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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업계가 던진 '직구']'알·테·쉬'의 비상 이끈 국내 물류업계①6.28% 직구 물동량 주목해야할 이유…빨라진 배송에 속도 붙은 성장세

허인혜 기자공개 2024-03-19 11:25:00

[편집자주]

해외 직구가 물류업계의 블루오션이라는 말은 10년 전에도 있었다. 하지만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직구 플랫폼의 성장이 국내 물류업계의 실적을 흔들게 된 건 최근이다. 일시적인 현상도 아니다. 오히려 신발끈을 동여맸다. 물류업계는 국내의 해외 직구 규모가 올해만 두 자릿수 늘어날 것으로 봤다. 직구의 흥행은 물류업계가 판매 매체들의 성장을 예견하고 일찌감치 구축해온 유통망의 덕을 톡톡히 봤다. 더벨이 물류 기업마다 맞손을 잡은 직구 플랫폼과 히스토리, 시장 성장이 물류업계에 미친 영향과 전망 등을 분석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15일 08: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6.28%는 애매한 숫자다. 절대적이지도, 그렇다고 중요하지 않은 숫자도 아니다. 만약 지분율이라면 주요 주주로 공시된다. 세력을 더하거나 혹은 그 수치만으로도 판을 흔들 키맨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국내 물류업계와 직구 플랫폼의 성장을 지금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6.28%는 아이허브로 시작해 알리익스프레스라는 대어를 잡은 CJ대한통운의 지난해 4분기 해외직구발 물동량 비중이다.

더 주목해야 할 수치는 성장세다. 전체 물동량은 소폭 줄었지만 직구 택배 물량은 전년 대비 100%가 넘게 성장했다. 물류업계는 올해도 직구 시장이 두 자릿수 이상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매출과 시장 규모, 물동량 등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모든 지표에서 성장세가 전망된다.

◇'직구' 던진 알리익스프레스, CJ대한통운 미소…테무 잡은 한진

직구의 인기가 커진 상황에서 알리익스프레스가 또 한번의 '직구'를 던졌다. 알리익스프레스의 모기업인 알리바바그룹이 한국에 3년간 11억달러, 약 1조5000억원을 투자한다는 내용의 사업 계획서를 정부에 제출한 것으로 이달 알려졌다.

가장 먼저 예고한 일은 통합 물류센터 구축이다. 올해 안에 약 2600억원을 투입해 국내에 18만㎡ 규모의 풀필먼트를 짓기로 했다. 예정대로 지어지면 국내에서 가장 큰 물류센터가 된다. 물류센터를 짓는다고 물류업에 뛰어든다는 의미는 아니다. 대규모 유통사들은 거점 물류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가 대형 물류센터를 짓되 직접 배송 사업에 나서지는 않는다면 국내 물류 기업들이 혜택을 볼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성장세가 가파른데 배송 기간까지 국내 택배 수준으로 단축되기 때문이다. 판매량이 많아지면 물동량이 늘어나 선순환이다.

알리익스프레스와 2022년부터 손잡아온 CJ대한통운이 유력한 수혜자로 꼽힌다. 알리익스프레스가 지난해 말 국내에서 연 기자간담회를 통해 CJ대한통운의 서비스에 만족도를 표한 데다 물류업 진출까지는 당장 고려하지 않고 있다.


CJ그룹의 유통사인 CJ제일제당이 알리익스프레스의 판매자가 되는 등 그룹간 관계도 돈독해진 상황이다. 업계에서도 둘의 결합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와 더불어 중국의 3대 이커머스로는 테무와 쉬인이 꼽힌다. 한진은 테무를 잡았다. 테무는 지난해 국내 월활성사용자(MAU) 240만명을 기록한 바 있다. 3위 쉬인과는 5배가 넘는 차이다. 쉬인은 다양한 국내 물류사를 이용하고 있다.

◇사용자도 물동량도…시간 지날수록 가파른 성장세

흐름은 숫자로 증명된다. 관세청 등에 따르면 해외 직구 이용자는 2019년만 해도 1000만명에 미치지 못했다. 업계 추정치를 종합하면 4년 만인 지난해 말에는 1700만~1800만명으로 확대됐을 것으로 보인다. 4년 만에 약 2배의 성장세를 기록한 셈이다.

이용객만큼 물동량도 증가 중이다. 2020년 6358만건에서 2021년 8838만건, 2022년에는 9612만건이 됐다. 지난해 3분기를 기준으로는 9017만건을 기록했다.

선두주자인 CJ대한통운의 성장세는 더 가파르다. 지난해 4분기 직구발 택배물량은 2670만 상자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12%의 성장세다. 전 분기와 비교하면 32%가 뛰었다.

1~3분기를 보면 CJ대한통운이 처리한 알리익스프레스 물동량은 1분기 346만 상자였지만 3분기엔 904만 상자로 껑충 뛰었다. 지난해 1분기 수치도 전기 대비 185%가 확대된 결과였다.


◇'알·테·쉬'의 비상, 배후는 국내 배송 서비스

'알·테·쉬'가 왜 떴는지에 대한 이유를 하나로 축약할 수는 없다. 해외 이커머스 플랫폼들은 적극적인 공세를 펼쳤다. 제품 면에서도 소비자를 끌어당길 요소가 많다. 값싸고 물품의 폭도 넓다. 다만 진짜 비기는 따로 있다. 빨라진 배송 기간이다.

직구의 인기는 최근의 현상은 아니다. 10년 전에도 알리익스프레스와 아마존, 타오바오 등을 이용하는 직구족이 있었다. 지금과 다른 점은 이용자들이 얼리어답터 취급을 받았다는 점. 직구 방법도 복잡해 수요가 몰리는 블랙프라이데이를 앞두고 배송사들이 직구 특강을 열기도 했다. 말하자면 10년 전 직구는 일부 소비자가 즐기는 새로운 유행이었다.

대세가 되지는 못했다. 복잡함을 이길 만큼 저렴한 가격이 장점이었다면 배송이 너무 느렸다. '주문한 것을 잊으면 도착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농담이 아니었다. 일반 배송을 기준으로 빠르면 2주, 늦으면 여러 달까지 소요됐다. 물류 추적이 어렵고 기간이 길다보니 분실 등의 배송사고도 심심치 않았다. 삽시간에 유행이 바뀌는 시대에 느린 배송은 치명적이다. 결국 소수의 소비자만 즐기는 문화로 오래 남았다.

지금은 직구 물품이 빠르면 하루 만에도 배송된다. 속도가 대폭 단축된 시기는 2010년대 후반부터다.

판매 플랫폼들과 물류 기업들이 맞손을 잡고 공항 등에 물류센터를 지었다. 우리나라에도 인천공항에 글로벌배송센터(GDC)가 있다. 관세법에 따라 인천공항 물류센터의 물품은 국내로 배송은 하지 않지만 거점 배송이라는 방법이 유입됐다. 주변 아시아 국가들이 수혜를 보고 국내 기업에 수익을 안긴다.

대표적인 예가 알리익스프레스다. 알리익스프레스는 국내에 첫 진출했던 2018년에는 만족스러운 소득을 올리지는 못했다. 2022년 CJ대한통운과 맞손을 잡으며 배송기간을 3~5일까지 단축했다. 이때를 기점으로 성장가도를 달린다. 국내 물류 기업들의 시스템 효율화가 알·테·쉬의 비상을 이끈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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