어려운 스타트업의 특성상 행장님의 지원이 없었다면 이런 지원도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디지털캠퍼스가 기업들의 성장을 위해 거쳐가는 필수코스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조성현 스페이스워크 대표
NH 1기 데모데이 무대에서 발표하는 조성현 스페이스워크 대표. (사진제공:NH농협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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