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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업계, 선박결함신고 불명확성 '발목'...법개정 외치는 까닭 2015년 결함신고 '의무' 생겨, 주체·상황 범위 모호…폴라리스쉬핑 등 수년째 사법 이슈

유수진 기자공개 2021-07-13 10:29:37

이 기사는 2021년 07월 12일 10:2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선박안전법 제74조(결함신고에 따른 등) 관련 조항을 보완해 '선박의 감항성 및 안전설비의 결함에 관한 의무보고 대상'에 대한 기준 및 범위를 구체화시켜 달라."

한국해운협회는 최근 회원사들의 의견을 모아 해양수산부에 현행법상 의무사항인 선박결함 신고 관련 내용을 명확히 해달라고 건의했다. 결함 발견 후 신고하지 않으면 처벌을 받는데 법률에 규정된 보고 의무 주체와 상황의 범위가 모호해 불확실성이 크다는 이유다. 실제로 벌크선사 폴라리스쉬핑은 해당 법조항으로 수년째 사법 이슈를 겪고 있다.

◇해운업계 "모호한 내용이 혼란 야기, 법 개정 필요" 한 목소리

해운업계가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는 법조항은 선박안전법 '제74조(결함신고에 따른 확인 등)'와 '제84조(벌칙)'다. 제74조 1항은 '누구든지 선박의 감항성 및 안전설비의 결함을 발견한 때에는 해양수산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내용을 해양수산부장관에게 신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제84조는 벌칙 관련 내용이다. 1항엔 선박소유자와 선장, 선박직원이 결함신고를 하지 않았을 때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종합해보면 선박소유자와 배에 탑승하는 선장과 선원들은 감항성이나 안전설비의 결함을 인지했을 때 신고해야 한다. 문제는 '감항성'과 '결함'의 의미가 명확치 않다는 데 있다.

동법 제2조에 감항성은 선박이 자체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갖춰야 하는 능력이라고 정의돼 있다. 하지만 선박의 감항성 구비 여부를 판단하는 확정적이고 절대적인 기준은 없고 사안에 따라 상대적으로 판단한다고 본 대법원 판례도 있다. '결함' 역시 모호하긴 마찬가지다. 하위법규인 법령이나 시행규칙 등에 별도로 구체적인 내용이 적혀있지 않다.

해운업계가 우려하는 부분이 이 지점이다. 기준과 범위가 명확치 않아 신고의무자와 선박검사관 모두 자의적인 해석에 따라 업무를 진행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위 조항만으로는 신고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신고하지 않을 경우 처벌하도록 돼 있어 의도치 않게 억울한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단순한 시나리오가 아니다. 실제 이런 사례가 있다. 부산고법 형사2부(오현규 부장판사)는 지난 5월 선박안전법 위반 혐의(복원성 유지·결함 미신고)로 기소된 김완중 폴라리스쉬핑 회장에 대한 항소심에서 1심(징역 6월, 집행유예 1년)을 파기하고 징역 6월을 선고했다. 선사 대표가 해당 법 조항으로 실형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폴라리스쉬핑 소속 스텔라데이지호는 2017년 3월 브라질에서 철광석 26만톤(t)을 싣고 중국으로 가다 남대서양 해역에서 침몰했다. 당시 이 사고로 배에 타고 있던 승무원 24명 중 22명이 실종됐다. 정부가 2019년 초 1차 심해수색을 벌였으나 아직까지 침몰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폴라리스쉬핑 측은 당시 선박이 침몰할 정도의 결함이 발견되지 않아 곧장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폴라리스쉬핑은 김완중 회장과 한희승 회장이 각자 대표를 맡고 있는 회사다. 김 회장은 1979년 일본 산코라인 입사로 해운업에 첫 발을 들인 뒤 삼미해운과 범양상선을 거쳐 2004년 폴라리스쉬핑을 공동 창업했다. 현재 최대주주는 지주사인 폴라에너지앤마린(58.35%)이다. 두 회장은 폴라에너지앤마린 지분을 각각 50%씩 나눠들고 있다.

◇세월호 이후 '의무사항'으로…"항공안전법처럼 명확히 해야"


선박안전법 제74조 1항에 '의무'가 담긴 건 2015년 1월이다. 이전까진 '누구든지 선박의 감항성 및 안전설비의 결함을 발견한 때에는 그 내용을 해수부장관에게 신고할 수 있다'였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선박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며 마지막 부분 '신고할 수 있다'를 '신고해야 한다'로 개정했다. 이때부터 의무사항이 된 것이다.

해운업계가 개정 자체를 문제삼는 건 아니다. 오히려 안전을 강화하자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는 데 이의가 없다. 다만 추가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해운사의 자유로운 경영활동을 지나치게 제약하거나 억울하게 처벌을 받는 피해자가 생겨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언제든 폴라리스쉬핑과 비슷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철중 한국해운협회 이사는 "선박의 결함에 대한 보고대상이 불명확한 가운데 보고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처벌하는 건 매우 불합리하다"며 "선박 안전사고 예방활동 활성화와 불필요한 범법자 양산 방지를 위해 관련 법령을 조속히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배에 탄 사람들이 결함에 대해 신고를 해야 하는데 내용이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아 모두가 잠재적 범법자인 상황"이라며 "의무보고 대상 범위를 관련 시행규칙 등으로 상세하게 규정하는 항공안전법처럼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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