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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부동산신탁은 지금]커지는 자금확보 필요성…그룹 지원은 '미지수'④재무지표 악화…지난달 차입한도 추가 증액

김지원 기자공개 2024-03-13 07:38:48

[편집자주]

KB부동산신탁은 부동산 호황 바람을 타고 책임준공형 관리신탁으로 시장 점유율을 키웠다. 하지만 업황 침체로 사업장 부실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실적 악화와 재무 부담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위기 속에서 14개 부동산신탁사 중 유일하게 대표이사 교체 카드를 꺼내 들며 변화의 기로에 섰다. 더벨이 KB부동산신탁의 당면 리스크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과제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12일 07: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부동산신탁은 최근 몇 년간 차입형 토지신탁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하며 차입금을 대폭 늘렸다. 이 과정에서 부채비율을 비롯한 자본적정성 지표도 지난해부터 급격히 악화하기 시작했다.

기수주 사업장의 분양 상황을 고려하면 당분간 자금 소요는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차입 한도를 늘려놓은 만큼 우선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향후에도 추가 자금 필요시 그룹의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해부터 이익창출력이 떨어진 가운데 그룹 지원 없이 자체적으로 차입금을 늘리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할 경우 재무 지표는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 수주 경쟁력 약화로도 이어질 수 있는 대목이다.

◇차입형 토지신탁 비중 확대에 차입금 ↑

KB부동산신탁은 2017년 이후 책임준공형 관리신탁을 중심으로 신규 수주를 진행해 왔으나 시장 경쟁 심화로 인해 2020년부터 차입형 토지신탁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했다. 차입형 토지신탁의 경우 신탁사가 직접 사업비를 조달하는 방식으로 '고위험·고수익' 상품으로 통한다.

차입형 토지신탁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차입금 규모도 커졌다. 오랜 기간 무차입경영을 이어왔으나 지난해부터 차입금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KB부동산신탁은 유동성 확보를 목적으로 지난해 차입금 한도를 5월 1200억원, 7월 2000억원, 11월 1050억원씩 늘렸다. 지난해 처음으로 조달을 진행했던 만큼 한 번에 대규모 자금을 빌리는 대신 여러 번에 나눠 차입을 진행했다.

차입형 토지신탁에 계속 무게를 싣고 있는 만큼 올해 들어서도 추가 차입 가능성을 계속 열어두고 있다. KB부동산신탁은 지난달 23일 이사회를 열어 단기차입금 한도를 3400억원 늘렸다. 기업어음과 금융기관 차입 한도를 각각 1700억원씩 늘리며 단기차입금 합계는 4250억원에서 7650억원으로 증가했다. 기존 차입액 4250억원 가운데 실제 차입액은 3450억원이다.

KB부동산신탁은 유동성 관리 차원에서 이번에 한도를 늘려놓은 단기차입금 가운데 일부를 장기차입금으로 전환하는 안도 열어두고 있다.


실제 차입이 이뤄질 경우 자본적정성 지표 저하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2022년말 기준 KB부동산신탁의 부채비율은 28%였으나 지난해 말 200.43%까지 높아졌다. 국내 14개 부동산신탁사 가운데 유일하게 세 자릿수대 부채비율을 기록했다. 다음으로 높은 부채비율을 기록한 대한토지신탁(95.56%), 한국토지신탁(84.18%)와 비교해도 100%포인트 넘게 차이 난다.

당분간 도시정비사업을 포함한 차입형 토지신탁을 중심으로 신규 수주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업황 악화에 따라 기수주 사업장에 대한 신탁계정대 부담도 증가하고 있어 자금 확보의 필요성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시공사 부도 위험이 커지고 공사비가 계속 증가함에 따라 신탁계정대 회수 시점은 계속 늦어지고 있다.

주요 신용평가사들도 지난해 말 향후 KB부동산신탁의 신탁계정대와 차입금 증가 규모에 대해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책임준공 관리신탁 증가, 책임준공 미이행 발생 등으로 사업위험과 우발부채 부담이 커질 경우 등급 하향 가능성도 있다.

◇KB금융지주 "구체적인 지원책 확정된 바 없어"

이 가운데 KB금융그룹이 자금 지원에 나설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KB부동산신탁의 재무 여력이 줄어들 경우 향후 수주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지난해 대손 비용을 대거 인식하며 적자를 기록하는 등 자체적으로 이익과 재무건전성을 단기간에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KB부동산신탁은 KB금융지주가 지분 100%를 보유한 완전자회사다. 전체 신탁사 가운데 KB부동산신탁이 가장 높은 수준의 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는 데에는 KB금융지주와의 재무적, 사업적 지원능력과 지원의지가 큰 영향을 미쳤다.

당장 자금 지원이 급한 상황은 아니지만 시장에 KB부동산신탁에 대한 KB금융지주의 지원 의지가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차원에서 어느 정도의 움직임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규모 사업 수주 시 KB부동산신탁의 자체적인 신용등급과 재무 상황보다는 KB금융그룹의 지원 여력이 훨씬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같은 금융지주 계열사인 우리자산신탁과 신한자산신탁의 경우 이미 그룹 차원의 지원을 받고 있다. 우리자산신탁은 지난달 이사회를 통해 2100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지분 72.3%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인 우리금융지주가 주주배정 방식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신한금융지주는 대출 형태로 신한자산신탁에 약 200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KB부동산신탁에 대한 KB금융지주의 지원 움직인은 아직 감지되지 않는다. 최근 KB부동산신탁이 차입 한도를 늘려놓은 만큼, 우선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한 뒤 추가로 자금이 필요할 경우 KB금융지주가 지원에 나서는 안에 무게가 실린다.

향후 지주 차원에서 지원을 결정하더라도 유상증자 방식을 택할 가능성은 낮다. 유상증자로 지원 시 지주의 '자회사 출자총액'이 증가해 이중레버리지비율이 높아져서다. 금융당국은 해당 비율을 130% 이하로 관리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과거 KB금융그룹 내 타 계열사에 대한 자금지원 사례를 살펴봐도 유상증자보다는 자금 대여, 신종자본증권 등의 방식을 주로 택했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현재까지 지주 차원에서 KB부동산신탁에 대한 유상증자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향후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여러 방법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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