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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O 워치]"농협은행 빅배스는 체질개선 계기...RoRWA 효과 발휘"송수일 CRO(부행장), 여신기획·심사 경력 '시너지' 기대

진현우 기자공개 2020-05-27 13:30:07

[편집자주]

1762년 설립된 영국의 베어링은행이 문을 닫은 이유는 단 한 건의 주문실수 때문이었다. 파산 직전까지도 베어링은행의 리스크관리 시스템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이익을 쫓아 리스크를 테이킹하려는 영업조직과 사전에 위기를 감지하려는 리스크관리 조직 간의 끊임없는 긴장 속에서 금융회사와 기업은 성장한다. IMF 외환위기 이후 도입되고, 금융위기를 거치며 정비된 리스크관리 조직은 지금 어떻게 작동하고 있을까. 더벨은 리스크관리 정점에 있는 최고위험관리책임자(CRO)의 역할과 리스크 대응 전략, 구체적인 사례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0년 05월 22일 08:29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NH농협은행 리스크 관리부서의 시초는 1996년 농협중앙회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는 리스크관리 업무가 처음으로 시작됐고 팀제로 공식 편제된 건 1998년이다. 당시만해도 경영진의 관심은 낮은 편이었다. 금융기획부 내부조직으로 있던 리스크관리단은 2004년 리스크관리실로 확대 개편되며 처음으로 독립부서가 됐다.

2012년 신·경 분리가 이뤄지면서 농협은행은 지주 산하의 별도 법인이 됐다. 이때부터 농협은행 리스크관리 조직은 제대로된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이후 수차례 조직개편을 거친 은행 리스크관리부문은 현재 △리스크관리부 △신용감리부 △리스크검증단 크게 3부문 체제를 갖췄다.

리스크관리부는 다시 △리스크전략팀 △신용리스크팀 △시장리스크팀 △운영리스크팀 △바젤관리팀 △리스크계량화팀 △신용평가모형팀 등 세분화된 업무 영역별로 나눠져 있다.

출범 후 8년동안 총 5명의 CRO가 은행 리스크부문 총괄직을 거쳤다. 올해부터는 '여신통'으로 알려진 송수일 부행장이 지주·은행 CRO(겸직)에 올랐다. 송 부행장은 여신 전문가지만 영업보다는 제도·심사·운영방향성을 결정짓는 여신기획부 쪽에서 주로 커리어를 쌓아왔다. 여신영업과 건전성 간의 역학 관계를 고려해 리스크업무를 총괄할 수 있는 균형감을 갖췄다는 평이다.

특히 올해 1분기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전례없는 리스크를 겪고 있다는 점에서 송 부행장의 여신전략 부문 경험은 우량차주 위주의 포트폴리오 건전성 확보에 도움이 될 것으로 회사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실제 농협은행의 원화대출금은 지난 1월~3월 사이 약 4조5000억원 가량 증가해 신규취급은 물론 사후관리 여하에 따라 올해 수익성이 좌우될 전망이다.

CRO가 관리해야 할 위험가중자산(RWA)의 대부분은 신용리스크고, 또 신용리스크의 대부분이 여신이다. 송 부행장이 과거 여신 업무경험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대목이다.


◇RaROCRoRWA, 수익성·건전성 ‘쌍끌이효과’… RoEAD 보완개념 도입

NH농협은행이 위험가중자산이익률(RoRWA) 지표를 만들기 시작한 건 2016년이다. 조선·해운업 부실에 따른 대규모 빅배스(Big Bath)를 단행했던 해다. 여전히 아픈 기억으로 회자되지만, 동시에 ‘리스크’를 대하는 농협은행의 태도 변화에 결정적 단초를 제공한 계기가 됐다는 평이다. 수익성과 리스크관리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자 체질개선이 뒤따랐다.

3년 전만 하더라도 농협은행은 위험조정자본수익률(RaROC)을 리스크 지표로 활용했다. RaROC는 개별자산의 위험도를 반영해 조정한 자본 수익률이다. 하지만 리스크량을 자본비용으로 환산하는 추가 변환과정이 필요했기 때문에 BIS비율 관리에 훨씬 더 효과적이고 직관적으로 평가된 지금의 위험가중자산이익률(RoRWA)로 변경했다. 직원들이 업무를 진행할 때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판단한 배경도 작용했다.

