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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팹리스, 미래를 묻다]모빌린트 "세계 최고 기술로 AI 반도체 판도 뒤집는다"①신동주 대표 "5년 내 AI 반도체 솔루션이 곳곳에 활용되게 하는 게 목표"

김혜란 기자공개 2022-09-29 13:54:30

[편집자주]

2000년대 초반, 한국 자본시장에 팹리스 투자 붐이 일었다. 200여 곳의 유망주들이 스타팹리스를 꿈꿨다. 그러나 해외 진출에 실패하며 줄줄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한국은 글로벌 시장에서 '팹리스 불모지'로 남았다. 20년이 흐른 지금, 다시 팹리스에 돈이 몰리고 있다. 과거엔 승부처가 모바일 칩에 몰려 있었다면 지금은 서버 등에 들어가는 인공지능(AI) 반도체 개발 경쟁이 전 세계적으로 치열하다. '제2의 엔비디아', '제2의 퀄컴'을 꿈꾸며 도전에 나선 국내 팹리스들을 차례로 만나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9월 28일 15: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인공지능(AI)은 가까운 미래 인류의 삶을 바꿀 핵심 기술 중 하나로 꼽힌다. 딥러닝(Deep Learning) 등 AI 기술은 과거 사람이 직접 시간을 써서 해야 했던 일을 매우 정확하고 빠르게 대신해준다.

AI 반도체는 우리 주변 곳곳에 있는 스마트폰, 가전 등 '에지'(가장자리) 디바이스에 탑재돼 연산을 알아서 처리해줄 뿐더러 스스로 배워 익히고 진화한다. 하지만 진정한 AI 기술을 구현하는 길은 험난하다. AI 세상이 열리는 길목에서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기업)들도 지금껏 가보지 않은 길을 나서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생겨난 팹리스 스타트업들은 해외 진출에 실패했던 '팹리스 1세대'를 반면교사 삼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경쟁력 있는 AI 반도체 양산을 준비 중이다. 모빌린트 신동주 대표(사진)도 그 중 한 명이다. 모빌린트는 에지 기기용 AI 반도체 신경처리망장치(NPU) 전문기업이다.

에지용 NPU 팹리스들이 공통적으로 내건 모토는 'AI 반도체로 인간의 삶을 더 편리하게 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한다'는 것이다. 신 대표가 정한 회사의 슬로건 'Intelligence Everywhere'에도 이런 뜻이 담겼다. 2019년 만 29세의 나이로 회사를 창업한 신 대표를 서울 강남 본사에서 만났다.

신 대표는 "모빌린트의 목표는 세계 최고 에지용 NPU 설계기업이 되는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글로벌 기업의 기술을 모니터링하고 있는데 모빌린트는 지금도 충분히 세계 최강 수준의 기술력을 가졌다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회사의 성장 로드맵을 3년 단위로 나눠 제시했다. 창업 이후 지난 3년간은 기술 고도화와 제품화, 연구·개발(R&D)에 집중했던 시기다. 앞으로 3년의 최대 과제는 실제 양산 제품을 개발·생산해 시장에 판매하는 것이다. 그 이후 3년은 시장 지배력을 크게 확대해나간다는 타임라인을 그려놨다.

신 대표는 "앞으로 5년 이내에 모빌린트의 AI 반도체 솔루션이 전 세계 곳곳에 활용되게 하는 게 목표"라며 "모빌린트는 글로벌 어느 회사보다 빨리 에지용 AI 반도체 R&D를 시작해 기술과 노하우를 축적해서 자신 있다"고 말했다.

◇AI 반도체로 박사 취득 후 만 29세에 창업 도전

신 대표는 유회준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의 반도체 시스템 연구실(Semiconductor System Lab)에서 5년 동안 AI 반도체를 연구하며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학교를 떠날 즈음 신 대표도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 2016년 '알파고 쇼크'가 전 세계를 강타한 전후로 AI 반도체 박사를 영입하려는 글로벌 기업들의 인재 유치전이 치열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신 대표는 국내에 남아 창업이라는 도전에 나서기로 결심했다.

그는 "2019년 당시 NPU는 막 개발이 본격화되던 때였다"며 "앞으로 수십 년 이상 산업에서 중요하게 쓰일 기술인데 해외기업에 취업했다가 몇 년 뒤에 창업한다면 늦는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수년간 AI 반도체 연구에만 몰두했던 만큼 기술로는 세계 최강이 될 수 있다는 확신도 있었다.

사명은 모바일(Mobile)과 인텔리전트(Intelligent)의 합성어다. '움직이는 AI를 위한 반도체를 개발하는 회사'라는 뜻이라고 신 대표는 설명했다. 움직이는 AI란 자동차와 로봇, 스마트폰 등 일상에 존재하는 에지 기기를 모두 가리킨다. 모빌린트의 주력 제품은 에지 기기에서 곧바로 연산·추론을 한다는 개념인 '온디바이스(On-device) AI'가 가능한 NPU다.

