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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는 업무' 퀀트 선구자 염재현 코레이트운용 글로벌본부장 [매니저 프로파일]은행원에서 펀드 매니저로, 코레이트 글로벌 투자 '초석'

허인혜 기자공개 2020-09-11 12:57:34

이 기사는 2020년 09월 09일 10:49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직무를 두고 '보람차다'는 수식어는 흔하지만 '설렌다'는 말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염재현 코레이트자산운용 글로벌운용 본부장(이사·사진)은 이 말을 곧잘 썼다.

펀드매니저로 향하는 길에 가슴이 뛰었다거나 소규모펀드로 금세 사라졌던 펀드를 두고는 마음이 아프다고 표현했다. 흡사 첫사랑을 두고 하는 말 같다하니 그보다 더한 심정이라 했다.

감성적인 면모가 엿보이지만 염 이사의 주 전략은 투자공학의 정수로 꼽히는 '퀀트'다. 투자 섹터를 정할 때에도 배당과 성장성을 중심으로 명료한 선택을 내린다. 경제학과 국제통상학을 전공하고 은행원과 운용역을 거쳤다.

국내에 퀀트 전략이 뿌리내리기도 전에 퀀트 펀드를 냈다. 해외투자를 할 때에는 비행시간만 24시간인 브라질이라도 날아간다. 펀드에 대한 사랑을 꼼꼼함으로 승화한 셈이다.


◇성장스토리: 대 이은 은행원 박차고 나온 펀드매니저, 해외투자 '운명적 만남'

'지지자 불여호지자, 호지자 불여락지자(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라면 염재현 이사는 대학시절부터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93학번인 염 이사는 새내기 시절부터 졸업까지 대학생 모의투자대회에 도전했다.

4년간의 내리 도전 끝에 졸업반 시절 168.82%의 수익률을 내며 대우증권 선물시장 모의투자대회에서 입상을 했다. 그때 부상으로 받았던 듀오백 의자를 여전히 사용할 만큼 벅찬 기억이었다. 학부 졸업 후에는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국제통상을 전공했다.

하나은행이 염 이사의 첫 직장이다. 햇병아리 행원에게 홀로 한 지점의 대출 일을 맡겼다고 했다. 당시 하나은행 내 통용되는 우스갯소리가 '열 사람이 할 일을 한 명이 해서 하나은행'이었다고 할 만큼 일이 고됐다. 숙직실에서 밤을 지새우기 일쑤였지만 아버지에 이어 은행원이 됐다는 자부심이 남달랐던 그다.

2년차 행원이 되던 해에 사내 자금운용인력을 뽑는 공지가 나왔다. 대출 업무를 할 때보다 업무 강도가 훨씬 강했다. 질문이 많아 외환 딜러 선배에게 '지금은 열심히로 보이지만 석 달이 지나도 적응을 못하면 바보 취급을 받는다'는 조언도 들었다. 염 이사는 하나은행에서 단련된 업무태도가 투자업계에 빠르게 정착한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은행원으로 6년을 보낸 뒤 펀드매니저로의 열망이 찾아왔다. 그때 떠올렸던 추억이 대학시절이었다. 곧잘 과대표를 했던 그는 미팅과 소개팅을 수없이 주선하면서도 정작 스스로는 모임에 나가지 않았다고 했다.

요샛말로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염 이사는 "내가 선택한 사람, 내가 선택한 일과 함께하면 후회를 해도 내 몫"이라며 "내 선택이니 싫증이 나더라도 극복해야만 한다는 마음가짐이 좋았다"고 했다.

첫 시작부터 술술 풀리지는 않았다. 국내 채권운용역을 뽑는다는 자산운용사에는 다 지원했다. 하지만 줄지어 낙방했다. 간접적으로만 채권운용을 해봤던 경험이 발목을 잡았다. 한 자산운용사에서도 같은 이유로 염 이사에게 아깝게 퇴짜를 놨다. 한달 뒤 그 운용사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 글로벌 운용역 자리가 있는데 관심이 있느냐는 전화였다. 그렇게 합류하게 된 회사가 현 브이아이자산운용이다.


