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5월 04일 07시5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년 후면 전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반도체 클러스터'가 국내에 조성된다. 삼성전자가 준비하는 '메가 반도체 클러스터'가 계획대로 완성된다면 말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 불황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는 와중에도 의미 있는 대규모 투자 청사진을 발표했다. 경기도 용인에 2042년까지 300조원을 투입해 반도체 제조단지를 짓겠다는 계획이다.메모리 반도체 생산공장뿐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 생산 밸류체인을 구성하는 패키지·테스트 외주기업(OSAT)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소재·부품·장비 기업을 한곳에 모으는 유례없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메모리 경쟁력을 지키고 취약한 '비메모리(시스템 반도체)' 산업을 확 키우기 위한 획기적인 승부수다.
SK하이닉스가 2027년 완공을 목표로 용인에 짓고 있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까지 합쳐 생각하면 용인에 전 세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대규모 반도체 생산단지가 들어선다. '용인 메가클러스터' 투자는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를 키워 세계 1등으로 도약하겠단 정부와 삼성전자의 의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단순한 대규모 투자 그 이상의 전략적 가치와 의미가 담겼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의 중국 반도체 굴기(일어섬)에 대한 견제가 심해지고 자국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움직임은 점점 강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반도체 산업은 국제 정치적 이슈와 엮여 있어 반도체 기업의 운신 폭이 좁아졌다. 투자도 기업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일례로 미국 정부는 삼성전자에 파운드리 공장 건설을 요청해 놓고 보조금을 지급하는 대신 기업 기밀을 요구하는 등 난처한 상황을 만들고 있다. 기업 입장에선 미국 투자가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이 앞으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에 메모리 생산공장 건설까지 요청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국내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단 건 전략적으로나 시기적으로나 매우 의미가 있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용인에 연간 15조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쏟아부어야 하는 만큼 추가로 대규모 투자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또 메모리는 수급 조절이 중요한데 국내에 이어 해외에도 메모리 생산거점을 늘리면 공급 과잉 문제가 발생한다. 만약 미국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추가 투자 요청을 할 경우 방패로 내세울 수 있는 카드를 쥔다는 의미다.
한국 반도체 산업이 지정학적 이슈에 휘둘리는 상황에서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 모처럼 돌파구를 만들었단 생각이 든다. 문제는 벌써 용수·전기 등 인프라 인허가 문제로 실제 클러스터 조성이 현실화하는 데 여러 장벽이 있을 거란 우려가 나오고 있단 점이다. 메가클러스터는 메모리뿐 아니라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크게 도약하겠단 목표에 다가가는 것은 물론 지금의 정치적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는 묘안인 만큼 정부와 기업이 '원팀'이 돼 속도감 있게 진척시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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