최근 몇 년간 국내에서도 딥엑스, 리벨리온, 퓨리오사AI, 사피온 등 여러 AI 반도체 팹리스가 탄생했다. 모빌린트는 '고성능 에지 반도체 전문기업'으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반도체 성능이 좋아지면 전력이 더 많이 소모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고성능 반도체 설계에서 핵심은 단위 전력당 얼마만큼의 성능을 낼 수 있는지를 의미하는 전력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수많은 에지 기기 중에서도 고성능 칩이 들어가야 하는 분야는 자율주행차나 자율주행 기술이 탑재된 배달·서빙·물류 로봇 등이다. 또 안전사고 방지, 범죄예방, 스마트시티 구현에 쓰이는 폐쇄회로카메라(CCTV)도 대표적인 응용처다. AI가 영상을 분석해 이상 상황을 감지하거나 용의자를 알아서 잡아내려면 고성능이 요구된다. 공장자동화에 들어가는 로보틱스(robotics), 머신비전 등에도 고성능 NPU가 필요하다. 모빌린트는 이들 제품에 범용적으로 들어가는 NPU를 개발하되 가격과 성능을 다양화한 제품군을 제공한다.

신 대표는 "고성능과 높은 전력효율성 구현, 이것이 AI 반도체의 개념이기도 하고 모빌린트의 타깃"이라고 말했다.

모빌린트 NPU 응용처.

◇첫 시제품 '에리스', 고성능 에지 NPU 시장 공략

모빌린트가 첫 양산을 준비하고 있는 제품은 '에리스(ARIES)'다. 열두 별자리의 첫 번째인 양자리(Aries)에서 따왔다. 회사의 첫 제품인 데다 마침 회사도 4월(양자리)에 설립됐다.

연말께 삼성전자 파운드리에서 14나노미터(nm·1nm=10억분의 1m) 공정으로 생산한 시제품이 나올 예정이다. 이후 시제품 검증 작업을 거쳐 내년 양산에 돌입한다. 에리스는 자율주행차와 로봇, 스마트팩토리, 온프레미스(On-premise) 에지 서버 시장을 주요 타깃으로 한다.

에리스 다음엔 미드퍼포먼스 제품으로 레귤러스(Regulus)를 내놓을 계획이다. 에리스는 마치 그래픽카드처럼 고객사가 구매해 중앙처리장치(CPU)에 붙여서 쓰는 제품이라면, 레귤러스는 스탠드얼론(Stand alone) 타입으로 모빌린트가 CPU와 카메라·디스플레이 IP(설계자산) 등을 사다가 하나의 시스템온칩(SoC) 형태로 제작해 판매한다. CCTV나 로봇, 스마트시티, 가전제품 내장용이다. 시제품은 내년 말 나올 계획이다.

신 대표는 에리스가 본격적으로 판매가 되는 시점을 2024년 상반기로 잡고 있다. 이미 국내 기업들과 CCTV 자율주행차, 스마트팩토리, 스마트시티 쪽 AI 반도체 공급을 논의 중인데 시제품이 나오면 양산 계약을 맺을 국내·외 고객사 확보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모빌린트가 연말 첫 시제품으로 내놓을 NPU 에리스(Aries)

◇"국내 1등 넘어 세계 1위로"

주요 시스템 반도체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인텔의 CPU 등 해외 제품이 대부분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그러나 NPU만큼은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판도를 단번에 휘어잡을 수 있다는 게 신 대표의 설명이다.

신 대표는 "지금 AI 알고리즘 솔루션들은 90% 이상 엔비디아 GPU에서 처리되고 있다"며 "국내·외 잠재고객사를 만나보면 원하는 것은 지금 쓰고 있는 엔비디아 GPU가 비싸고 전력효율이나 성능이 부족하니까 이를 해결할 솔루션을 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대표는 "반도체는 국경 없는 경쟁"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반도체 제품은 서로 비교하기가 쉽다"며 "반대로 생각하면 기술과 제품 경쟁력이 있으면 해외진출이 어렵지 않다는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물론 지금도 AI 반도체는 이미 쓰이고 있다. 구글과 테슬라는 각각 AI 전용칩 텐서 프로세싱 유닛(Tensor Processing Unit, TPU), FSD(Full Self-Driving)를 개발했다. 독립 팹리스가 의미 있는 양의 AI 반도체를 기업에 납품한 사례가 없을 뿐이다. 신 대표는 "에지 분야는 워낙 다품종 소량체제라 하나의 기업이 각각 다 자체 칩을 만들기는 쉽지 않은 데다 대기업들은 데이터센터 쪽에 집중하고 있다"며 "저희 같은 AI 반도체 기업들이 고객들의 수요를 종합해 여러 분야에 적용될 수 있는 칩을 만드는 게 훨씬 경쟁력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임직원 만족도가 높은 회사를 만드는 게 목표"라며 "아직 회사가 오래되진 않았지만 지금까지 퇴사자는 한명도 없다"고 덧붙였다.

모빌린트는 구글과 엔비디아, 퀄컴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참여하는 ML Commons의 멤버다. ML Commons는 글로벌 AI 반도체 개발사들이 벤치마크를 통해 AI 반도체 기술을 객관적으로 비교해보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국내 기업 중에선 모빌린트와 삼성전자, 퓨리오사AI 세 곳이 'Founding Member'로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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