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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정책 길을 묻다]"메모리 위기 온다, 에지 반도체 시대...초연결 사회 준비해야"③유웅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2분과 인수위원

김혜란 기자공개 2022-05-06 14:49:24

[편집자주]

전세계적으로 반도체 국가주의 물결이 거세지면서 산업에 대한 정부·정치권의 '패러다임 시프트'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간 소극적 지원에 그쳤다면 획기적인 인재양성책, 세제혜택, 규제완화 기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가 가장 절실하고 시급하게 요구하는 것은 무엇이고 정부의 정책입안과 국회의 입법 지원은 어떤 식으로 이뤄져야 할까. 산업계와 행정, 입법부, 학계의 목소리를 듣고 대책을 모색해 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5월 03일 16:0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2분과는 인수위가 두 달 남짓 활동하는 동안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조직이다. 윤석열 새 정부가 강한 의지를 드러낸 '반도체 초강국' 건설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는 막중한 임무를 맡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유웅환 경제2분과 인수위원(사진)은 인수위가 '인재양성·규제완화·세액공제'를 뼈대로 한 국정과제를 만드는 데 중심적 역할을 했다. 그는 미국 인텔과 삼성전자 반도체 설계 분야 등에서 30년 가까이 몸담았고 현대자동차 이사와 SK텔레콤 부사장을 지낸 이력도 있다. 급변하는 글로벌 산업트렌드 속 국내 반도체 산업에 지금, 가장, 필요한 정책이 무엇인지에 대한 통찰을 제시할 적임자였던 셈이다.

인수위는 새 정부가 추진할 반도체 육성책의 큰 골격을 만드는 것으로 임무를 끝내지만 뼈대에 살을 붙여나가는 작업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유 위원은 "앞으로 3~5년 안에 '메모리 반도체 강국'의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며 새 정부 정책의 초점이 5년 후를 내다보고 '차세대 반도체 시대'에 대비하는 데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는 6일 해단식을 끝으로 인수위 활동을 종료하는 유 위원과 서울 중구 무교로 더벨 사무실에서 만났다.

◇메모리 5년 안에 위기 온다…인텔과의 컨소시엄 나서야

삼성전자는 1992년 D램 세계 1위에 오른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정상에서 내려온 적이 없다. 그러나 유 위원은 앞으로 5년 안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최강자'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의 아성을 무너뜨리려는 중국 기업들이 치킨게임을 격발할 것이고 이를 통해 앞으로 3~5년 안에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나갈 거란 전망이다.

유 위원은 "중국이 저가공세를 퍼부으면 한국 메모리 기업들이 가격경쟁력을 지키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또 지금까지 삼성전자가 팔았던 메모리 상당 부분을 중국이 자급자족하면 반도체 사업부의 영업이익률이 5년 후엔 10%대를 달성하는 것도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하면 새 정부가 임기 5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한국 반도체 산업의 명운이 달렸다는 얘기다. 유 위원은 "로엔드(저사양) 칩 주도권은 중국에 넘어갈 것"이라고 냉철하게 진단했다.

다만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서버나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하이엔드(고사양) 메모리 분야에선 한국이 어느 정도 기술 격차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한국 메모리 기업들은 현재 4800Mbps 이상 데이터 처리 속도를 가진 D램 규격 DDR5 양산이 가능하나 중국은 DDR4 수준에 머물러 있다. 문제는 그 이후다. DDR5는 DDR4보다 약 2배 빠르지만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려면 DDR6 등 그다음 세대로 원활하게 넘어가야 하는데 하이엔드로 갈수록 기술 진화가 쉽지 않다.

유 위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 고객사인 미국의 인텔, AMD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기술적 한계를 뛰어넘을 해법을 같이 찾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인텔 측에 이 같은 구상을 구두로 제안했고, 인텔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왜 미국 기업과의 전략적 협업이 중요할까. 사실 메모리 반도체 기술 개발은 삼성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메모리가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 완성품에 실장했을 때 어떻게 작동될지 아는 건 시스템과 플랫폼 전체 정보를 쥔 인텔 같은 회사다. 메모리 반도체의 데이터 처리속도를 4800Mbps에서 더 올리려면 인텔 시스템 전체적인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얘기다.

