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반도체 거점 늘리는 삼성전자, 세 가지 쟁점 보니 소부장, 패키징 공동 연구... 시스템 반도체 사업 역량 강화에 초점
김혜란 기자공개 2023-05-26 14:38:13
이 기사는 2023년 05월 24일 09: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가 한·일 정상회담 이후 일본 투자 계획을 구체화해 발표했다. 약 3000억원을 투입해 일본 요코하마에 첨단 반도체 시제품 생산라인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이번 발표는 이달 초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연 공동기자회견에서 한·일 반도체 동맹 가능성을 시사한 뒤 나온 것이다. 반도체 업계 안팎에선 세계 최고 수준인 삼성전자의 공정 기술이 일본에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는데, 일본 투자를 통해 삼성전자가 얻으려는 것은 무엇일까.
◇삼성의 기술 유출 우려?
삼성전자가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에 구축하는 반도체 개발 거점에선 일본 소재·부품·장비 기업들과의 공동연구가 핵심이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일본 기업과 반도체 공동연구를 진행할 경우 기술 유출을 우려한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는 기우에 가깝다는 평가가 많다. 오히려 삼성전자가 일본이 우위에 있는 시스템 반도체 소재와 부품, 장비 분야와 협업하며 시스템 반도체 사업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일본과의 반도체 기술 협력은 이번에 갑자기 이뤄진 것이 아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은 이병철 창업회장이 1983년 2월 '도쿄선언'을 시작으로 본격화됐으며 이때부터 일본과 교류하며 반도체 산업의 초석을 다졌다. 이후 1997년 일본에 일본연구소(SRJ)를 세워 현지에서 반도체 연구개발(R&D)을 계속해왔다. 지난 3월에는 일본 요코하마와 오사카 내 소규모로 흩어져 있던 연구시설을 통합해 반도체연구소재팬(DSRJ)란 이름으로 요코하마에 재출범시키기도 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KIET) 전문연구원은 "우리가 잘하는 건 메모리 반도체 제조인데, 일본이 메모리 반도체를 만들려는 것도 아니고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선 우리가 앞선 기술을 가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기술 유출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일본과의 기술 협력이 지금까지 없었던 게 아니고 (정치적 냉각기가 풀리면서) 이번에 표면화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일본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우리가 얻을 이득이 더 많다는 얘기다.

◇삼성이 얻을 이득은
새로 짓는 반도체 개발 거점의 핵심 역할은 삼성전자의 제조기술을 뒷받침할 수 있는 소재와 장비, 후공정(패키징) 관련 기업들과의 R&D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DSRJ와 별도로 세워지는 R&D거점이되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기능이 나눠질지는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특히 후공정(첨단 패키징) 분야 공동개발을 통해 삼성전자의 기술적 역량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후공정 장비분야나 제조기술은 일본이 우위에 있다.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패키징까지 내재화하지만 파운드리에선 다양한 패키징 공법이 필요하고 위주를 주는 경우가 많다. 후공정 분야의 경우 자체적으로 다 개발하기보다 외부와 협력하는 게 속도를 낼 수 있는 방법이다.
반대로 일본 정부 입장에선 삼성전자의 R&D 거점을 자국에 늘려 반도체 산업 부흥을 노리고 있다.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TSMC나 미국 메모리 제조기업 마이크론에도 대규모 보조금 혜택을 줘가면서까지 자국에 생산공장을 유치했다. 반도체 공급망을 유치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지정학적 이슈 대응에도 도움
삼성전자의 반도체 산업은 미국과 중국, 대만, 일본 등 지정학적 이슈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일본과의 협업고리 강화는 세계 주요국의 반도체 산업 보호주의 기조가 강해지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한국 정부 입장에서 정치적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패를 하나 더 쥐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삼성전자는 미국의 공급망 재편 움직임에 보폭을 맞춰 미국에 파운드리 공장 등을 짓고 있는데, 미국에서 계속 역내생산을 추진하면 그만큼 한국의 제조경쟁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이나 대만 등 지리적으로 근접한 나라와 협업고리를 강화하며 동시에 미국도 견제할 수 있는 카드가 생기는 셈이다.
삼성전자가 첨단반도체를 만들려면 일본의 소재와 장비가 필요하고, 핵심장비 제조기술력과 노하우가 있는 일본과의 협력은 시스템 반도체 강국인 미국 외에 선택지가 더 늘어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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