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2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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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흥철강, 한영선재 경영권 인수…한계 직면한 철강업 61억에 지분 85% 인수, 중소형 업체 M&A 또 나올 듯

구태우 기자공개 2020-03-18 08:05:33

이 기사는 2020년 03월 17일 14:3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도시화'와 조선업, 자동차산업은 철강회사의 생존을 좌우할 3가지 키워드다. 하지만 이들 산업은 몇 년 째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를 비롯한 글로벌 철강회사들은 성장이 아닌 생존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한중일 철강사들은 공급과잉을 우려해 '감산'으로 가닥을 잡았다.

중국과 일본 철강회사들은 '흡수합병'을 통해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소수 리딩기업들이 중소형 민간 철강사들을 통합하는 식으로 산업 구조개편이 진행 중이다. 이와 달리 국내 철강업체들은 구조개편의 첫 삽도 못 뜬 상황이다.

최근 국내 철강업계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현대제철이 단조사업을 물적분할해 현대아이에프씨를 신설하기로 한 게 한 예다.

지난 16일에는 중형 철강사들의 인수합병(M&A) 사례가 나와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영흥철강이다.

영흥철강은 이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특수강선재 제조업체 한영선재의 지분 65%를 추가로 취득한다고 밝혔다. 영흥철강은 내달 12일 한영선재의 지분 85%를 보유해 경영권을 획득하게 된다.

한영선재의 지분 65%에 대한 주식 취득금액은 40억원이다. 영흥철강은 지난해 10월 지분 20%를 21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총 61억원을 투입해 소형 철강사를 인수한 것이다.

그동안 국내 철강업계에서 동종 업계 간 M&A는 매우 뜸했다. 업계 내에서 대형 M&A는 2014년 현대제철의 동부특수강 인수가 가장 최신이었다. 포스코가 동부제철 인수를 고사하면서, 회사는 지난해 KG그룹에 인수됐다. 이외에는 세아베스틸의 알루미늄 소재업체 알코닉코리아 인수 등 소형 딜이 주를 이뤘다.

영흥철강의 한영선재 인수는 딜 규모는 작지만 철강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내 특수강 시장이 자동차산업의 불황으로 한계에 몰렸기 때문이다. 한영선재의 주제품은 냉간압조용강선(CHQ-WIRE·이하 선재)으로 자동차 등 기계부품의 소재로 활용된다. 2010년 이전에는 현대자동차를 필두로 자동차산업이 호황기를 맞으면서 만성적인 공급 부족에 시달렸던 소재였다.

그런데 완성차 판매가 부진해지면서 영업환경이 극도로 악화됐다. 현대차가 중국 생산라인을 철수하는 등 각종 악재가 계속됐다. 선재는 제품 특성상 다품종 생산체계를 갖춰야 한다. 판매처의 요구에 따라 다양한 강종으로 제작하기 때문에 생산원가가 높다. 반면 제품단가는 하락하고 있어 원가 부담에 수익성마저 악화됐다. 전방산업의 부진 여파로 선재 생산업체들은 마진이 급격하게 하락했다.


업황이 악화된 시기 무리하게 공장을 이전한 것도 문제였다. 한양선재는 충주공장의 이전을 추진하면서 유동성이 악화됐다. 비상장사인 한영선재의 재무상태는 2018년 재무상태표가 가장 최신이다. 2018년 단기차입금은 전년보다 48억원, 장기차입금은 89억원 증가했다. 현금성자산은 단기금융상품으로 전환, 담보로 설정했다. 대부분이 공장 이전에 따른 건축비용으로 들어갔다.

한영선재는 전방산업 악화와 공장 이전에 따른 부담으로 회사 매각을 결정했다. 한영선재는 지난해 10월 영흥철강에 지분 20%를 넘기기로 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때부터 지분 인수와 경영권 양도를 전제로 한 딜이 진행되고 있었다.

최두철 한영선재 대표는 이전부터 동종업계 간 '이합집산'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췄다. 지난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철강업계의) 현 구조에서는 합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수 업체가 난립해 선재를 생산하는 것보다 소수 업체가 생산해 경쟁력을 높이는 게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영흥철강은 이번 M&A로 자동차 등 기계부품 사업에 진출하게 됐다. 기존에는 케이블과 봉형강 등에 쓰이는 와이어 로드(wire rod) 선재 사업을 주로 했다. 이번 인수로 사업 영역은 자동차 부품까지 확대됐다. 기존 코일 스프링 외에 자동차용 선재를 납품해 사업 영역을 넓힐 수 있게 됐다는 평이다. 상장사인 영흥철강은 지난해 매출 1974억원, 영업이익 34억원(영업이익 1.7%)을 기록했다.

영흥철강은 총 60억원을 들여 사업영역을 넓힌 만큼 이번 딜의 시너지는 클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한영선재의 부채비율은 약 600%에 육박해 유동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산업적인 측면에서는 철강업계의 구조조정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점도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현재 대형 철강사들은 원가부담과 판매 부진으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중소형 철강사들은 영업환경이 악화되면서 생존이 위태로워진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딜은 불황에 빠진 철강사 간 흡수합병이 시작된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철강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추가 M&A 사례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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