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08(수)

financial institution

가파른 대출 증가세, 하반기 충당금 기조 바뀔까 "정책금융 확대, 충당금 쌓으라” 2중고…하반기 전략 변화 감지

고설봉 기자공개 2020-06-04 13:54:28

이 기사는 2020년 06월 02일 16:36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로나19 여파는 올 하반기 시중 은행들의 리스크 관리 최대 변수다. 각 은행들은 올해 초 세운 경영계획을 아직 수정하지는 않았지만 최대한 보수적인 기조로 리스크 관리에 열중하고 있다. 상반기 경영실적의 윤곽이 나오는 6월 말께 하반기 전략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복병은 당국이다. 정부의 정책금융 역할 요구는 지속되고 있다. 이미 은행들은 채권시장안정기금, 증권시장안정기금, 기간산업안정기금 등 전방위 지원에 나섰다. 이와 별도로 가계·기업 대출도 올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급속히 불어나고 있다. 이자·원금 유예 프로그램과 맞물려 하반기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금감원은 코로나19에 따른 은행들의 외형확대와 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말 윤석헌 금감원장은 금융감독자문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금부터라도 충당금과 내부유보를 늘리는 등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손실흡수 능력을 최대한 확보할 필요가 있고, 과도한 고수익 추구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책금융 역할의 충실한 이행을 위해 대출을 늘리라는 정부와 건전성 확보를 위해 외형확대와 수익추구를 경계하라는 금감원 사이에서 은행들은 진퇴양난이다. 대출잔액을 관리하고 건전성을 확보하는 일은 현재 각 은행 CRO들에게 주어진 최대 과제다.

◇"대출 늘려라VS 건전성 확보하라"…깊어지는 고민

윤 원장의 발언 이후 각 은행들은 감독 당국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충당금 설정률 및 반영기조에 변화를 줘야할 것인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당장 대규모 리스크를 전제로 위기 대응 능력을 높이기 위해 충당금 설정률을 얼마까지 높여야 하는지 등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선 충당금 설정률을 법률로 정하고 있지 않다. 대신 금감원이 정한 일정한 틀 안에서 회계기준과 각 행의 기조에 따라 충당금을 쌓을 수 이도록 하고있다. 주요 은행들은 내부 신용평가 모형 등 충당금 설정에 기초가 되는 지표를 금감원으로부터 승인받아 사용한다.

은행들은 각자 신용평가 모형에 따라 채무자의 신용도를 평가한다. 그 신용도를 기반으로 부도율과 손실률을 산정해 위험도를 측정한다. 추가로 담보물 설정 여부 등을 살피고, 실제 부실이 발생했을 때 담보물로 채권을 얼만큼 회수할 수 있는지 합산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예상 손실액 만큼 충당금을 쌓는다.

금감원으로부터 승인 받은 신용평가 모형으로 충당금 설정률을 산정하는 만큼 대다수 은행의 충당금 반영 기조와 설정률은 대동소이 하다. 다만 각 은행들이 자체 판단으로 충당금 설정률을 더 높이는 경우도 있다.

각 은행들의 충당금 설정에 일부 자율권이 부여된 영역은 고정이하여신(NPL)이다. NPL의 경우 담보물을 통한 채권 회수 가능성과 미래가치를 각 은행의 판단에 따라 더 보수적으로 설정할 수 있다. NPL 규모와 회수 가능성 여부 등을 판단하는 기준을 은행별로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충당금 설정률이 바뀔 수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책금융 역할을 위해 가계·소호·기업 대출을 늘리라는 정부의 요구와 외형확대를 자체하고 충당금과 내부유보를 늘리라는 금감원의 권고는 사실상 배치되는 것”이라며 “은행들은 양 극단의 요구를 수용하고 정책금융사 역할을 하면서도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는 출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락하던 충당금 설정률 다시 상승할까…'원금·이자 유예' 종료 복병

현재 은행들을 위협하는 가장 큰 리스크는 급격하게 늘어나는 대출잔액이다. 실제 올 1분기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주요 시중은행은 대출잔액이 급격히 불어났다. 코로나19 사태로 대기업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대출한도를 최대한 활용했다. 경영환경이 얼어붙으면서 소호·중소기업도 대출을 늘렸다. 가계대출도 상황이 비슷하다.

