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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desk]밸류업 프로그램을 '밸류업'하려면

이승우 자본시장부 부장공개 2024-04-03 07:23:35

이 기사는 2024년 04월 01일 07: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선거용은 안된다

대한민국 자본시장의 영원한 숙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누가 반기지 않으랴. 밸류업 프로그램이 성공하면 자본시장은 물론 국민연금 고갈문제로 머리 아픈 정부도 땡큐다. 정부와 금융권, 기업 모두가 '한번 해보자'고 머리를 싸매는 이유다.

하지만 한편으론 찜찜하다. 총선을 앞둔 그 타이밍 때문이다. 총선 이후 흐지부지되지 않을까하는 우려 때문에 전력을 쏟아야 할지 헷갈린다.

"기업들이 중장기적으로 밸류업 프로그램에 적극 동참할 수 있도록 정책 일관성이 필요해 보입니다. 정부의 진심을 확인하기 전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습니다." IB들이 전하는 기업들의 현 상황이다.

합리적 의심이다. 밸류업 프로그램이 나오기 전, 정부가 차례로 내놓은 자본시장 관련 대책들이 다소 억지스러운 측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 투자자들도 납득하지 못한 주식 공매도 금지, 뒤이어 나온 주식양도세 부과 유예 그리고 ELS 불완전 판매 이슈 등 과도하게 개인 투자자들에게 무게가 실린 대책들이 쏟아졌다. 금융권에서는 '4000만 유권자중 100만 금융인도 있다'는 우스갯소리로 하소연했다.

#주주환원율 그리고 자사주 소각은 '디폴트'

총선용이라 치더라도 취지와 방향성은 맞다. 하지만 너무 급박하게 준비하면서 덜 익은 정책을 내놓았다. 디테일이 부족해 핵심을 놓쳤다는 이야기다.

처음 밸류업 프로그램이 나왔을 때 정부와 기업 모두 '배당'에 포커스를 뒀다. 배당률을 높여 기업 주가를 끌어 올리겠다는 매우 심플한 프로그램이었다. 실망한 투자자들이 매물을 쏟아냈다.

그에 반해 진심인 전문가들은 주주환원율을 이야기했다. 배당과 더불어 주가 상승을 합쳐 실질적으로 투자자에게 돌아가는 이익을 봐야 한다. 이를 위해 필수적으로 병행돼야 하는 게 자기주식 매입과 소각이다. 물론 거버넌스 이슈와 직결되니 조심스럽다.

그동안 우리나라 기업들에게 자사주는 '마법'으로 불렸다. 매입한 후 쟁여두면서 최대주주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활용해 왔던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최대주주에게 돌아가는 이익은 결국 투자자의 손실이다. 자사주로 장난(?) 치는 것을 막고 '매입은 곧 소각'이라는 정부의 가이드가 필요하다.

#주식 가치? 기업 가치?...세금 이슈도 있다

주가가 오른다고 기업의 본질과 실체가 달라질까. 주가 상승과 기업가치 상승이라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내는 테크닉이 있다면 그럴 수 있겠지만 단기적으로 보면 현금자산이 줄어들면서 투자 규모가 줄고 장기적으로 기업가치가 훼손될 수도 있다.

병행돼야 하는 건 비즈니스 환경과 기업 경쟁력 제고. 기업 스스로 만들어내야 하겠지만 정부도 충분히 도울 방법이 있다. 기업 관련 규제를 풀어줘야 할 것이고 특히 세금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사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현재 고민은 주가 부양과 모순된다. 지분 증여와 상속 이슈가 여전히 남아 있는 삼성과 LG, 현대차 등 대부분의 기업들은, 아니 그 기업들의 오너들은 주가가 오르는 걸 반기지 않는다. 그룹의 모든 정책이 '상속과 증여'라는 거버넌스 관점에서 방향성이 잡혀 있기 때문이다. 50% 넘는 상속 증여세에 대한 정부의 고민이 병행돼야 하는 이유다.

어찌됐든 금융권과 기업 등 전문가들 사이에서 밸류업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시키고 있는 건 희망적이다. 정부도 귀를 열고 좀 더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그래서 '성공하면 코스피 지수 3000포인트'라는 장밋빛 전망이 자본시장에게만 주어지는 선물이 아니길 바란다. 기업의 진짜 밸류가 한단계 업(UP)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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