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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증권 수탁 시대 개막]"자본시장서 사라진 톱니바퀴 '수탁 쇼티지' 메우겠다"⑦임계현 PBS본부장 "철저한 리스크 관리에 주력"

윤종학 기자공개 2022-09-20 08:08:58

[편집자주]

NH투자증권이 국내 증권사 최초로 수탁 비즈니스에 진출한다. 정영채 대표를 포함한 경영진의 결단과 실무진의 추진력으로 오는 10월 정식 론칭에 나선다. '쇼티지'인 수탁 시장, PBS·판매망과의 시너지 등을 감안하면 새 먹거리로 부족함이 없는 여건이다. 나아가 PBS 파트를 글로벌 시장처럼 거대한 사업 영역으로 도약시킬 발판으로 여겨진다. NH증권이 수탁업에 도전하는 배경과 전략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9월 16일 14: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초'라는 타이틀에는 항상 관심과 우려가 공존한다. 증권업계 최초로 수탁 시장에 뛰어들기로 한 NH투자증권 역시 세간의 이목을 끌어모으고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수탁사업의 수익성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앞서 NH투자증권 외에도 수탁사업을 검토하던 여러 증권사들이 수익성을 이유로 사업 추진에 선뜻 나서지 못했던 점도 이를 반영한다.

NH투자증권은 이번 수탁 시장 진출을 놓고 '어떻게' 수익을 낼 것이냐 보다는 '왜' 증권사가 수탁사업을 해야하는지를 강조한다. NH투자증권 수탁사업을 이끌어 갈 임계현 NH투자증권 프라임브로커리지 서비스(PBS) 본부장(사진)은 "증권사의 수탁사업 진출을 자본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함이라는 큰 틀에서 지켜봐 달라"며 "자본시장의 톱니바퀴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 필요한 역할을 찾겠다"고 밝혔다.

펀드는 자본시장의 윤활유 역할을 하는 핵심 상품이다. 펀드비즈니스는 투자자(수익자)와 펀드를 운영하는 자산운용사, 신탁업을 통해 관리하는 PBS와 수탁은행 등으로 구성돼있다. 하지만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 이후 자산운용업계는 수탁 대란을 겪고 있다.

수탁기관의 감독 의무가 한층 강화되며 기존 사업자인 은행들이 사모펀드 수탁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 본부장은 "펀드라는 가장 완벽한 자본시장의 상품이 수탁이라는 부수적 업무의 쇼티지 때문에 재기능을 못하고 있다"며 "시장이 원활히 작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수탁사업 진출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양적으로 수탁서비스의 쇼티지를 해결하는 것 외에도 질적 변화를 꾀하고 있다. 단순히 기존 수탁서비스의 제공 주체를 은행에서 증권사로 옮기는 것이 아닌 수탁서비스 자체를 고도화하겠다는 뜻이다.

당초 국내 펀드시장은 PBS계약에 수탁업무가 필수적으로 포함된다. 다만 PBS서비스를 제공하는 증권사들이 단순 수탁업무만 은행에 재위탁하는 구조였다.

NH투자증권은 이처럼 나뉘어 있던 수탁업무를 다시 하나로 합쳐 PBS서비스에 기반한 증권 수탁서비스로 고도화할 계획이다. 증권수탁만의 표준모델을 만든다는 복안이다. 레버리지를 제공하고 수취한 담보를 다시 증권 또는 현금을 차입하기 위한 담보로 재활용하는 '재담보 비즈니스', 사전 동의를 기반으로 수탁한 사모펀드 재산을 증권 대여에 활용하는 '기관 대여풀' 등이 대표적이다.

임 본부장은 "수탁 자산을 보관만하고 묵혀두는 것이 아닌 자본시장에 재투입해 담보로서의 가치를 활용하고 그 수익을 자산운용사와 투자자에게 귀결시킬 것"이라며 "시장 활성화되고 규모의 경제가 발휘되면 수탁비즈니스의 수익성도 당연히 뒤따라온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증권사수탁의 핵심을 리스크 관리로 보고 있다. 최근 수탁대란의 시발점이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였던 만큼 리스크 관리가 필수적으로 수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임 본부장은 리스크관리에 있어서 증권사가 은행보다 유리한 부분이 많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증권사는 공모주, 메자닌, 채권 등 유가증권 상품과 대체투자 상품 등을 직접 만든다. 당연히 운용사들이 만드는 상품 구조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 수 밖에 없다. 이런 내부조직과 협업을 통해 리스크관리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NH투자증권은 수탁심의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는데 리스크 검증의 실효성을 높이는데 회사 내 IB파트, 리스크관리본부 등과 협업할 예정이다. 임 본부장은 "펀드 수탁 심사 과정에서 IB, 리스크심사 등 부서의 지원을 받는 방식으로 리스크관리를 강화할 수 있다"며 "운영하는 과정에서도 특이 사항이 생기면 내부 어시스트 인력을 통해 자문을 받을 수 있어 리스크관리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기존 수탁서비스보다 고도화된 서비스 제공을 약속하고 있어 시스템 구축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8월 중순부터 통합 테스트와 안정화 테스트를 수차례 진행했다. 원화 표시 수탁과 외화 표시 수탁서비스 출시 시기를 따로 잡아둔 이유이기도 하다.

NH투자증권은 10월14일 원화 자산으로 구성된 국내 수탁서비스를 시작한다. 외화 자산으로 구성된 수탁서비스는 2023년 2월 출시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한 추가 전산시스템도 개발 중이다.

NH투자증권은 향후 5년 이내 40조원까지 수탁고를 키우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증권사PBS 전체규모가 40조원인 만큼 목표치가 높아보이지만 전체 수탁시장과 비교하면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지난해말 기준 자산운용사의 운용자산은 1366조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사모펀드 수탁고는 517조원에 이른다. 향후 NH투자증권 외에도 다양한 증권사가 참여해 증권수탁업계가 활성화되면 200조원가량은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NH투자증권만으로 기존의 수탁 생태계를 단숨에 바꾸기는 어렵다며 업계 관계자들의 이해와 협조를 구했다.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만큼 자산의 관리 상태, 담보 현황 등 전반적 펀드운용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것이 처음에는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투자자 보호가 지켜질수록 펀드시장 규모가 커지고 이를 통해 전체 효용이 증대되는 선순환 효과를 누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의 진출 이후에도 다양한 증권사들이 수탁사업에 참여해 시장을 활성화 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임 본부장은 "금융당국의 협조 없이는 증권수탁이 발전할 수 없다"며 "정책적 지원을 통해 증권수탁이 나아가는 길을 평탄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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