유 위원은 "인텔도 탄소배출 감축, 저전력 등을 달성하려면 삼성과 같은 메모리 벤더들과 협업해야 하기에 컨소시엄 참여 유인이 충분하다"며 "DDR6 단계부터는 미국과 전략적으로 협력해 우리가 글로벌 스탠더드를 선점하고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지위를 가져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컨소시엄이 잘 구성되고 돌아갈 수 있게 도울 것"이라면서 "한·미 정부가 혈맹 수준의 신뢰관계를 다져야 양국 반도체 기업들이 한 우산 아래서 좋은 협업을 할 수 있다"고 정부 역할론도 주문했다.

인수위 경제2분과의 반도체 분야 주요 국정과제(자료=유웅환 위원 제공)

◇'에지반도체'의 시대, 팹리스 역할 부상

반도체 산업은 PC에서 모바일로, 이제 '에지 시대'로 넘어가는 큰 흐름 속에 있다. 새롭게 열리는 시장에 기회가 있다. 유 위원은 "한국이 반드시 '에지 반도체' 스탠더드를 만들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에지(가장자리)란 컴퓨터, 자동차, 통신 등에 정보가 처음 들어오는 접속점을 가리키는데, 이들 간 연결로 '초연결 사회(hyper-connected society)'가 구현되는 게 유 위원이 말하는 에지 시대의 개념이다. 각 에지 기기에는 딥러닝을 통해 학습이 완료돼 스스로 판단·추론이 가능한 반도체가 들어간다.

기존엔 중앙서버가 있는 클라우드나 데이터센터를 거쳐야만 했다면 자주 쓰는 데이터의 경우 에지 클라우드를 통해 기기에서 바로 데이터 처리가 가능해진다. 그러면 데이터 처리 속도가 확 단축된다. 유 위원은 "(에지 시대에는) 분야별 맞춤식 반도체가 중요해져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기업)의 역할이 부각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유웅환 위원 제공
메모리 시장에서 중국에 한걸음 따라잡힌다면 취약한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선 두 걸음 더 나가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에지 시대에는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가 결합된 형태의 새로운 반도체가 많아진다.

다품종 소량생산을 특징으로 하는 팹리스가 중요해지는 이유다. 정부 정책도 팹리스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게 유 위원의 생각이다. 그는 구체적으로 '공용팹(Fab·공장)' 조성과 '피라미드형 인재양성 모델 구축'을 제시했다.

그는 "공용팹은 민간이 운영하되 정부가 지분을 투자하는 형태"라며 "국내 중소형 팹리스들이 팹을 마음껏 써서 자신들이 설계한 칩을 검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팹리스 전문인력 양성은 피라미드의 맨 아랫단의 실무인력을 두텁게 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라미드 상층부엔 연구·개발(R&D) 인력, 아키텍트(최고단계 설계자)가 있는데, 아키텍트의 손발이 돼주는 실무라인은 꼭 석·박사급이거나 전공자가 아니어도 된다. 6개월 정도 훈련받으면 현장에 투입할 수 있다는 게 유 위원 설명이다. 그리고 실무자 출신 최고경영자(CEO)인 인텔 팻 겔싱어 같은 모델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피라미드 내부에 사다리를 놓아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유 위원이 중소벤처기업부와 정책의 실현가능성을 따져본 결과 전국 '메이커스페이스'(제품 설계·제작 공간) 150개 센터를 인재양성소로 만들어 각 100명씩 연간 약 1만5000명의 실무자 육성이 가능하다고 추산됐다.

◇"삼성의 인재, 글로벌 최고 수준…믿고 가라"

유 위원은 인텔과 삼성전자에서 유수의 반도체 인재들을 이끈 리더 출신이다. 그는 "인텔에서 5명이 같이 하는 일을 삼성에선 혼자 빠르고 수준 높게 해내는 것을 보고 감동했다"며 "리더들이 이들을 믿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게 조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계현 DS부문장(대표이사 사장)을 비롯해 현 삼성 임원진 모두 유연한 조직문화와 소통을 강조하는 분들"이라며 "삼성이 달라질 것으로 많이 기대된다"고 부연했다.

유 위원은 또 어떤 정책이든 민관협력의 기반 위에 만들어져야 한다며 대통령 직속 민관합동위원회 설치를 제안했다. 사기업의 반도체 공장 부지 확보 문제도 국가적 영역에서 바라봐야 할 문제다. 유 위원은 "정부로부터 세액공제, 인프라 지원 등을 받아 기업이 돈을 더 많이 벌면 그만큼 내는 세금도 늘어나는 것"이라며 "지방자치단체에서 공장 유치만 힘쓸 게 아니라 인프라 지원, 민원 해결 등을 도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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