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11월 25일 07: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쟁 중에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식상한 문장이 괜히 주기적으로 화자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안정을 추구하는 트렌드에 큰 변화없이 인사 시즌이 지나가고 있다.올 연말 대기업의 인사는 그간 재계에서 어느정도 예상한 수순이기도 하다. "경제상황이 어려워질 때는 보통 신과 구의 조화를 도모해 위기돌파에 나선다"는 재계 관계자의 설명이 기억에 남는다. 연륜과 노하우를 갖춘 구세대 경영진들과 미래 성장을 이끌 새로운 인재가 어우러져야 한다는 뜻이었다.
구세대를 상징하는 경영진들로는 부회장들을 꼽을 수 있다. '오너의 최측근' '2인자' '실세'와 같은 단어로 표현되기도 한다. 부회장이라는 자리가 오너의 신임을 받지 못하면 갈 수 없는 자리라는 사실을 보여주기도 한다.
새로운 인재로는 신규 선임된 임원들도 있겠지만 재벌가 3~4세 경영진에 더 주목되는 것이 사실이다. 대부분 1980년대생으로 다른 임원들보다 훨씬 젊고, 보통 그룹에서 신사업을 도맡아 미래 성장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지난 몇년간 젊은 경영인들의 승진이 계속되며 '구세대'와 '신세대'의 위치가 점점 가까워지는 모습이다. 마침 올해 인사에서도 미래의 후계자로 여겨지는 1980년대 젊은 재벌가 3~4세들 일부가 일보전진에 성공했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이규호 코오롱모빌리티그룹 사장, 구본규 LS전선 사장, 구동휘 LS일렉트릭 부사장 등이 올 연말 승진한 인물들이다. 아직 인사를 치르지 않은 곳들이 추가적인 승진자가 나올 여지가 남아있다.
경륜을 갖춘 부회장과 신사업 추진력을 갖춘 젊은 재벌가 경영인의 조합은 언뜻 나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막상 이들은 서로 불편한 사이일 가능성이 크다. 재벌 경영인의 입장에서 부회장은 아버지의 사람인데다가 회사에 오랜기간 재직하며 탄탄한 입지를 확보한 인물이다. 향후 경영권을 갖게 될 경우를 상정하면 여러모로 걸림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부회장들도 마찬가지로 젊은 오너가 3~4세를 마냥 편하게 여기지는 못할 것이다.
'불편한 동거'가 생각보다 나쁘지 않을 수도 있고 혹은 최악일 수도 있다. 어찌 됐건 두 조합의 거리는 한층 가까워졌고 기업 경영진들은 위기극복을 위해 모든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 조화가 이뤄져 기업들이 인사를 통해 얻고자 했던 '안정'과 '혁신'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기를 기원할 뿐이다. 다양성이 창조적 해법을 이끈다고 하니 오히려 묘수가 등장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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