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텍, 배터리팩 공급망 확대 '승계 밑그림'? 중대형 배터리팩 시장 진출, 2세 이해성 사장 개인회사 주목
조영갑 기자공개 2020-07-06 10:48:03
이 기사는 2020년 07월 02일 16: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휴대폰용 케이스, 소형 배터리팩을 생산하는 중견기업 이랜텍이 사업영역을 중대형 배터리 부문으로 확장하고 있다. 삼성전자에 집중된 공급망을 확대하면서 향후 2세 승계 작업까지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2일 업계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이랜텍은 바이크, 스쿠터 등 이동용 탈것에 적용되는 원통형 배터리팩 사업에 진출한다. 글로벌 메이커 사의 이동용 탈것에 내장되는 배터리팩을 국내 주요 공급사로부터 위탁받아 공급한다. 이랜텍 관계자는 "삼성이 아닌 타 고객사와 함께 배터리팩 사업을 구체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고객사의 입장을 반영해 수급처의 실명을 밝히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랜텍은 휴대폰용 케이스, 충전기, 노트북 및 휴대폰용 배터리팩 등을 생산하고 있다. 가장 비중이 높은 제품은 케이스다. 도장과 증착 과정을 거친 휴대폰의 본체 케이스다. 삼성전자의 갤럭시폰에 적용된다. 2019년 매출액 7290억원 중에서 57.2%(4164억원) 가량을 케이스사업이 도맡았다. 노트북과 휴대폰 배터리팩 매출비중은 각각 10.1%(734억원), 4.0%(293억원)다.
이랜텍은 지난해 3월 120억원 규모의 CB(전환사채)를 발행해 신규사업 부문에 대한 설비투자에 나섰다. 당시 3년 만에 외부 투자금을 유치하면서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이랜텍은 확보한 자금으로 ESS(에너지저장장치), 전동공구, 탈것 등 중대형 배터리팩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확충했다. 탈것용 배터리 사업에 진출하면서 설비투자 1년 만에 가시적인 성과를 눈앞에 둔 셈이다.
이랜텍 관계자는 "현재 국내 배터리 고객사와 함께 해당 신사업 논의를 구체화하고 있는 단계로 내년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나설 계획"이라며 "수주 물량이나 생산량(capa) 등에 대한 논의도 비교적 구체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급망 확대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그간 매출액의 대부분은 삼성전자 향 공급에서 발생했다. 휴대폰 케이스, 충전기, 배터리팩, TV용 펑션보드(Function Board) 등의 제품이 삼성전자에 공급됐다. 창업주 이세용 회장은 삼성전자 출신으로 협성회(삼성전자협력사협의회) 회장을 지냈다. 이번 사업 진출을 계기로 제2 거래선을 형성함으로써 삼성전자 향 의존도를 완화하고,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매출 상승세에 있다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 이랜텍은 2016년 매출액 6022억원을 기록한 후 2017년 5857억원, 2018년 4518억원으로 하락세를 걷다가 2019년 7290억원을 달성하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업계 일각에선 공급망 확대가 향후 회사 승계를 대비한 ‘밑그림’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랜텍의 최대주주는 이세용 회장으로 지분율 23.95%를 보유하고 있다. 2대 주주는 아들 이해성 사장(8.56%)이다. 부친 이 회장이 1949년생으로 고령에 속해 내부에선 승계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장은 1981년생으로 2006년 입사했다.
업계에선 승계와 관련해 이 사장의 개인회사로 알려진 엘파스를 주목하고 있다. 이 사장은 2017년 11월 엘파스를 설립한 후 대표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등기임원으로 이 회장 역시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엘파스의 경우 개인 출자사라 이랜텍과 직접적으로 지분이 얽혀 있지는 않다. 다만 배터리팩 생산라인의 자동화기기 등을 이랜텍에 공급하면서 꾸준히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정확한 매출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랜텍이 공급망을 확대하면 엘파스 역시 수혜를 볼 것으로 보인다. 당장 내년부터 중대형 배터리팩 물량이 확대되면 공장 증설이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엘파스 역시 자동화 장비 공급량을 늘려 매출 및 수익 확대가 예상된다. 이렇게 마련된 자금을 바탕으로 이 사장은 지분승계에 드는 재원을 마련하거나 이랜텍 지분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수 있게 된다. 이 사장의 이랜텍 지분율은 2019년 말 대비 2%가량 상승했다.
이랜텍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이 사장이 설립한 엘파스를 통해 자동화 장비를 공급받는 것은 맞다"면서 "다만 이랜텍과 지분관계가 있지는 않으며, 이번 중대형 배터리팩 사업 진출과 관련해 (이랜텍과의 관계가) 크게 변동되는 사항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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