RoRWA는 경영진 평가지표로도 포함됐다. 자산의 종류별로 RoRWA가 계산되면, 각 사업부는 보유 포트폴리오 중에서 고RoRWA 위주로 리밸런싱을 진행했다. 눈앞의 손익에 치우칠 수 있는 과오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손익과 리스크를 따로 떼어놓고 보면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 있다는 리스크부서의 직언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송 부행장(사진)은 “RoRWA에 중점을 둔다는 건 위험 대비 손익을 매일 점검하기 때문에 안정성을 담보로 한 리스크관리 모델이라고 볼 수 있다”며 “RoRWA를 활용한 자산배분 전략을 통해 건전성에 입각한 볼륨성장이 가능했고, 이보다 더 큰 성과는 수익성과 리스크를 동시에 고려하는 조직문화가 뿌리내린 점”이라고 말했다.

송수일 농협은행 CRO

농협은행의 RoRWA(영업이익/RWA)는 도입 첫해 1.09%였지만 이듬해 1.52%, 작년 말에는 1.81%를 기록했다. 이는 국내 4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말 RoRWA 평균치(1.6%)를 약 0.2%포인트 상회하는 수치다. 농협은행은 영업점·본점 부서의 손익 평가에 RoRWA 지표를 반영해 시스템이 허상에 그치지 않고 실제적으로 조직 내 침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내재화했다.

RoRWA 관리기법에 더해 지난해부터는 부도시익스포저이익률(RoEAD) 개념을 업계 최초로 선보이며 정교한 리스크관리체제 구축을 위한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RoEAD는 손익을 부도시익스포져로 나눈 값으로, 위험을 감안하지 않은 익스포져 대비 손익을 나타낸다. 수익성 제고 차원에서 RoRWA의 사각지대를 해소해주는 이점이 있다.

송 부행장은 “RoRWA가 리스크 대비 적정 수익을 나타낸다면, RoEAD는 리스크를 고려하지 않은 채 위험노출액(익스포저) 대비 내부 자본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느냐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라며 “상호보완적 성격을 갖는 RoRWA와 RoEAD를 통해 포트폴리오의 질적 개선과 익스포져의 효율적인 양적 관리를 도모하는 게 리스크 전략의 큰 방향성”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發 ‘위험성향’ 변동 없어, 운영리스크 관리 강화

농협은행은 지난 달 위험성향(Risk Appetite)을 보수적으로 잡는 방향성을 두고 논의했다. 위험성향은 각 부서별로 부담 가능한 여신·투자한도를 결정짓는 기준점이다. 지난해 12월 리스크관리위원회에서 결정한 은행 위험성향(68.5%)은 작년 재무제표 기준이라, 올해 3월 배당에 따른 자기자본 축소액과 코로나19 영향 요인을 고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농협은행은 자기자본이 줄어든 상황에서 위험성향까지 줄이게 되면, 운용규모가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잡힐 것이란 판단 하에 ‘유지’로 가닥을 잡았다. 감독당국이 바젤Ⅲ 신용리스크 산출기준을 완화시켜주는 영향도 고려했다. 물론 농협중앙회 배당으로 가용자본은 줄어들었기 때문에 전체 리스크 한도는 소폭 감소했다.

농협은행은 리스크 한도가 재조정된 만큼 리스크지표(KRI)인 △유동성(LCR·NSFR) △자본적정성(BIS·CET1) △여신건전성(NPL·연체율) 지표 관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송 부행장은 운영리스크에 대한 강조도 부연했다. 대부분의 리스크는 결국 운영리스크 관리 여하에 따라 달라진다는 게 송 부행장의 생각이다.

송 부행장은 “운영리스크가 제도화된 건 2000년대 중반으로, 리스크부서와 준법감시부, 감사부 등이 정기회의를 통해 지속적으로 운영 노하우와 역량을 쌓고 있다”며 “일례로 고위험상품의 경우 고령층에 속한 고객들한테 판매한 펀드 수가 많다고 집계되면 본사에서는 늘어난 지표를 토대로 지점에 확인하는 등 소통이 수시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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