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7월 15일 07: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나름 열심히 일하는 기자라면 꼭 한번씩 빠지는 함정이 있다. 수일, 수개월간 집중 취재한 이슈에 대해 완벽히 파악했다는 착각에 빠진다. 남보다 더 잘 안다고 자신하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요즘 월요일마다 유행하는 '일하기싫어병'마따나 이건 '전지적기자병'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가만 보면 바이오텍 대표들도 마찬가지다. 10~20년 연구한 내용을 가지고 창업하는 과학자 출신 대표들을 만나보면 그 분야에 정통한 전문가라는 프라이드가 있다. 긴 세월 갈고닦은 학문분야에 대한 애정도 깊고 전문성도 탁월하다. 비상장 회사로서 자본 수준도 비슷한 선상이라 M&A는 자존심의 문제가 된다.
문제는 회사가 너무 많다는 거다. 투자자본이 바이오로 쏠리며 우후죽순 많아진 탓에 비상장사 사이 연구인력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사람 뽑기가 어렵다는 한숨이 업계에 메아리로 울리고 있다.
윤원수 티앤알바이오팹 대표는 5년 설득 끝에 문성환 전 건국대 의학과 교수를 영입했다. 문 줄기세포 연구 총괄이사는 20년 축적한 역분화줄기세포(iPSC) 연구자료와 제자들을 몽땅 데리고 회사에 들어왔다고 한다. 문 이사 합류로 3D바이오프린팅 기업 티앤알바이오팹은 줄기세포 기술력을 갖췄다. 코로나19로 바이오 관심이 과열되기 이전인 2018년의 일이다.
요즘같아선 문 이사도 회사를 하나 차릴 법 하다. 기술 하나가 회사 하나가 되는 형국이다. 핵심 연구인력이 되어 시너지를 낼 수 있을만한 인물들이 모두 직접 대표로 나서고 있다. 능력이 되고 자본도 따라주니 누가 그들을 말릴 수 있나. 다만 지속가능성은 다른 문제다.
VC업계는 지난 6년간 약 4000개의 바이오텍이 새로 생겼다고 추산한다. 이중 모두가 살아남는다는건 순진한 생각이다. 신약개발 성공 전엔 대개 적자 상태인 바이오텍의 특성상 상장까지 해놓고 거래정지가 되거나 상장폐지되는 사례도 적잖이 있다. 상호보완적인 애셋을 가진 회사끼리 합쳐 사업을 키우는 방안이야말로 바이오 생태계의 자정작용이 될 것이다.
대표끼리 합심하더라도 허들은 존재한다. 투자를 받았다면 수많은 뱃사공을 일일이 설득해야한다. 조달 단계가 이를 때 합병이 가장 쉽다.
당장은 자금조달이 용이해 M&A 생각이 안들지도 모르지만 바이오 열기가 숨죽은 후에야 생존목적으로 인수합병을 추진한다면 물 빠지고 노저으려는 일이 아닐까. 대비하는 자가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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