실제 주요 은행들의 지난해 1분기 대비 올 1분기 대출 성장세를 살펴보면 국민은행 8.6%, 신한은행 7.7%, 하나은행 8.8%, 우리은행 6%를 각각 기록했다. 예년에는 이 비율이 5% 안팎에서 움직였다. 각 은행별 편차는 있지만 주로 대기업과 소호, 가계 대출이 집중적으로 늘어난 경향이 짙다.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이러한 외형성장은 달갑지 않다. 연초 수립한 경영계획을 뛰어넘어 대출잔액 규모가 커지면서 충당금 설정에 대한 고민도 시작됐다. 당장은 기존처럼 대손충당금 설정률을 유지하고 있지만 향후 경기 상황에 따라 설정률을 재조정 해야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 모두 지난해 꾸준히 부실을 걷어내고 보수적으로 대출잔액을 관리하면서 대손충당금 설정률을 낮춰놓은 상태다. 올 1분기 대출채권 대비 대손충당금 설정률은 지난해 1분기 대비 모두 낮아졌다. 부실채권 상각·매각을 통해 손실을 털어내는 과정에서 일부 대출채권과 대손충당금이 조정된 결과다.

우리은행은 올 1분기 대출채권 241조3143억원에 대한 대손충당금 1조1678억원 설정했다. 설정률은 0.48%다. 지난해 1분기 0.56% 대비 오히려 감소했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은 대출채권 269조9358억원에 대해 1조138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설정했다. 설정률은 0.38%로 지난해 1분기 0.54% 대비 낮아졌다.

신한은행은 대출채권 280조4054억원에 대손충당금 1조5683억원을 설정했다. 설정률은 0.56%다. 지난해 1분기 0.65% 대비 설정률이 하락했다. 국민은행도 대출채권 307조7230억원에 대한 대손충당금 1조3422억원을 설정했다. 설정률은 지난해 1분기 0.53%에서 0.44%로 낮아졌다.


1분기 대손충당금 설정률이 낮아졌지만 은행들은 오히려 더 큰 파도가 몰려 올 수 있다는 우려를 한다. 가장 경계하는 부분은 코로나19 장기화로 경기하락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이럴 경우 채무자들의 신용도가 하락할 수 밖에 없고, 이는 곧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하는 상황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실제 각 은행 내부에서는 신용도 재조정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시중은행 CRO는 “작년까지는 기업들의 경영실적이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앞으로 상황이 많이 안 좋아질 것 같다”며 “기업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결국 충당금이 대거 늘어날 수 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당국에서도 보수적인 신용평가를 통해 충당금을 쌓을 수 있는 만큼 쌓으라고 한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지난 3월 시작된 일시적 원금·이자 유예 프로그램이다. 정책적 차원에서 시작된 이 이벤트가 종료되는 오는 9월 이후에도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지 않는다면 리스크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각 은행들은 대규모 부실 발생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원금·이자 유예 프로그램이 적용된 채권은 정상으로 분류돼 있다. 통상 은행은 정상과 NPL 여신을 분류하는 기준으로 연체율을 삼는다. 원금과 이자를 납부하지 않을 경우 연체가 발생한 것으로 인식해 NPL로 재분류하고, 이에 따라 충당금 설정률을 높인다. 하지만 유예 프로그램이 적용된 채권은 실제 NPL 가능성이 높지만 현재는 정상 여신으로 분류돼 있어 충당금을 쌓지 않는다.

B 시중은행 CRO는 “유예 프로그램을 신청했다는 것 자체가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뜻인데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 하면 프로그램이 끝나는 시점에 대규모 부실이 한꺼번에 발생할 수 있다”며 “이에 대비하기 위해 사전에 부실을 인지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27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특별시 중구 무교로 6 (을지로 1가) 금세기빌딩 5층대표/발행인성화용편집인이진우등록번호서울아00483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이현중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3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