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O 워치]'청소부' 정태균 팜한농 상무, 향후 과제는빅배스 회계 감수, 리파이낸싱 성과 보여…차입금 절대 규모 축소 과제
박기수 기자공개 2020-03-30 11:10:43
이 기사는 2020년 03월 26일 16: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6년 LG그룹으로 편입된 팜한농은 최고경영자(CEO)는 바뀌었지만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바뀌지 않은 기업이다. 상황에 따라 회사의 방향성을 설정하거나 큰 그림을 그리는 인물은 바뀌었을지언정 재무 기조 하나만큼은 4년 동안 일관성 있었다.주인공은 정태균 상무다. 정 상무는 LG화학 재무회계팀장과 LG MMA CFO를 역임하다 2016년 4월 팜한농의 CFO로 부임했다.
정 상무가 부임한 직후 팜한농은 정리할 것이 많은 회사였다. 부실 자회사부터 시작해 고금리 차입금 등 동부그룹 시절 자율협약의 흔적까지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임무는 명확했다. 그룹과 CEO가 세운 '큰 그림'에 따라 가장 효율적인 사업 개편 방안을 궁리하고 합리적인 자금 조달 방안을 모색해야 했다.
◇빅배스 감수한 CFO
정 상무가 CFO로 부임한 후 팜한농은 본격적인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우선 당해 7월 100% 자회사였던 '켐그린에너지'와 '팜흥농' 합병을 결정하고 곧이어 실행에 옮겼다. 당시 팜한농이 보유하고 있던 국내·외 자회사 중 단 두 곳(아그로텍·켐그린에너지)만이 순이익을 기록할 정도(2015년 기준)로 자회사 문제가 적지 않았다. 이어 '아그로텍'과 '팜화옹', '세실' 등을 정리하기 위해 각 회사가 보유하고 있었던 사모사채를 인수했다. 사모사채 인수는 추후 합병과 청산을 위한 사전 작업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자회사 수를 줄이며 구조 조정에 나섰지만 이상하게도 부채비율은 매년 높아졌다. 2016년 말 연결 기준 114.1%였던 부채비율은 2017년 말 142.8%, 2018년 말 177.5%를 기록했다. 쉽게 해소되지 않았던 차입금 문제도 있었지만 벌여놓은 사업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환경 충당금이 문제였다.
팜한농 관계자는 "LG그룹으로 편입된 후 두 차례 대규모 환경충당금을 반영했다"면서 "환경충당금이 비용으로 계상되기 때문에 영업손실과 순손실이 발생했던 해가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팜한농은 2016년과 2018년 1160억원, 5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재무 상태로 성과를 평가 받는 정 상무 입장에서는 두 차례의 빅 배스(Big bath)를 감수한 셈이다.
현재 팜한농의 종속기업으로는 해외 자회사 세 곳뿐이다. 중국 헤이룽장성에 위치한 '팜한농 케미칼(Farm Hannong (Heilongjiang) Chemical Co., Ltd.)'과 미국 법인 '팜한농 아메리카(Farmhannong America, Inc.)', 태국의 '팜한농 타일랜드(FarmHannong (Thailand) Ltd.)'다. 세 법인의 자산총계를 모두 합하면 약 200억원 규모로, 연결 기준 1조원이 넘는 팜한농의 자산총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
◇고금리 차입 상환, 회사채 선호
정 상무의 또 다른 목표는 자율협약 시절 불가피하게 발생했던 악성 차입금을 하루빨리 상환하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말끔히 해결됐다. 자율협약 당시 팜한농은 산업은행으로부터 5.25%라는 높은 이자율로 자금을 조달했다. 국민은행으로부터도 5%에 육박하는(4.8%) 이자율로 단기차입을 단행했다. 2016년 이후 팜한농의 연간이자보상배율은 2017년 2.5배, 2018년 1.2배에 그친다. 영업이익만으로 이자 비용을 충당하기도 쉽지 않았다는 의미다.
다만 팜한농은 지난해 고금리 차입금을 모두 상환했다. 대신 LG화학이라는 '초우량' 모회사를 등에 업고 저금리 회사채 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팜한농은 2017년에 2000억원, 2018년에 900억원, 올해 11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는데 이자율은 최대 3% 초반대로 그간 자금 조달 비용에 비해 비교적 낮다. 자금 조달 비용을 줄여야 하는 임무를 지닌 CFO 입장에서는 임무를 완수한 셈이다.
'궂은일'을 해낸 정 상무의 잔여 과제로는 여전히 과도한 수준의 차입금을 줄이는 것이 꼽힌다. 지난해 3분기 말 연결 기준 팜한농의 차입금 의존도는 33%다. 전체 자산 중 3할 이상이 차입금이라는 뜻이다. 다만 이전보다 차입 비용이 줄어든 만큼 재무구조 개선과 사업 확장의 간극 사이에서 조금 더 유연한 판단을 할 여지는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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