◇투자스타일 및 철학: '안정적 장기투자' 추구, 해외투자 기본은 '실사'

염 이사는 '화려하지 않지만 은은하게 오래가는 투자'를 추구한다. 퀀트 기반의 가치투자, 롱숏 전략을 기본으로 포트폴리오를 꾸린다. '염재현의 해외투자 이야기'라는 책을 내기 전 시장조사차 서점에 들렀다가 '10년 만에 100억 부자 되는 법' 등 자극적인 책 제목을 보고 고개를 저었다.

뜨는 지역이나 산업에 투자하는 펀드는 지양한다고 염 이사는 말했다. 중국·브릭스 펀드와 IT버블, 인프라 투자 등이 교훈이 됐다. 염 이사는 "2007년 중국 펀드가 한창 유명세를 떨칠 때 상해지수가 5000포인트를 기록하자 1만포인트를 전망한 금융사가 많았다"며 "하지만 반대전망을 내는 곳도 있었다. 실제로 3000포인트 수준으로 조정됐다"고 부연했다.

염 이사의 두 번째 철학은 '해외투자의 기본은 실사'다. 실사를 통해 종이의 이면을 봐야 한다고 했다. 멕시코 투자를 앞두고 실사를 다녀오며 실사의 중요성을 가장 크게 느꼈다.

멕시코의 부동산업체 산타페를 방문했던 날은 2017년 9월 19일, 32년 전 같은 날 일어났던 멕시코 대지진을 추모하는 분위기가 한창이었다. 미팅을 진행하던 차에 건물이 크게 흔들렸다. 멕시코 직원들이 침착하게 지진임을 알리고 움직였다.

굳어있던 염 이사에게 건물 관계자가 '웰컴 투 멕시코'라는 말로 긴장을 풀어줬다. '비바 멕시코'를 외치며 차근히 대처하는 국민성에 멕시코는 치안이 나쁠 것이라는 막연한 선입견이 단편적이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공기업에서 운용 외주를 맡기기도 했던 그는 외부 업체를 선별할 때에도 실사 중심의 기준을 적용했다. 중소기업중앙회에서 해외주식운용 차장으로 몸담을 때 '담당 직원은 1년에 60일 이상 투자 지역에 체류해야 한다'는 단서를 붙였다.

◇트렉레코드1: 마케팅 교훈 얻은 '바커스 펀드', 퀀트 펀드 족적 남겨

CJ자산운용에서 처음으로 운용했던 펀드는 아시아 투자 재간접 펀드였다. 일본과 베트남 등에 투자하는 펀드로 벤치마크를 3% 이상 아웃퍼폼했다. 재간접 투자로 경험을 쌓은 뒤 직접 해외펀드를 운용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당시에는 해외투자 펀드는 외사 자산운용사에 위탁운용하는 게 당연시 됐다. 염 이사는 분석은 국내에서 하는데도 외사에 수주를 주는 해외펀드 시스템이 옳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염 이사가 마주친 두 개의 벽은 국내 투자업계의 소극적 태도와 마케팅의 한계였다. 그 벽을 뛰어넘기 위해 찾아낸 전략이 퀀트다. 명확한 모델을 제시한다면 의구심을 해소할 수 있다고 봤다. 국내에 아직 퀀트 투자가 없던 때였다.

외사 리포트를 분석하고 방법론을 보며 꼬박 1년을 공부했다. 데이터 분석을 마치고 제안을 하자 모두가 반대했다. 상품부문 본부장은 염 이사의 제안서를 열 번 반려했다. 애가 탄 염 이사가 대표이사에게 직접 프리젠테이션을 할 기회를 달라고 했다. 류승록 당시 대표가 염 이사의 발표를 듣고 '내자'는 결단을 내렸다.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염 이사의 첫 직접투자 펀드가 '바커스 펀드'다. 바커스 펀드는 술의 신 '바쿠스(Bacchus)'에서 딴 이름처럼 글로벌 주류주에 투자하는 퀀트형 펀드다. 퀀트 모델링을 마친 시기가 공교롭게도 2008년 금융위기와 겹쳤다.

