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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끝나니 고개드는 대우조선 분리매각 가능성 하청노조의 장기파업이 불씨, 적자에 초점…2016년 검토했지만 무산

유수진 기자공개 2022-07-27 07:58:04

이 기사는 2022년 07월 25일 15: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청업체 노동조합의 파업이 일단락된 대우조선해양을 두고 분리매각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연초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의 미승인으로 무산된 이래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던 매각 논의가 반년 만에 재점화한 모양새다.

정작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25일 "방산부문 분할매각을 포함한 어떠한 방안도 현재까지 논의된 바가 없다"며 재빨리 진화에 나섰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역시 더벨 기자에게 "현재 여러 가지로 민감한 상황이라 답변하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그렇다면 왜 갑자기 분리매각이 수면 위로 떠올랐을까. 대우조선해양 분리매각은 2016년 검토된 전례가 있는 만큼 한번쯤 나올법 한 이야기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시기적으로 다소 이른 감이 없지 않다.

기본적으로 대우조선해양 매각이 산은의 밀린 숙제 중 하나라는데 이견이 없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산은 수장도 이동걸 회장에서 강석훈 회장으로 바뀐 만큼 당분간은 매각보단 경영정상화에 집중할 거란 관측이 많았다. 최근 수년간 LNG선 수주 랠리가 이어진 만큼 내년 턴어라운드에 대한 기대감도 높았다.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도크에서 30만톤급 초대형원유운반선이 진수되고 있다. <출처:대우조선해양>

직접적으로 불씨를 당긴 건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조의 '장기파업'으로 풀이된다. 물론 그 전에도 움직임은 있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올 3월부터 분리매각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산은이 작년 말 외부업체에 대우조선해양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한 컨설팅을 의뢰했고 3월 말쯤 결과가 나올 예정이었으니 시기적으로 그럴듯 하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하청업체 파업 등으로 계획이 틀어졌다. 여전히 컨설팅 진행 중으로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51일간의 장기파업에 전국민의 이목이 집중됐고 윤 대통령이 공권력 투입을 언급하기에 이르렀다.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이 재조명받으며 민영화가 시급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20여년 간 계속된 채권단 관리도 효과가 없으니 민간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업황 등은 고려되지 않았고 적자에만 초점이 맞춰졌다.

그렇다면 매각 방식을 결정해야 하는데 3년 전 정부 차원에서 현대중공업그룹에 통매각을 시도했다 올 초 무산된 사례가 있다. 2008년 산은이 경쟁입찰에 붙였으나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촉발한 금융위기로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던 한화그룹이 포기한 전례도 있다. 당시 포스코와 GS, 한화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예비입찰에 참여할 정도로 시장 반응이 뜨거웠으나 끝이 좋지않았다.

이같은 경험을 거치며 현실적으로 통매각은 쉽지 않다는 인식이 자리잡았다. 사업부를 쪼개 새주인을 찾는 게 그나마 지금 꺼낼 수 있는 카드라는 결론에 도달했다는 얘기다.

대우조선해양의 사업은 크게 상선과 해양플랜트, 특수선 등 세가지 부문으로 나눌 수 있다. 상선에서 LNG운반선과 컨테이너선, 유조선(COT) 등 각종 선박을 건조한다. 해양부문은 부유식 원유생산 저장 하역설비(FPSO)와 고정식 플랫폼(Fixed Platform), 원유 시추설비(RIG, Drillship) 등을, 특수선은 잠수함과 구축함, 구난함, 경비함 등을 책임진다.

부문별 매출 비중은 시황에 따라 첨예하게 달라진다. 올 1분기의 경우 상선부문이 85%를 차지할 정도로 막강했지만 2015년까지만 해도 매출 절반 이상이 해양 및 특수선부문에서 나왔다. 이는 대우조선해양이 어느 하나 버리지 못하고 세 부문을 계속 끌어안고 가는 이유기도 하다. 기타 서비스, 해상화물운송 부문은 1% 내외로 미미한 수준이다.


산은 입장에서도 통매각이 베스트다. 다만 현실적 어려움 등을 고려해 플랜B격으로 분리매각을 들여다본다고 보는 것으로 보인다. 분리매각 역시 완전히 새로운 시도는 아니다. 이미 수년전 한 차례 검토했다 고개를 저으며 다시 내려놓은 카드다.

6년 전인 2016년 정부와 산은은 상선과 해양플랜트, 특수선을 쪼개 매각하는 방안을 두고 계산기를 두드려봤다. 당시는 국내 조선3사가 경쟁하듯 해양플랜트사업에 뛰어들었는데 저유가 시대 도래로 수조원대의 적자가 쌓였던 때다.

국부유출 이슈와 연관되는 특수선과 기술경쟁력이 뛰어난 상선은 국내에 남기고 적자가 심한 해양부문을 해외에 파는 방안 등이 논의됐다. 현대중공업·한진중공업 등과의 방산 통폐합과 방산부문을 물적분할해 자회사로 만든 뒤 전략적투자자(SI)를 구하거나 기업공개(IPO)로 유동성을 조달하는 방법 등도 검토됐다. 결과적으로 실익이 크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현실화되지 않았다.

실제로 조선업계에서는 분리매각이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각 부문간 기초공정이 70% 이상 겹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다. 부문별로 집중 건조구역이 나눠져 있긴 하지만 부지와 인력, 설비, 장치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도록 설계돼 있다.

자재와 구매 등의 업무를 한곳에서 처리하는 등 교집합이 적지 않다. 최소한의 자원으로 최상의 효과를 내기 위해서다. 분리시 신규 설비와 인력 등을 추가해야 한다는 의미로 인위적인 분리는 비효율적로 이어질 거란 지적이 나온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가장 낮은 가격으로 빠르게 배를 짓기 위해 상선, 해양, 특수선 영역이 서로 맞물려 있다"며 "물리적으로 분리할 순 있겠지만 비용 등에서 마이너스가 훨씬 커 현실화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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