염 이사는 마케팅 부문 선배와 맥주 한 잔을 나누다 문득 '주류주'를 담아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인생에 희로애락에 늘 술은 함께한다는 대화에서 착안했다. 글로벌 주류회사의 배당 성향과 수익률이 높은 데다 현금이 많아 사업 다각화도 잘 돼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염 이사는 바커스 펀드를 안고 전체 판매사를 죄다 방문했다. 친정 계열사인 하이투자증권이 바커스 펀드를 걸어줬다. NH투자증권도 바커스 펀드를 창구에 냈다. 야심차게 낸 펀드였지만 워낙 투심이 얼어붙은 때였다. 설정액이 10억원을 넘기지 못했다. 염 이사의 아픈 손가락이 됐지만 퀀트 전략을 확립하게 했던, 또 마케팅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해줬던 펀드였다.


◇트렉레코드2: 인프라 코리아·아시아 컨슈머 펀드, 퀀트로 최상위권 수익률 내다

퀀트 모델을 국내 주식형 펀드와 아시아 펀드에 적용하며 빛을 봤다. 브이아이자산운용은 2010년 국내 주식형 펀드 '인프라 코리아'와 아시아 투자형 '아시아 컨슈머' 펀드를 운용 중이었다.

인프라 코리아는 2010년 1월부터 2010년 11월까지 10개월을 운용했다. 수탁고는 700억원 수준이었다. 연초대비 39.5%의 수익률을 냈다. 코스피 200 구성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였다. 인프라 코리아 펀드의 연초대비 수익률은 29.5%였다. 당시 코스피 200의 연초대비 수익률은 9.5%를 기록했다. 이 펀드는 제로인 기준으로 당시 국내에 설정됐던 10억원 이상 주식형 펀드 223개 중 수익률 2위를 기록했다.

함께 운용했던 아시아 컨슈머 펀드도 좋은 수익을 냈다. 2008년 5월부터 2010년 11월까지 운용했는데 누적수익률이 56.9%에 달했다. 아시아 9개 국에 투자한 펀드였다. 이 펀드의 6개월 수익률은 24.2%, 2년 수익률은 113.3%로 운용 기간만큼 수익률도 뛰었다. 블룸버그를 기준으로 전 세계에 설정된 아시아 펀드 589개 중 수익률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염 이사는 최상위권 수익률도 중요했지만 '퀀트도 된다'는 자신감을 되찾은 점이 가장 큰 수확이라고 했다. 염 이사는 "누구도 못한다고 했던 퀀드 전략이 수익률로 나타나 고무적이었다"고 회고했다.

◇업계평가 및 향후계획: '해외펀드 선두주자' 호평, 네트워크·글로벌펀드 출시 목표

염 이사는 지나온 금융사마다 좋은 선배를 많이 만났다 했다. 교직원공제회와 산림조합중앙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공기업이 예상 밖으로 진취적이었다. 기반은 전문성을 갖춘 선배들이었다. 정두영 중기중앙회 CIO를 존경하는 선배로 꼽았다. 신임 펀드매니저들보다 먼저 새로운 상품을 만들자며 나서는 적극성을 배웠다.

프리젠테이션을 듣고 염 이사를 믿어줬던 유승록 전 브이아이자산운용(전 하이자산운용) 대표는 지금도 염 이사를 받쳐주는 든든한 상사이자 선배다. 유 대표는 염 이사를 두고 해외투자 펀드를 외국 운용사에 맡겨뒀던 하이자산운용이 독자적으로 해외투자 펀드를 운용할 수 있도록 이끈 인물로 평가했다.

코레이트운용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송태종 대표는 염 이사가 합류할 때 "새로운 시작을 함께 해보자"는 비전을 제시하며 염 이사가 글로벌 운용본부의 적임자라고 평했다.

7월부터 몸담은 코레이트운용에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쌓는 작업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거래하는 국가마다 하나 이상의 증권사와 직접적인 소통이 가능한 수준의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또 펀드를 직접 운용할 수 있는 인력 구성도 적극적으로 진행 중이다. 퀀트 기법을 활용하기 때문에 보다 적은 인원으로도 전문적인 투자가 가능하다고 염 이사는 설명했다.

신규 펀드는 글로벌 리츠와 연계됐다고 귀띔했다. 염 이사는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서는 ESG 투자가 선택이아닌 필수"라며 "착한 기업이 장기적으로 좋은 수익률을 가져다준다는 믿음 아래 ESG 기반의 펀드를 출시하고자 한다"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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